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과거 '변양호 신드롬'을 일으킨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현 VIG파트너스 고문)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회사의 중추인 이사회까지 투자은행(이하 IB) DNA를 심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중소기업의 창업 지원 및 투자를 한층 더 강화한다.

신한금융그룹은 11일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신한생명 11층 디지털캠퍼스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을 개최했다. 퓨처스랩 제2출범식을 맞아 조용병 회장은 △기업 발굴 △'Total Package' 육성기업 지원 △250억원 규모 직접 투자 등을기반으로 하는 ‘Scale-Up’ 전략을 발표했다.

▲ 환영사를 하는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 출처=신한금융지주

신한퓨처스랩은 핀테크·스타트업 등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IB의 본래 기능을 중소기업에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7일 신한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로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전 코레이 대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허용학 퍼스트브리지스트래티지 대표(전 홍콩금융관리국 대체투자 대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사외이사 4명은 글로벌 IB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외이사들과 함께 조용병 회장는 이사회에서 기업출자, M&A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경영 환경을 마련했다. 즉, 모험을 위해 안정(리스크 관리)까지 폭넓게 고려하는 환경을 스스로 마련한 셈이다.

성재호, 이윤재 등 2명의 신규 사외이사가 감사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로서 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더욱 책임지는 가운데 변양호, 허용학 사외이사는 한국 IB 1세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깊은 논의를 함께할 파트너로서 신한금융지주 IB에 깊이를 더한다.

조 회장은 전략 경영의 일환으로 ‘딴지’를 장려할 만큼 의미있는 회의를 지향한다. 그는 신한은행장에 오른 뒤 임원회의에 레드팀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매번 회의할 때마다 2명의 임원을 당번으로 지정, 지정된 레드팀이 회의 안건을 놓고 적극적으로 딴지를 걸어야 한다. 이는 거수기 노릇이나 상대가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회의를 지양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철저하다. 자신의 연임과 관련한 모든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임기가 1년 남은 조 회장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큰 상태다.

또한 부문별 장벽을 허문 One Shinhan 전략을 통해 우선 그룹 내 시너지를 낼 환경을 마련했다. 지주, 은행, 금투, 생명, 캐피탈 5개사를 겸직하는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사업부문장을 선임해 그룹 자본시장 부문을 통합했다. 사업부문 소속의 직원들은 Co-location을 추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사장 회의까지 올라와 최종 안건을 결정하는 과정이 더욱 깊이있어질 전망"이라며 "IB, 기재부 등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셨던 사외이사 분들이 오셔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혜안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님은 평소 의사소통에 능하셨기에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분들의 깊이 있는 의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와 발맞추는 신한 퓨처스랩

블록체인 기업의 한 재무담당자는 "지적재산권, 기술 등 무형자산 중심의 회사들은 대출 받기 너무 어렵다"며 "미래 이익을 담보로 구조화 상품을 만드는 등 우회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프로그램 사용비 등에 사용할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가 담보 여력이 없는데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배당금 등 미래 이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장래채권(미래의 이익)을 바탕으로 자산유동화대출(Asset-Backed Liability, 이하 ABL)을 하는 하는 것이다. 현금흐름을 기초로 하기에 담보자산이 없지만, 도관들을 다 걷어내 본질만 봤을 때  ABL 역시 신용을 자산화시킨 것이다. 신용이 낮은 회사들은 자금조달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3일에 '기업투자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운영방안을, 지난달 21일에는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각각 발표했다. 두 발표의 주요 골자는 미래성장성·모험자본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해 기업과 금융이 함께 성장해 나가갔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대출 방식의 경우, 정부는 일괄 담보제, 정책 금융의 방법을 통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대출액을 늘리는 지원을 한다.  특이한 점은 정부가 직접투자도 나서는 점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주식·사모사채·주식관련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는 대출 중심 사고방식에서 발상을 바꾼 것이다.
즉, 담보 물건이 적어 필요한 수준의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웠던 무형자산 중심의 기업들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번 신한은행이 발표한  ‘Scale-Up 전략’도 정부 정책과 유사하다. 'You'll Never Walk Alone'의 슬로건 아래 동반성장을 목적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직접투자 규모를 향후 5년간 25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또한 2조 1000억원 규모의 그룹 혁신성장 재원을 투자할 대상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6000개 투자유망기업 풀을 조성하고 그룹 내 다양한 조직을 혁신기업 발굴 채널로서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인프라 확장 △디지털 신기술 자문 지원 △인재발굴 △심화전문 교육 제공 △금융 솔루션 제공 △글로벌 진출 지원 △M&A / IPO 연계지원 등 육성기업에게 필요한 'Total Package'를 구성해 지원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한퓨처스랩은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상생과 협력의 기회를 만들어 낸 모범사례”라며, “신한금융과 한국성장금융의 업무협약이 금융권의 핀테크 지원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아울러 “정부도 전향적인 금융규제 샌드박스 운영과 예산지원,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제2벤처 붐 확산을 위한 금융권의 노력에 화답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은 “오늘 새롭게 출범하는 신한퓨처스랩이 Scale-Up 전략을 통해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고 유니콘기업을 육성하는 혁신성장의 아이콘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신한금융그룹이 앞장서 혁신금융을 견인하고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 주요 이력. 출처=신한금융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