[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카드결제대금을 유동화해 논란이 된 신한카드가 이번에는 두산중공업의 카드결제대금을 유동화했다. 두산중공업 역시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등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진 상황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위험이 전이되는 특성에 따라 이번 유동화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신한카드는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받을 카드결제대금 132억원을 유동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 승리제이차를 설립해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로 구조화에 참여했다. 구매전용카드이용계약에 대한 카드결제대금을 유동화하며, 발행액은 90일 만기 80억원과 91일만기 52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승리제이차가 발행하는 ABSTB의 신용등급을 A3+로 평가하고 하향검토 등급 감시대상에 올렸다. A3는 적기상환능력이 양호하지만, 장래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하향검토 아웃룩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 단계 아래인 B등급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 B등급은 적기상환능력은 안정되지만, 투기적 요소가 내재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발행된 ABSTB는 두산중공업의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카드이용대금채권으로 상환된다. 따라서 상환 가능성은 두산중공업의 신용도에 연계돼 있다. 다만 카드대금이 적격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신한카드가 하자담보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그만큼 두산중공업의 신용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 시장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 두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조정 내역.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 부정적검토’에서 ‘BBB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기업어음(CP)과 ABSTB도 A3로 내렸다.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원인으로는 ▲두산건설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에 따른 지원부담 현실화·추가 지원가능성 ▲원전발주 중단 등 수주환경 악화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추세 ▲과중한 재무부담 지속 전망 등이 있다,

신용등급이 내려간 만큼 두산중공업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졌다고 해석된다. 신한카드는 두산중공업에게 받을 카드대금을 유동화함으로써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위험을 헷지했다. 만약 두산중공업이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신한카드에게 피해는 없다. 다만 신한카드가 유동화한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돌아간다. 

최근 신한카드가 아시아나항공의 카드대금을 유동화한 것이 논란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임 카드결제대금을 유동화한 신한카드는 이를 통해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이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위험은 커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연결·개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을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의견을 받으면서 결제대금 지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탓이다.

업계관계자는 “ABS의 특성상 신용위험이 전이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신한카드가 하자담보책임을 지고 있는 점 등 나머지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기업이 자기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므로 투자자는 투자 전 리스크 등을 파악하고 개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