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법무부는 체포된 피의자도 국선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 관련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앞으로는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체포된 피의자도 국가가 선정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법원의 관례상 기소가 이루어지는 사건의 70~80% 이상에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있다는 점,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않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압 수사 논란이 여전히 그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는 검찰에 의해 기소되어 재판받는 ‘피고인’에 대해서만 법률적 조력을 하고 있는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변호사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은 제도 도입의 당위성 자체가 문제다. 정부는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가 주요 선진국이 이미 도입하고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나, 당장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강압수사 방지를 위해 수사의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고는 있어도 국가가 나서서 변호인을 선정하지는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형사피해자에 대한 국가지원도 시원찮은 판에 한정된 재원으로 중범죄 가능성이 농후한 피의자를 먼저 구조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운영 측면은 더욱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앞서 언급한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 제도’ 이외에도 2011년부터는 이른바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 따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사 제도’도 있지만, 시중 변호사 수임료의 1/10도 되지 않는 건당 20만~30만원 남짓한 수당만 변호사들에게 주어지기에 아무래도 변호사들로서는 열정적으로 ‘국선사건’에 임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는 기존 국선변호인 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에게 국가로부터 ‘적은 돈’을 받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소위 ‘문재인 케어’와도 닮아 있다. 지금의 의료체계 하에서는 ‘급여수가’에서 손해를 보고 ‘비급여수가’에서 이익을 내어 병·의원이 운영되는 것과 달리, 앞으로는 ‘비급여항목’ 대부분이 ‘급여항목’으로 편입되면서 병·의원의 적자운영, 그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상에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는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든 변호사, 의사가 박준영 변호사, 이국종 교수처럼 열정페이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으로 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 이익에 대한 관심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이기심 덕분에 사회적 부는 증가한다’던 시장경제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의 말처럼, 시장경제질서에서 경제적 이윤을 추구해 돈을 벌겠다는 구성원의 본능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책기조는 변호사, 의사의 이기심에 대해서만 유독 엄격한 도덕주의를 들이대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지만 인센티브 없는 변호사, 의사에게 과연 질 좋은 전문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시장의 현실은 참혹하리만큼 냉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