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정다희 기자]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유통사 라이엇 게임즈가 세 번째로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기여했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임도 문화’라는 발상으로 7년째 문화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11일 강남구 삼성동 소재의 자사 오피스 오디토리움에서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및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척암선생문집 책판 언론공개회>를 진행했다.

‘척암선생문집 책판(拓菴先生文集 冊板)’은 오스트리아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올해 2월 독일 경매에 출품됐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를 발견, 라이엇 게임즈에서 후원한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기금’을 활용해 매입했다.

▲ 척암선생문집 책판. 출처=이코노믹리뷰 정다희 기자

이번 사례는 2014년 미국에서 ‘석가삼존도’ 환수 및 2018년 프랑스에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을 환수한 데 이어 라이엇 게임즈가 3번째로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성공한 성과다. 민간 기업이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연이어 지원한 건 이례적이다. 

해외 경매에 출품된 우리 문화재에 대해 빠른 판단으로 경매 참여, 매입에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국외문화재 환수기금을 사전에 수 억원 규모로 조성해두고, 시의적 판단에 적극적으로 함께 한 것이 결정적인 성공요인이었다는 설명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후 매년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해 왔다.

이번에 한국으로 환수된 이 책판은 조선 말기 영남지역의 대학자이자 1895년 을미의병 시 의병장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쓴 척암 김도화(1825-1912)가 남긴 것으로,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김도화가 생전에 남긴 글을 모아 그의 손자가 편집 및 간행한 ‘척암선생문집’을 찍기 위해 당초 1000여장 제작되었을 책판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소실되고 흩어져 현재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단 20장만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귀한 유물이다. 이번에 국내 환수한 책판은 이 중 9권 23~24면에 해당한다. 한국에 남아있던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등재됐는데, 이번에 돌아오는 책판도 원래 그 일부였던 만큼 소중한 가치를 지닌 인류 전체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척암 김도화 선생 5대손 김동호씨는 “약 50년만 어릴 때 본 책판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평했다.

박준규 라이엇 게임즈 한국대표는 “이번 문화재 환수 성과를 통해 라이엇 게임즈가 매년 지속해 온 우리 문화 유산 보호 및 지원 활동이 또 하나의 결실을 맺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라이엇 게임즈는 언제나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것이고 환수기금을 조성해 우리 문화재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척암선생문집 책판 언론공개회에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박준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한편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후 약 8년간 누적 50억 원 이상을 기부하며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에 이바지해 왔다. 서울문묘 및 성균관과 주요 서원 3D 정밀 측량, 조선시대 왕실 유물 보존처리 지원, 4대 고궁 보존 관리,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및 종로구 소재 이상의집 새단장 후원 등 중요 문화유산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 2017년 외국계 기업 최초로 문화유산보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