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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제품 ‘K-열풍’, 식품서 화장품까지 인기할랄인증 쇄도, 3조달러 시장 공략 시작됐다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한류열풍과 함께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 제품들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현지 시장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에만 국한되던 할랄제품이 이제는 비식품류인 화장품에도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중동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할랄(Halal)은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제품을 말한다. 때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식품이나 화장품사업을 하려면 할랄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3대 할랄 인증으로는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 ‘무이스(MUIS)’ 등이 있다. 그 가운데 무슬림 비중이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의 할랄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 세계 이슬람교도는 약 21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5%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서비스기업 톰슨로이터의 ‘세계 이슬람경제 2017~2018’ 보고서에 따르면 할랄산업의 규모는 2016년에 2조달러에서 2021년 3조달러로 연 평균 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 말레이시아의 한 대형마트에서 히잡을 쓴 여성들이 ‘대박라면’을 보고있다. 출처=신세계푸드


할랄인증 라면, 현지 매운맛 공략

특히 할랄 산업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업계는 식품이다.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할랄푸드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2000억달러에서 2021년 1조9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이슬람 국가 중 일일 400만봉가량의 라면이 소비되는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거친 ‘한국 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미 ‘불닭 브랜드’로 할랄식품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불닭볶음면의 경우 2016년 65억원이었던 말레이시아 수출액이 2017년 140억원, 2018년 170억원으로 3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이러한 불닭볶음면의 흥행에 힘입어 말레이시아의 라면시장에서 점유율을 2016년 0.9%에서 2018년 2%까지 끌어올렸다.

2014년 KMF(한국이슬람교중앙회) 할랄 인증을 취득한 데 이어 2017년에 ‘불닭볶음면’ 12개 품목에 관한 할랄 인증을 추가로 받았다. 삼양식품은 현지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를 할랄 라면 생산 공장 설립지역 후보군으로 선정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지난 1월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인 FGV와 전략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양식품은 이미 할랄식품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제도적 준비를 마치고 현재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등에 할랄식품을 소규모로 수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세우면 주변 중동국가들에 할랄식품을 수출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도 평균소득이 높은 국가로 꼽히는 데다 무슬림의 인구 비중이 높아 동남아시아와 할랄식품시장으로 나아가기 전 거쳐야 할 시험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라면제품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중국에 집중됐던 수출을 이슬람 지역 등으로 유통범위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마트에서 불닭볶음면이 진열돼 있다. 출처=삼양식품

신세계푸드는 지난 3일 말레이시아에서 출시한 ‘대박라면 고스트 페퍼 스파이시 치킨 맛(이하 대박라면)’이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 10만개가 완판됐다. 대박라면은 신세계푸드가 할랄시장 공략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세 번째로 선보인 라면이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가운데 하나인 고스트 페퍼를 넣어 스코빌 척도(매운맛 지수)가 1만2000SHU에 이른다. 참고로 청양고추가 매운맛 지수 2000~1만SHU이다.

대박라면은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판매 중인 라면 가운데 가장 맵고 면발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검은색으로 만들어 시각적으로도 매운 맛에 대한 공포심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무슬림이 제품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자킴’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당초 신세계푸드는 대박라면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월 평균 7만개, 총 20만개를 한정 판매한다는 계획으로 1차분 10만개를 생산했다. 하지만 대박라면은 말레이시아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출시 2주 만에 10만개가 모두 판매됐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K-푸드에 대한 관심, 매운맛 라면에 대한 선호도, SNS를 통한 대박라면에 대한 입소문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면서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동남아에서 입소문이 나며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타 국가에서 수출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세게푸드는 대박라면의 수입을 문의해 온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식품업체와의 상담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라면은 물론 스낵, 소스 등 다양한 한국식 할랄식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할랄시장을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할랄식품의 지속적인 수출증가는 한국의 매운맛이 종교와 인종을 초월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이 할랄제품을 개발해 거대한 할랄식품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할랄 화장품’도 K-뷰티 열풍

최근에는 식품만 아니라 비식품류인 할랄 화장품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에 따르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 8억4000만달러에서 2016년 10억8000만달러로 증가했다. 3년 만에 28.5% 증가한 셈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할랄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재로, 특히 인도네시아의 화장품 산업은 국가경제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됐다.

국내 화장품 기업 중 할랄 인증을 받은 기업은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가 대표적이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인증기관인 EVE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화장품 생산설비에 대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EVE의 인증을 받으려면 비동물성 유래 원료 사용, 비동물성 실험 원료 및 완제품 사용, CMR(발암성·생식독성·생식세포 변이원성) 물질 미포함, 비동물성포장재 및 패키지 제작 등을 준수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인증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시설·설비의 교차오염 및 혼입방지 과정에 대한 엄격한 실사를 통과해야 한다.

   
▲ 히잡을 두른 현지 인도네시아 직원이 립스틱을 감별중이다. 출처= 코스맥스

인도네시아는 올해 10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새로운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코스맥스의 제조 공정, 내용물, 운영관리는 전문 할랄 위원회를 통해 인증을 받았다. 할랄 인증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오고 말레이시아 생산 공장을 가진 코스맥스에게는 유리한 셈이다.

코스맥스는 제품만 아니라 현지 뷰티 트렌드에도 신경 쓰고 있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제품은 국내 인기 제품과 조금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발림성이 부드럽고 광택 있는 제품도 선호를 받는 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광택이 있는 제품보다 지속성이 좋고 매트한 제품이 인기가 있다. 이에 코스맥스는 할랄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비건, 할랄 시장별로 특화된 인증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이미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비건, 할랄 등 친환경에 대한 수요가 다양해졌다”면서 “코스맥스도 원료관리부터 제품출시까지의 제조 과정이 복잡한 비건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해 각 시장별로 특화된 인증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지영 IBK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내수 고객사와 일본 고객사를 향한 신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세계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류와 함께 성장 중인 K-뷰티가 할랄과 만나면 세계시장 석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짝 하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교류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  nature@econovill.com  |  승인 2019.04.12  07: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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