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하의 사전예약이 400만을 돌파했다. 출처=넥슨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넥슨이 올해 상반기 출시 타이틀 중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트라하’의 출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출시 이전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시작한 사전예약은 400만명을 돌파했다. 트라하의 경우 ‘오리지널’을 키워드로 앞세우며 진정한 MMORPG를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넥슨은 게임의 기본 설치 용량만 5GB이며, 최소 갤럭시S7, 아이폰6플러스 이상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바일에서도 방대한 콘텐츠와 수준급 그래픽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여러 모바일 MMORPG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기존 강자들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기대작 트라하의 행보는 다를지 관심이 모인다.

“오리지널 이라는 말이 트라하를 가장 잘 설명한다”

트라하는 지난 2016년 모아이게임즈가 설립된 이후 약 3년간 개발한 게임이며, 넥슨이 서비스를 맡았다. 

모아이게임즈 이찬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트라하 출시 간담회에서 “독창적인 시도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MMORPG를 만들 것이며, 오리지널이라는 단어가 트라하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아이게임즈가 추구하는 MMORPG 본연의 재미는 불특정 다수가 게임을 통해 만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의도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트라하의 특징으로 제시한 요소들을 살펴보면 편리함보다는 ‘몰입’에 초점을 맞췄다는 걸 알 수 있다. 유저가 전투를 지켜보지 않고 직접 조작하고 게임을 하는 모든 순간에 고민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컨텐츠를 설계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자동사냥 플레이를 가능한 지양하고 수동사냥을 권장한다. 이를 위해 수동사냥 시에 경험치를 최대 2~3배 가량 더 얻을 수 있게 한다. 스킬시스템을 이용해서 잘 수행하는 정도에 따라 보너스를 주는 방식이다. 물론 자동사냥 기능은 탑재돼 있다.  

트라하는 퀘스트(임무)를 수행하며 정해진 동선과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났다고 넥슨은 설명했다. 유저들은 원하는 지역에서 하고 싶은 퀘스트를 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여의도 면적 16배에 달하는 넓은 오픈필드 맵이다. 넥슨 모바일사업본부 최성욱 부본부장은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면서 “남이 하는 게임을 관람해도 재미를 느낄 정도로 그래픽과 게임성이 좋아야 선택받을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모아이게임즈는 RvR 콘텐츠에 힘을 줬다고 언급했다. 게임 내 진영인 불칸과 나이아드의 대규모 진영전을 통해 전투의 즐거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트라하 스토리 자체의 목표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트라하는 클래스(직업)의 경계를 허물며 기존 게임과 차별화 했다. 무기를 교체하면 실시간으로 직업이 변한다.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이다. 이용자는 무기를 바꿀 때마다 변화하는 스킬 매커니즘을 고려해 대검, 쌍검, 활, 방패, 너클, 지팡이 총 여섯 종류의 무기 중 세 가지 무기를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

모아이게임즈 이찬 대표는 "인피니티 클래스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클래스를 성장시킬 수 있다"며 "딜러의 경우 광역 딜러와 암살형 딜러, 힐러의 경우 하이브리드 힐러, 퓨어 힐러 등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트라하' 인피니티 클래스. 출처=넥슨

처음 본 게임인데 유명하네? 마케팅 힘줬다

트라하는 지난 2월 출시 간담회를 진행한 당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넥슨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영향을 줬다.

넥슨은 이날 공개된 '영웅의 이야기' TV CF를 공개했는데, 등장 인물로 ‘토르’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를 기용했다. 몸값이 상당한 글로벌 톱스타를 모델로 채용한 셈. 영향력은 컸다. 해당 영상은 공개 2주일 만에 조회수 500만건을 기록했고 이후 공개된 후속편 또한 3일 만에 조회수 300만건을 돌파했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도 단행했다. 11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19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대도서관’,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테스터훈’ 등이 지난해 11월 열린 게임 축제 지스타에서 트라하의 시연을 맡았다. 지난 8일 대도서관은 걸그룹 에이핑크 윤보미와 트위치를 통해 90분간 트라하 시연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는 12일에는 유튜버 머독(구독자 62만명)과 테스터훈이 트위치에서 트라하를 직접 시연한다. 통상 구독자 100만명 이상은 ‘톱유튜버’로 분류된다. 한 SNS 마케팅 업계 전문가는 “대도서관급의 인플루언서들은 채널에 광고 영상 하나만 올려도 금액이 최소 수천만원이고, 이동해서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 비용은 더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 트라하 대표 이미지. 출처=넥슨

기존 게임 아성 누를까?

이미 시장에 나온 모바일 MMORPG들이 많다. 그중 매출액 기준 장기적으로 순위권에서 흥행하고 있는 게임으로는 리니지M,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 뮤오리진2 등이 있다. 모두 트라하의 경쟁 상대다. 

기존 흥행 게임들은 원작 IP(지식재산권)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웹젠의 ‘뮤’ 등이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검은사막을 제외하면 2000년대 PC 온라인 게임 시장의 전성기 때 모두 이름을 날린 게임들이다. 이들 게임은 게임성과 별개로 향수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트라하는 오리지널 IP다. 처음 보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트라하가 기존의 명성을 등에 업지 않고 선전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PC 게임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시장공략에 유효할지도 관건이다. 이 같은 이슈는 모바일 MMORPG 시장에서 꾸준히 회자된다. 단적인 예로, 자동사냥이 좋은가 수동사냥이 옳은가, 육성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실시간 플레이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인가 등이 있다. 최근 ‘수동사냥을 통한 액션성을 강조한 하운드13의 ‘헌드레드 소울’이 주목을 받은 것도 그런 이슈와 관련이 있다. 세부 컨텐츠를 차치하고, 트라하의 방향성은 후자에 있는듯 보인다. 다만 단순히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평가만 좋아서는 곤란하다. 매출로도 이어져야하는 숙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