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이 지난해 매출 3917억원, 영업이익 256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11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5%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내려앉은 2561억원이다.

고무적인 성적이지만 지난해 당기 순손실이 2054억원으로 돌아서 눈길을 끈다. 영업이익에서 영업 외 순이익을 뺀 당기 순이익은 기업이 실제 가지고 가는 순수입이라는 점에서 ‘마이너스’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의 2017년 당기 순이익은 4272억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빗썸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이 2054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공시를 준비하고 있는 업비트의 두나무는 지난해 약 1000억원 수준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를 대표하는 양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희비를 가른 이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빗썸 실적. 출처=빗썸

암호화폐 업황악화...거래소는 달랐다?

현재 암호화폐 업계는 지독한 불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리플, 에이다, 라이트코인 등 대부분의 알트코인의 시세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으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기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한국IoT블록체인기술연구조합 등 4개의 협단체와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등 2개의 연구센터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부가 블록체인을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반기술의 하나로 인식하고 블록체인 활성화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암호화폐 활성화에 대해서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부정적 측면으로 더 많은 긍정적 측면이 함께 도외시 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암호화폐 업계의 겨울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를 대표하는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엇갈린 실적이 화두다. 빗썸은 울었고, 업비트는 웃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빗썸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 이유로 조직의 효율성 미비, 강력한 마케팅의 후폭풍을 거론하고 있다.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편 강력한 마케팅 집행에 따른 비용 증가가 당기 순손실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빗썸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1356억원에 이르며 빗썸은 사세 확장에 따른 인프라 비용의 증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업 외 비용으로 잡힌 3819억원은 빗썸이 보유한 암호화폐 평가손실이며, 이는 영업비용보다 액수가 높지만 전반적인 업황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타격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빗썸 특유의 수수료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빗썸 관계자는 "원화 입출금 기반 수수료를 책정하는 다른 일부 거래소와 달리 빗썸은 암호화폐 기반 수수료를 책정하며,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업황 악화가 겹친 상태에서 회계에 반영되며 당기 순손실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비트가 지난해 1000억원 수준의 당기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마케팅 비용 최소화가 꼽힌다. 업비트는 2017년 12월부터 거래은행과의 협의 문제로 신규 고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마케팅을 단행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월과 2월 암호화폐 활황기 당시의 성과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업비트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상태에서 지난해 1월과 2월 거래량이 폭증하며 상당한 이윤을 창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지난해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0억원의 당기 순이익 중 대다수가 지난해 1월과 2월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의 유연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조직이 아닌 빠르고 기민한 조직 구성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며 비즈니스에 나선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가 제출한 연결 감사보고서에 나온 두나무의 실적은 다소 변동이 있을 것”이라면서 “카카오 연결 감사보고서에 확인된 두나무 매출보다 실제는 약간 높을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두나무 공시는 12일 있을 예정이다.

빗썸의 위기돌파...성공할까?

빗썸은 지난해 당기 순손실 2054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러한 현상이 당장의 위기론으로 불붙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빗썸은 여전히 튼튼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내부 직원의 '비정상적 출금' 행위가 벌어져 거래소 전체가 멈추는 등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반 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무리없는 확장 로드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빗썸의 위기돌파 로드맵은 가동됐다는 평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실상 직원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체질을 바꾸고 있으며, 미국에서 시리즈원과 함께 증권형토큰 거래소 설립에 나서는 등 글로벌 전략도 가동되고 있다. 키오스크 사업에도 집중하는 한편 최근에는 거래소 수수료를 올리는 초강수를 통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빗썸은 지난 3월 27일 오후 3시부터 수수료율을 기존 0.15%에서 0.25%로 올렸다.

빗썸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와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며 견조한 사업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회원 자산가치 향상과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빗썸은 금융기관 예금과 암호화폐 수량에 관한 재무실사 결과도 공개했다. 그 결과 빗썸 회원 자산은 전액 안전하게 보관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빗썸의 전자지갑에는 회원계좌의 회원별 암호화폐 수량보다 많은 수량이 보관돼 있으며, 회원의 암호화폐 수량 100%를 콜드월렛에 보관하고 있음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