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유통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단연 ‘편의점’이었다. 시장의 과포화로 인한 업계의 자체 출점 제한 그리고 시장에 나온 전국 미니스톱 500개 매장에 대한 롯데와 신세계의 인수전으로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련의 파도가 지나간 후 현재 업계에서는 1,2위를 다투는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의 서비스 강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롯데의 포기, 한숨 돌린 CU와 GS25 

한국미니스톱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롯데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매각의 주체인 일본의 이온그룹과 매각 조건에 대한 의견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고 인수를 포기했다. 만약 롯데2500개 미니스톱을 인수해 브랜드를 흡수했다면 1만개 이상으로 매장이 늘어난 세븐일레븐의 세력 확장은 분명 1,2위 업체인 CU와 GS25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자체 출점 제한이 있어 매장수가 늘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업계였기에 CU와 GS25는 롯데의 포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후 국내 각 편의점 업체들은 가맹점 숫자를 유지하기 위한 상생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놨고, 한동안 업계는 ‘점주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일련의 굵직한 이슈들에도 끝내 CU와 GS25의 국내 2강 구도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두 업체는 본격적으로 대 고객 서비스 강화를 시작하며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그들만의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경쟁력 강화 경쟁, ‘장군 멍군’

지난 1월 BGF리테일은 신용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 미래 결제 기술 및 데이터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BGF리테일은 CU등 자사 유통채널의 무인결제 서비스와 생체인증 결제 등 첨단 결제기술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BGF리테일은 편의점 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업계 전반으로도 꽤 의미있는 변화를 시도한다. 지난 1일 편의점 CU는 배달앱 ‘요기요’와 배송대행업체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배달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 CU와 요기요 그리고 메쉬코리아가 함께 시작한 CU 배달서비스. 출처= BGF리테일

이는 전국 1만3169개에 이르는 CU의 오프라인 인프라 강점을 물류와 결합해 극대화시킨 시도로 평가됐다. 여기에 이어 CU는 지난 8일 자사의 멤버십 앱 ‘포켓CU’를 통한 미세먼지 가전의 한정수량 판매를 시도하면서 모바일 쇼핑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적극적인 경쟁력 강화 행보를 보여줬다. 

GS리테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 3월 20일 GS25는 공무원연금공단과의 웰페어클럽(Welfare club) 서비스 제휴를 체결하고 약 200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이 전국 GS25 점포에서 복지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웰페어클럽의 회원 수는 220만명으로 포인트의 규모는 연간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약 120곳의 제휴처에서 활용 가능한 웰페어클럽의 서비스를 편의점과 제휴하는 것은 GS25가 최초다. 같은 달 27일 GS25는지난 2005년부터 14년간 사용해왔던 브랜드 이미지를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시도했다. 여기에 이어 지난 10일 GS25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통합플랫폼 ‘고고씽’과 협약을 맺고 배터리교환 방식 전기자전거/킥보드 대여 및 충전 시설을 각 지역 점포에 설치하기로 결정하며 공유경제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했다. 

▲ GS25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대여 및 충전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처= GS리테일

이와 같은 국내 2강 업체의 경쟁력 강화는 이제 국내 편의점은 매장 수 변동으로 업계 내 영향력이 변화하기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매장 수를 기준으로 CU는 전국 1만3169곳으로 업계 1위, GS25는 1만3107개로 2위에 올라 있지만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는 GS25가 6조5510억원으로 CU의 5조7741억원을 넘어섰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오프라인 인프라 규모의 변동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압도적 1위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 관점의 모객(募客) 확대가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두 업체의 전략적 투자들이 장기 관점에서 각 편의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수익성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동력인가에 대해 업계는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허나래 연구원은 “국내 편의점들의 이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비용의 추가는 손익 측면에서는 분명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숱한 논란과 이슈들이 지나간 후 국내 편의점 업계 1위의 입지를 ‘지키려는’ CU와 ‘빼앗으려는’ GS25의 경쟁전이 시작됐다, 일련의 경쟁에 대해 업계에서는 모객 확대를 위한 경쟁력 강화 혹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소모전이라는 해석이 공존하고 있다. 과연 이 경쟁으로 국내 편의점 업계의 절대 입지를 손에 넣는 업체는 어느 곳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