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의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권역. 출처=서초구 공동주택ㆍ재건축 정보포털.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방배그랑자이’가 4월 중으로 분양할 전망인 가운데, 방배동 지역의 재건축 사업도 활기를 찾고 있다. 약 3000가구 이상의 대형단지로 구성된 방배5·6주택재건축정비사업 등이 주민 이주와 착공을 앞두고 있다. 준공이 이뤄지면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다수인 방배동 역시 아파트 밀집지역이 잠원·반포에 한정된 서초구에 다수의 주택이 공급될 전망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공급하는 ‘방배그랑자이’의 사전 무순위 청약과 일반 분양이 4월 중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방배그랑자이는 10층 높이 7개동에 486가구를 수용하고 있는 방배경남아파트의 재건축 아파트다. 해당 부지는 총 3만4636㎡의 대지면적에 지하 4층~지상 20층 높이 8개동, 임대주택 33가구를 포함해 총 758가구 규모로 들어설 계획이다.

해당 지구는 2016년 8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9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난 뒤, 2018년 10월 착공 단계에 진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단위면적 3.3㎡당 평균 분양가는 4200만~4500만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방배경남아파트의 종전 매매가인 3760만원대보다는 높지만, 주변 지역에서 2018년 10월 입주한 ‘방배아트자이’의 평균 매매가인 5699만원보다는 약 10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또한 4월 중 개통할 것으로 보이는 ‘서리풀터널’을 통해 서초 지역과, 강남권 중심 업무지구인 테헤란로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방배5구역은 임대상가 등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상가 등 세입자 150가구가 남아있는 상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방배5·6구역 이주 진행 중 명도소송·집행 등 이어져

방배지역은 ‘방배그랑자이’ 외에도 다수의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는 곳은 방배5·6구역이다. 이들 구역은 모두 1000가구가 넘는 단지로, 특히 5구역은 전체 3000가구 규모에 이른다.

해당 구역들은 모두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주민 이주와 철거, 착공, 분양 승인 등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이 아닌 세입자, 상가세입자 등의 이주가 더뎌지면서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방배5구역은 전체 3080가구 규모로 2021년까지 사업이 진행될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14만3948.6㎡의 대지면적에 용적률 241.98%를 적용해 지하 9층~지상 33층 높이 29개동으로 이뤄진 ‘디에이치’가 들어선다.

5구역은 2013년 8월 사업시행인가, 2016년 7월 14일 관리처분계획 인가, 2018년 3월 사업시행변경인가가 난 뒤 그해 6월부터 주민 이주가 시작됐다. 중개사들에 따르면 현재 가장 정비사업 규모가 큰 방배5구역의 이주율은 95% 이상으로, 상가 등 세입자 150가구가 미이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방문한 방배5구역은 대부분의 주택이 비워지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시에 임대상가 등 이주 보상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길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 대부분 공실이 이뤄지면서 텅 빈 방배5구역의 한 골목.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올해 1월까지 전체 7개월의 이주기간이 주어졌지만 8.2 대책에 따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종전의 60%에서 40%로 축소되면서 급격한 이주는 미진한 것으로 한국감정원 측은 조사했다.

