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시장은 17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통상 회사채 시장은 연초효과가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은행보다 회사채 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전년을 크게 뛰어넘는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회사채시장에서 우량기업들의 흥행이 잇따르자 비우량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이어졌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은행(IB)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초대형 IB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대출, 실물투자를 늘리면서 주식 기반의 운용자산 성격이 ‘기업금융’ 기반으로 바꾸고 있다. 증권사들은 운용수익을 늘리고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회사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16조9520억원이다. 지난2012년 4월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1분기 중 사상 최대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비우량 회사채를 대거 사들인 2009년 기록을 뛰어넘었다.

SK그룹(3조4155억원)과 LG그룹(1조8900억원)은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을 견인했다. 이어 롯데그룹(1조4800억원), CJ그룹(1조1500억원), 현대차그룹(1조862억원)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 올해 1분기 회사채시장은 연초효과를 뛰어넘어 대규모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기업들을 채권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바로 ‘금리’다. 지난해 1월 AA-(무보증3년)등급의 채권금리는 2.6%대였다. 2월과 3월에는 소폭 올라 2.8%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금리가 최대 0.7%포인트까지 떨어지면서 2.2%대의 기조를 이어갔다. BBB-(무보증3년)등급의 금리도 8.3%대로 전년 동기(9%대)보다 낮은 기조를 유지했다. 이달 기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는 연 3.56%로 AA-(3년무보증) 기준 1.3%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 올해 1분기 금리는 지난해 보다 소폭 떨어지면서 은행의 기업 대출금리 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기관투자자들은 금리가 추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자 경쟁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섰다. 회사채 청약 경쟁률은 지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4대1을 돌파했다.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사상 최고의 경쟁률이다. 조달 목적도 기업들은 시설투자, 운영자금, 차환자금 등 기업의 직접적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SK매직도 지난달 7대1을 웃도는 수요를 모았다. 공모채의 넘치는 수요는 사모채 시장으로 넘어갔다. LG전자는 지난 3일 15년에 이르는 장기채를 2.7%대에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LG전자가 지난 2월 발행한 15년물 공모채(2.954%) 보다 낮은 이율이다.  

장기물도 인기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 회사채 값이 1년 새 10% 안팎으로 급등하는 등 채권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기업들에게는 낮은 금리로 차입구조를 장기화해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뜨거운 회사채시장 열기에 증권사들의 회사채 주관 경쟁도 불이 붙었다. 최근 인수합병(M&A)나 기업공개(IPO) 이슈가 줄어들자 국내 IB업계는 기업대출, 실물투자를 늘리면서 주식 기반의 운용자산 성격이 ‘기업금융’ 기반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회사채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 올해 1분기 회사채시장 일반회사채 발행 순위. 출처=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지난 1분기 가장 많은 채권을 발행한 곳은 KB증권(4조1613억원)이다. NH투자증권(3조9872억원), 한국투자증권(1조7679억원), 미래에셋대우(1조1883억원)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중형 증권사 중에선 SK증권만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케이비증권에, CJ그룹은 NH투자증권에 일감을 맡겼다. SK그룹, 롯데그룹, 현대차그룹은 IB들의 각축전을 벌이는 곳으로 바뀌었다.

1분기 회사채 시장을 견인한 TOP5 기업들과 가장 많은 딜을 성사시킨 곳은 KB증권(3조1855억원)과 NH투자증권(2조6860억원)이다.

▲ 1분기 회사채발행 상위 5위 그룹이 선택한 주간사. 출처= 채권정보센터

IB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활성화 된 것은 우량기업뿐만 아니라 비우량기업들에게 자금 조달이 이뤄져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면서 “그러나 두산처럼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도 공모회사채가 발행되면 비우량기업들 사이에서 크레딧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그룹사별 일반회사채 발행 상세내역. 출처=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