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 그랩 등 다양한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글로벌 모빌리티(Mobility)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최근 마이크로 모빌리티라는 화두가 업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는 공유 플랫폼을 전제로 하는 정밀한 이동의 플랫폼 시너지라는 점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남긴다.

▲ 일레클 전기 자전거가 보인다. 출처=쏘카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꿈

일반적인 모빌리티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하는 플랫폼이 기반이다. 여기에 공유 플랫폼의 정체성이 연결되어 온디맨드 생태계 전략을 따르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다. 모빌리티를 완전히 정의할 수 없지만, 대중적으로 모빌리티는 온라인 인프라를 통해 O2O 플랫폼 방식을 취하며 공유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자동차를 수단으로 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자동차가 아닌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의미한다. 최초 모빌리티 모델이 자동차를 기점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지금은 기존 모빌리티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꾸려가는 현상이 자주 보인다. 실제로 우버는 점핑 바이크를 인수했으며, 현재 자동차와 자전거, 스쿠터를 위시한 다양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이 가동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쏘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 3월 6일 카카오 T 바이크를 출시했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경기도 성남시와 손잡고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으며 일반 자전거와 달리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동되어 적은 힘으로도 이용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별도의 거치대가 없어 대여와 반납이 자유롭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카카오 T 바이크는 지난해 12월 업무협약을 맺은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제작한 24인치와 20인치 크기의 전기자전거로 구성됐다.

쏘카는 일레클과 손을 잡았다. 일레클은 국내 최초로 전기자전거 공유 시장을 열었으며 서비스 시작 3주 만에 재사용률 70%를 달성한 역량있는 스타트업이다.

일레클은 10일부터 서울 마포구 일대 및 신촌 대학가(서대문구 창천동 일대)에서 가동되고 있다. 일레클 서비스 기업 나인투원 배지훈 대표는 "이동 수요가 가장 활발하고 집중돼 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런 만큼 인프라 관리, 플랫폼 운영, 수요공급에 따른 배치 최적화 등 쏘카의 전국 단위 차량 운영 및 관리 노하우가 일레클 서비스 안정화와 고도화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레클은 5월 중 서울대 및 고려대 등 중단거리 이동이 필수적인 대학 캠퍼스 및 주변지역과 연계한 마이크로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며 하남, 인천, 세종, 충북혁신도시 등 각 지자체와도 공유 전기자전거 도입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일반적인 모빌리티 플랫폼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거점과의 시너지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례도 많다. 오프라인 거점의 경우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전략을 가동할 수 있으나,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이동의 경로가 세밀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모빌리티와는 다른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

GS가 고고씽과 연합해 GS25 편의점 점포에 전기 자전거나 킥보드 충전 서비스 시설을 설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거점인 편의점을 활용, 양사가 윈윈하는 구조다. 고고씽은 이용하는 고객들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주고, GS는 자연스럽게 잠재적인 편의점 손님을 유도할 수 있다.

물류 시장과 같은 이종 플랫폼에서도 마이크로 모빌리티 경쟁력이 감지된다. 지난 8일 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가 개인형 이동수단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매스아시아와 함께 전기 자전거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스아시아는 국내 최초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공유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자전거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운영하는 고고씽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전기 자전거를 통한 배송 서비스 협력에 주력할 계획이다.

매스아시아가 자체 개발한 PAS(Pedal Assist System)형 모델은 배송에 특화됐으며 5월부터 서울 수도권 일대에서 배송 테스트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한완기, 정수영 매스아시아 공동대표는 “물류와 교통이 만나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또 하나의 융합적인 비즈니스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공적인 제휴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기존 모빌리티와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화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자체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올롤로가 출시한 킥고잉은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금도 꾸준히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는 지금도 호평을 받고 있다.

▲ 카카오 T 바이크가 보인다. 출처=카카오

연결의 철학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모빌리티가 자동차를 기반으로 이동의 플랫폼 전략을 구축하는 가운데,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자동차 기반의 도로 인프라가 놓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길’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동 사용자 경험 제고와,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일반적인 모빌리티가 공유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유통계의 화두가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오며 구독경제의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상황에 맞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하나의 전기 자전거를 고가로 구입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전기 자전거와 일반 자전거, 킥보드와 전동 킥보드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플랫폼 발전이 일반적인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시너지, 나아가 오프라인 거점과의 연합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전자는 우버와 카카오 모빌리티, 쏘카가 잘 보여준다. 일반적인 모빌리티의 자동차 사용자 경험이 전기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와 만나면 자유로운 개인화 이동 경험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쏘카를 통해 큰 길로 이동한 후 자동차가 오르기 어려운 골목이나 산에는 일레클 전기 자전거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이 더 발전하면 대형 이동 플랫폼과의 연결도 가능하다. 우버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우버는 영국의 민영철도회사 버진트레인(Virgin Train)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버진트레인의 웹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한 승객들이 문자메시지로 우버 탑승 예약 링크를 받아 도착한 역에서 바로 우버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바 있다. 여기서 대중교통과 일반적인 모빌리티의 연합에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세밀한 개인화 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더 발전을 거듭한다면 매쉬코리아 사례처럼 단순한 개인의 이동이 아닌, 물류나 유통 전반의 새로운 가능성 타진도 가능해진다.

오프라인 거점과의 시너지는 GS와의 협력이 단적인 사례다. 이는 사회 전반에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스며들 수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동하지 않는 오프라인 거점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넘어오는 고객과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에도 약점은 있다. 중국의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체력이 허약하다. 일반적인 모빌리티의 근간인 고가의 자동차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가 퍼스널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다. 그 연장선에서 공유지의 비극도 예방해야 한다.

규제 문제도 있다. 현재 스로틀 방식 전기 자전거는 원동기로 분류되어 차도로 통행해야 하며 전동 킥보드도 비슷하다. 그러나 전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가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릴 경우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