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며 로봇의 활약상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국내만 봐도 삼성전자가 올해 초 첫 로봇을 공개했으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상반기 지원할 44개 연구관제 중 로봇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에 집중해 생활가전의 로봇화를 추구했으며, ICT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도 CES 2019를 통해 네이버랩스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5G 시대가 도래하며 로봇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영혼이라면 로봇은 영혼을 담는 초월적 육체로 거듭나며 스마트팩토리부터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될 조짐입니다.

이 지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세계 최초의 로봇 호텔로 유명한 일본의 헨나호텔이 최근 총 234개의 로봇 직원 중 절반을 해고했기 때문입니다.

헨나호텔은 모든 직원을 로봇으로 대체한 바 있습니다. 손님의 짐을 들어주거나 방 청소를 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초반 이를 신기하게 여긴 투숙객들이 모여 호텔은 대성황을 누렸다고 합니다. 인기에 힘입어 헨나호텔은 2015년 7월 나가사키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16곳에 분점을 세웠습니다. 호텔 경영진들은 로봇 직원이 사람 직원보다 더 일을 잘 수행했고, 임금을 지불할 필요도 없으니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지속성에 있었습니다. 로봇 직원들이 시간이 지나며 잦은 고장에 시달렸고, 이를 수리하고 보완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심지어 투숙객들의 요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엉뚱한 대답을 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호텔 경영진들은 로봇 직원의 기하급수적인 비용 증가, 그리고 투숙객들의 불만에 로봇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말았습니다.

헨나호텔의 로봇 직원 대량 해고는 무엇을 시사할까요? 일각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헨나호텔의 로봇 직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다르고, 서비스용 로봇이 아직은 완전한 기술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즉 로봇 직원은 스마트팩토리 등에서는 무리없이 가동되며 인간의 직업을 차근차근 가져가고 있으나, 아직 서비스용 로봇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이 이어질 경우 서비스의 영역에서도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유통가에서는 로봇 직원이 대거 고용되는 추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로봇 직원을 약 2000개의 매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재고를 찾는 로봇인 보사노바가 300개 매장에, 바닥을 청소하는 로봇은 최소 1500대 투입이 예상됩니다. 월마트는 로봇 직원 투입을 통해 인건비 부담 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입니다.

▲ 보사노바 로봇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일본 헨나호텔의 실패는 서비스용 로봇의 미완성에 기인하고, 이는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미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로봇 직원의 우수성이 더욱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인간의 일자리는 로봇이 대체하게 될까요?

아직은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크기도 작고, 그 성능도 제한적이라는 것이 헨나호텔의 사례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산업용을 중심으로 기술의 발전이 일어나 서비스용 로봇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면,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혹자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절대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가져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마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오픈AI의 인공지능이 태연하게 소설을 쓰고, 벌트와 같은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가 인간의 수준을 넘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