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KDB생명은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더 많아 또다시 결손이 발생하는 재무적 악순환 상태에 봉착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1월 대주주 산업은행으로부터 3044억원의 유상증자로 남아있는 결손금을 모두 보전했다. 하지만 높은 금리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탓에 이자비용(75억원)이 순이익(63억원)을 초과하면서 올 초 11억3900만원의 결손이 다시 발생했다.

▲ 출처=KDB생명

KDB생명은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을 위해 지난해 세 차례 자본확충을 진행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자금조달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7.5%에 달해 수익성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분류돼 이자비용이 이익잉여금에서 배당형태로 차감되기 때문에 자본이 삭감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KDB생명은 순이익을 통해 63억원 자본총액이 늘었지만 모두 삭감됐다.

◇ KDB생명, 1년간 세 차례 자금조달에도 고금리 발행 ‘발목’

KDB생명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차례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대주주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으로 총 7385억원의 자금조달을 완료했다.

▲ 출처=KDB생명

KDB생명이 수차례 자본확충을 진행해온 이유는 재무건전성 개선 때문이다. KDB생명은 영업적자와 금리역마진 영향으로 2017년 말 지급여력(RBC)비율이 108.48%까지 하락하면서 금융당국 권고수준 (100%)에 미달할 위기에 놓이자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자금조달에 총력을 다 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금리 인상과 맞물려 시중금리도 상승할 시점에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2.84%에 가산금리 2.66%포인트가 더해져 7.5%에 자금 조달했고, 흥행저조로 희망금리보다 높게 발행됐다.

발행금액 또한 2억 달러(약 2160억원)규모로 발행해 연간 70억원 이상의 비용부담을 안게 됐다.

당시 KDB생명은 신평사로부터 등급하향조정을 받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생명보험사 중 조달금리가 가장 높았다. 이에 자본확충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또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한 회사채의 평균 금리가 4.93%에 달해 잉여금에서 차감되는 신종자본증권 배당 외에도 이자비용 부담이 높았다. 지난 1년간 KDB생명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156억원에 달한다.

◇ 대주주 산업은행, KDB생명 수차례 매각진행에도 불발…해법은?

KDB생명은 구 금호생명이 전신으로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돼 자회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저축성판매 억제에 따른 영업이익 저하와 투자수익률 부진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했다.

▲ KDB생명타워. 출처=KDB생명

또한 결손난 기업에 증자를 계속 진행하면 ‘혈세낭비’ 논란이 예측돼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2014년부터 세 차례 매각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맞지 않아 모두 실패했지만 여전히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2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과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KDB생명타워 매각으로 RBC비율을 지난해 말 215.03%까지 끌어올렸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본확충으로 건전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매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필요한데, KDB생명은 고금리확정형 비중이 높아 상품 포트폴리오도 좋지 않다.

특히 KDB생명은 퇴직연금 상품 운용이 어려워 지난해 퇴직연금에 가입고객의 계약이전을 진행하면서 신계약이 줄어든 데다, 주가지수 하락으로 변액보험의 해약환급금도 증가했다.

현재 KDB생명은 보장성보험 비중이 전체의 75%를 차지해 체질개선했지만 수익원은 크지 않다. KDB생명이 순이익으로 결손을 해소하고 회사를 우량하게 만들어 매각하려면 투자수익률 개선이 핵심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정재욱 KDB생명 대표는 “흑자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구조적병폐인 이자율차손실 개선을 최우선으로 선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