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판에 담긴 고객생애가치를 볼 줄 아는 경영자가 팬을 만들고 경영에 승리한다. 출처=픽사베이

단골이 많은 식당은 망하지 않는다. 대박은 없더라도 안정적이다. 불황도 잘 넘긴다. 무리한 욕심에 헛발질만 안해도 장수 맛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케팅 서적은 경영자들에게 단골부터 잡으라고 강조한다.

세계적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신간 <마케팅이다>(쌤앤파커스 펴냄)에서 무턱대고 대규모 광고선전을 하기 전에 자기 상품이나 서비스가 1000명의 팬을 모을 수 있는 지 따져보라고 지적했다.

세스 고딘이 강조하는 팬(fan)이란 해당 업체 상품과 서비스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고객, 즉 단골을 뜻한다. 필자가 알던 서태지 팬은 CD를 3장씩 사들인다. 감상용 1장 외에 소장용과 선물용으로 2장을 더 산다. 새 음반이 ‘나올 때 마다’ 산다. 팬클럽 회원들이 대부분 그렇게 한다고 했다.

단골이 중요한 것은 ‘고객생애가치’ 때문이다. 영어로는 Customer Lifetime Value, 줄여서 CLV라고 부른다. LTV(Life-Time Value)라고도 쓴다. 고객 한 명이 평생 올려주는 매상을 말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한 레너드 슐레진저가 공저한 <The value profit chain(가치이익사슬)>에는 피자가게 사례가 나온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에서 도미노 피자 매장 20여 곳을 운영하던 필 블레슬러 사장 이야기다. 그는 ‘30분 배달’을 힘들어 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고객은 8달러 짜리 피자 한판을 주문한다. 고객은 대략 주 1회, 연간 약 50회 주문한다. 단골로 있는 기간은 평균 10년이다. 그러니까 우리 고객의 가치는 8달러X50회X10년, 즉 4000달러다. 여러분이 배달하는 것은 4000달러 짜리 피자라는 것을 명심하라.”

필 블레슬러 사장의 계산법은 다소 과장돼 있다. 한 마케팅 자료에 따르면, 미국 도미노 피자 고객은 평균 15달러어치를 주문한다. 배달비용 포함 원가는 8달러, 이익이 7달러이다. 매년 주문횟수는 12회, 단골유지기간은 평균 5년간이다. CLV는 매출로는 15달러X12회X5년, 총 900달러다.

더 파고들면, 단골은 셋으로 나뉜다. 최상위 단골은 매번 22.50달러 어치 주문한다. 원가는 12.50 달러, 이익 10달러, 연간 주문 26회, 단골주기 10년이다. CLV가 매출로는 총 5850달러, 이익으로는 2600달러에 이른다. 반면 평균 주문액이 12달러, 연 3회 주문, 1년 뒤 떠나는 뜨내기 고객도 적지 않다. 매출 CLV는 36달러, 이익은 총 15달러에 불과하다.

고객생애가치는 신규고객 확보, 기존고객의 유지 양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도미노 피자의 경우 열혈단골을 새로 확보하는 비용(획득비용. acquisition costs)으로 1인당 300달러씩 투입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2300달러가 이득이다. 기존 단골고객을 유지하는데도 마케팅비를 투입할 만 하다.

경영자들은 먼저 자기 상품이나 서비스가 진정한 팬을 모을 수 있을 지 따져봐야 한다. 단골이 있다면 고객생애가치가 얼마인지 분석하고, 신규 고객 확보와 단골 유지 전략에 문제가 없는 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창업 전문가 하마구치 다카노리는 <장사의 정석>에서 화전(火田) 농업형 경영을 비판한다. 산에 불을 질러 한번 농사를 짓고 훌쩍 떠나버리는 화전민처럼, ‘단골’의 가치를 경시하는 경영자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잡은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식의 얄팍한 상술로는 단골 이탈을 막기도 힘들다. 단골이 떨어져 나갈 때의 손해는 생각보다 크다. 치명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