5구역의 철거는 3월 3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주기간이 끝난 뒤로도 남아있는 주민이 있어 조합원들은 지연 이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게 해당 지역 S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중개사는 “세입자들이 워낙 싼 값에 세를 구해 들어와 있었는데, 그동안 집값도 임대료도 너무 올라 이 지역에서 임대보증금을 빼더라도 서울 시내에 나갈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재건축사업을 승인해줬으면 세입자 이주 등이 원활하도록 권리를 보전해줘야 하는데, 세입자 편에 서서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나오면서 더더욱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D공인 중개사는 “약 150명이 명도소송을 걸었지만 재개발 사업과 달리 재건축 사업은 관련 법상 세입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어찌됐든 사전협의기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난 4월 2일 1차 협의를 했고, 나머지 2~3차 협의 후 명도소송 판결도 나오면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중개사는 “1차적으로 이주 지연에 대한 책임은 조합원 등 집주인에게 있다”면서 “재건축 사업이 빨리 궤도에 들기 위해서라도 일찍이 세입자들에게 이주비를 지원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옳다”고 의견을 밝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48조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에선 각 조합원이 소유한 토지 또는 주택의 감정가격과 비례율(재건축 수익률)을 곱한 권리가액에서 조합원 분양가를 뺀 값을 조합원 분담금 또는 환급금으로 계산한다. 방배5구역의 비례율은 1.33%이지만, 감정평가가 2013년에 시행돼 지금으로썬 시차와 가격격차가 있어 통상 1.6%로 계산된다는 게 이 지역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시 3.3㎡당 평균 1900만~2000만원대였던 가격이 현재는 5000만원을 호가한다는 문제가 이 지역에 잠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따르면 방배5구역의 권리가액은 ‘24평’ 주택이 5억9000만원, 33평 주택이 7억7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조합원별로 대지지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떤 가구는 분담금을 내야 하고 어떤 가구는 환급금을 받을 수도 있다. 5구역의 조합원은 1141명(서초구 집계 1179명)이지만, 이 중 약 50%를 차지하는 일반 단독주택 보유자는 25평 주택 하나와 다른 평형 하나를 선택해 신청하는 ‘1+1’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해서 조합원 분량은 전체 3080가구 가운데 1600가구 정도이고, 25평형 임대주택이 284가구, 나머지가 일반분양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작은 평형 두 곳을 선택하면 환급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현재 방배6구역의 이주율은 한국감정원 기준 90% 이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방배6구역은 대림산업이 수주를 맡아 4만9736.9㎡의 대지면적에 용적률 246.24%를 적용해, 지하 3층~지상 21층의 1111가구 규모 공동주택이 조성될 계획이다. 이 지역은 2016년 7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났지만, 5구역보다 이주율이 더 더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이 지역 이주율은 약 90% 수준이고, 현지 중개사들이 전한 이주율은 80% 후반대다. 본래 지난해 12월부터 철거가 예정됐지만 조합과 일부 상가 소유자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후문이다.

방배6구역 역시 명도소송 등이 진행 중이라는 각 가게들의 팻말이 붙어있는가 하면, 11일 오전 소위 ‘집행’으로 불리는 강제이주도 진행됐다는 중개사의 전언도 있었다. B공인중개사는 “대로에 면해있거나 규모가 큰 몫 좋은 빌딩 소유자는 현금 청산이 어려워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주기간이 4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 철거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명도소송을 진행 중인 방배6구역의 한 식당의 안내문.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해당 지역의 조합원 분양가는 단위면적 3.3㎡당 약 3300만원 수준이고, 일반 분양은 약 4000만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T공인중개사는 “작은 곳일수록 비싸서 빌라 소유자라면 아마 4000만원 정도에 조합원 분양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면서 “다만 개인 소송, 명도소송 등이 있어서 철거는 더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배권역 가운데서도 5·6구역이 위치한 방배2동 지역은 9.13 대책 이후에도 가파른 매매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정보분석업체 직방에 따르면 2013년 입주한 ‘방배롯데캐슬아르떼’는 현재 3.3㎡당 매매가가 5279만원으로, 지난해 8월 4538만원까지 하락한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전용면적 84㎡ 기준 15억1000만원, 가장 면적이 큰 251㎡ 기준 26억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 현재 단위면적당 약 5279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방배롯데캐슬아르떼. 출처=직방 어플리케이션.

기존 아파트 안전진단 통과도… 13구역 조합설립은 무효화

반면 방배13구역은 주민 이주를 앞두고 조합 설립이 무효화되면서 재건축 사업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일부 조합원들이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건축물의 노후도와 불량도 확인이 부정확했고, 조합 설립 동의서가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며 소를 제기한 것이 이유다.

본래 13구역은 2017년 9월 사업시행인가, 2018년 9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승인되면서 착공 전 주민 이주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13구역은 방배권역에선 5구역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로, 전체 대지면적 9만7523.90㎡, 지하 4층~지상 최고 16층 높이 34개동에 2296가구를 수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판결로 조합 설립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8구역 역시 2015년 3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구역지정 추진이 부결됐고, 2017년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다. 15구역은 2011년 정비예정구역에 지정됐지만, 2017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보류되면서 구역 지정도 마치지 않은 상태다.

반면 ‘방배그랑자이’가 들어설 방배권역 남쪽에 위치한 몇몇 단지들은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사업 진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방배삼호아파트는 안전진단 종합평가 결과 총 47.21점으로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D등급 범위 내에 포함됐다. 1975년 준공된 삼호아파트는 최소 43년이 지난 단지로, 건축물 노후도가 충족되면서 내용연수 평균 40년을 초과했다.

이밖에 방배임광1·2차 아파트와 방배신동아파트 역시 안전진단이 완료돼 조건부 재건축을 승인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