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글로벌 에너지업체 쉐브론이 셰일오일 사업 확장 등을 위해 미국 애너다코 정유를 330억달러에 인수했다. 셰일오일이 본격 개발된 지 10년, 기술 상향평준화 등이 이뤄지면서 메이저 업체가 이른바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을 본격 창출하기 위해 퍼미안 분지 등 주요 매장 지역 통합을 차례대로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각) 글로벌 석유업체 쉐브론(chevron)이 미국 정유업체 애너다코 정유(Anadarko petroleum)를 330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뉴욕타임스 증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부채 포함 등 기업가치로는 약 50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우선 미국 내 육지 셰일오일 채굴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인수로 우선 미국 최대 셰일유전지대인 퍼미안(Permina) 분지 내의 델라웨어 지역 75마일 폭의 회랑지대 14만에이커(566㎢) 가량을 추가 채굴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콜로라도의 DJ 분지 지역에서도 채굴량을 추가 확대할 수 있다.

예견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퍼미안 분지 등 주요 셰일오일 지대는 여러 중소기업이 진출한 등 파편화 되어있어 전체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일 지역 내 진출 기업이 줄게 되면 한 지점에서 여러 개 수평시추를 동시에 하는 패드 드릴링 작업의 효율성 등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수익 확대로 이어진다. 셰일오일 시장은 채 10년이 못된 신생 시장이므로 그간 기술 발전과 동시에 성장하다보니 중소기업 진출이 많은 상황이다.

즉, 채굴기술 상향평준화 등이 이뤄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쉐브론이 오는 2025년까지 퍼미아 분지에서만 일일 16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수출국기구(OECD) 주요 회원국인 알제리의 현재 총 생산량보다 많다.

특히 셰일오일은 경제적 효율이 매우 좋다고 알려져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35~40달러일 경우에도 약 10%의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실제로 퍼미안 분지 내의 거대 석유기업 투자는 지속 이어져왔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IHS마킷(IHS Markit)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쉐브론, 엑손 모빌, 쉘에 의한 퍼미안 연간 자본 투자는 20억 달러 미만에서 8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 2014년 전체 산업투자에서의 메이저 석유회사 비중은 6%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5%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댄 에버하트(Dan Eberhart) 유전서비스회사 캐너리(Canary) CEO는 “셰브론 계약은 거대 정유사의 퍼미안 분지 내 기업 인수를 촉발할 수 있다”라며 “석유지대보다 월가에서 시추하는 것이 대부분 비용이 덜 든다”라고 밝혔다.

라울 르블랑(Raoul LeBlanc) IHS마킷 에너지 담당 책임자는 “핵심은 메이저 기업의 퍼미안 분지 진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계없는 자본의 막대한 투자로 가격이 낮아지면 중소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양 채굴량도 늘어난다. 인수가 완료되면 쉐브론의 멕시코 만 심해 거점이 6개에서 16개로 늘어난다. 그간 셰브론의 심해 거점 위치는 대체로 애너다코 거점과 겹쳤다.

아프리카 LNG채굴 사업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쉐브론은 아프리카 남부 앙골라 LNG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애너다코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연안에 LNG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랭크 해리스(Frank Harris) 에너지 연구 회사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LNG 컨설팅 부사장은 “모잠비크는 쉐브론의 LNG 포트폴리오에 매력적인 장기 성장과 다양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쉐브론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인수로 인해 150억달러의 차입금 등이 추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 영향으로 쉐브론 주가는 12일(현지시각) 5% 선에서 하락 압박을 받았다. 반면 애너다코 정유는 무려 32%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