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종류의 인공지능(AI)이 경쟁이 치열한 두뇌 게임에서 사람들과 겨루면서 빠르게 인간을 격파해 왔다.

AI가 체스와 바둑을 마스터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이제 루빅 큐브(Rubik’s Cube)도 불과 0.38초 만에 간단하게 풀어 버렸다.

그런데 이제 이 기계가 인간을 모욕할 수 있는 또 다른 게임이 생겼다. 또 다른 인기 게임인 젠가(Jenga)다. 1980년대 멜로 드라마 광고의 소재이기도 했던 젠가는, 54개 블록에서 하나를 전략적으로 빼 내 탑의 맨 위에 올려 놓는 작업을 거듭하며 전체 구조가 무너질 때까지 계속하는 게임이다.

MIT가 최근 새로 공개한 비디오는 이 학교의 로봇 기술자들이 개발한 로봇이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게임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MIT 기계공학부의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교수에 따르면, 이 로봇에는 부드러운 집게 손(soft-pronged gripper), 압력 감지 손목 커프, 인간과 똑 같은 방식으로 타워의 위험도를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외부 카메라 등이 장착되어 있다.

로드리게스는 MIT의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젠가 게임을 하는 것은, 체스나 바둑 같은 고도의 인지적인 작업이나 게임과는 달리, 탐색하기, 밀거나 당기기, 올려 놓기, 조각을 정렬하기 등과 같은 신체적인 기술도 숙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을 언제 어떻게 이동시켜야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타워의 어디에 손을 대야 하는지에 대한 쌍방향 인식과 조작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시뮬레이션으로는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로봇은 진짜 젠가 타워와 상호 작용하면서 실제 세계에서 배워야 하지요.”

▲ 젠가는 체스나 바둑 같은 고도의 인지적인 게임과는 달리, 탐색하기, 밀거나 당기기, 올려 놓기, 조각을 정렬하기 등과 같은 신체적인 기술도 숙달해야 한다. 출처= MIT

이들의 연구는 지난 1월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誌에 발표되었다.

연구원들은 로봇이, 시각적 신호에 많이 의존해 왔던 기존의 기계들과는 달리,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한 민감성은, 로봇이 쓰레기 매립지에서 재활용 가능한 물체를 분리하거나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것과 같은 섬세하고 민첩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연구원들은 설명했다.

"휴대 전화 조립 라인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기계가 느끼는 스냅핏(snap-fir) 감각, 즉 나사가 조여지는 느낌은 시각보다는 힘과 촉각에서 나옵니다. 그런 행동에 대한 학습 모델이 이런 종류의 기술의 주요 토대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로봇이 능숙한 젠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서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만큼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젠가 타워를 수 천 번 다시 세우는 작업을 피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약 300개의 게임에서 로봇을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원들은 이 로봇이 아직까지 인간이 우월한 것으로 남아있는 게임에서 인간과의 대결을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간이 탑이 무너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블록을 빼 낼 수 있는지를 충분히 보았습니다. 이제 우리 로봇과 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