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AI(인공지능)가 글로벌 주류 ICT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이는 5G와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의 중심으로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없으면 미래 ICT 동력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왔고,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을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강 인공지능의 도래까지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빠르게 스며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공지능의 개인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아직 스스로 추론하고 의사를 결정하며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취합해 분석한 후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초기 인공지능 시대에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원시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도하는 오픈AI의 벌트(BERT)는 현존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에 몇 가지 업그레이드만 단행했으나 인간 이상의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으며, 몇몇 인공지능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의 영역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물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즉, 현재의 인공지능은 아직 공상과학영화 수준은 아니어도 몇몇 분야에서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이정표들을 세우는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몇몇 기업이 인공지능의 개인화 키워드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끕니다. 모바일 시대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거대 플랫폼에 모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에도 만족했던 우리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나며 ‘나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만나는 순간입니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업계의 큰 손들은 개인화된 인공지능 서비스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아직 인공지능 자체가 방대한 데이터의 운용과 조합에 집중됐고 그 이상의 가치는 간헐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개인화 사용자 경험은 이미 상당부분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인공지능의 개인화 로드맵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11일 모바일 화면에 뉴스, 콘텐츠, 커머스 등 곳곳에 고도화된 인공지능 추천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네이버의 첫화면에서는 이용자 연령에 따라 각국 증시와 환율 및 추천 웹툰 등 관심정보들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화면을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홈커버’ 기능에 대한 이용자 반응도 좋다는 설명입니다. 홈커버 기능은 1020 이용자가 61%로 가장 많이 사용하며 성별의 경우, 20대 여성 이용자가 51%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이 인공지능 개인화 작업에 나선다. 출처=네이버

네이버가 부쩍 집중하고 있는 커머스 기능에서도 인공지능 개인화 전략이 강하게 작동할 예정입니다. 현재 웨스트랩의 ‘뭐하지’판과 ‘트렌드’판에서는 개인의 관심사 또는 장소, 연령별에 따라 추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반기 중 웨스트랩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쇼핑추천기술인 Aitems가 확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LG전자는 지난 9일 4G 전용 LG G8 씽큐와 5G 전용 LG V50 씽큐를 공개한 가운데,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4개의 키워드로 끌어내며 그 중심에 인공지능 개인화 로드맵을 강조했습니다. 맞춤형 지능화 서비스는 검색을 할 때 ‘언제’,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조건을 조합해 정확한 명칭을 몰라도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설명입니다.

▲ LG전자의 Q보이스가 보인다. 출처=LG전자

인공지능 개인화와 음성 인터페이스의 찰떡궁합

글로벌 ICT 기업은 물론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인화 로드맵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타깃의 정밀한 확보, 가두리 생태계, 음성 인터페이스와의 시너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타깃의 정밀한 확보는 인공지능 개인화 로드맵의 일차 지향점입니다.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그에 맞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전달하는 순간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광고를 단행할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차별 광고를 벌이는 것보다,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보유한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이 유리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인공지능이 유연하게 수행한다면 새로운 가능성 타진의 기회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집니다.

자연스럽게 고객을 특정 플랫폼에 묶어둘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이 지향하는 최종 지향점도 결국 고객 이탈을 최대한 막는 자사 생태계 강화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인공지능의 개인화는 강력한 ‘락 인’ 장치가 됩니다.

음성 인터페이스와의 시너지도 눈여겨 볼 포인트입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며 초반 인공지능 스피커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음성인식 성공률, 간결한 인터페이스가 담보되어야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음성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 개인화의 상관관계입니다. 카카오미니가 사람에게 편하게 말을 하는 것처럼, SK텔레콤의 누구가 전화와 빠르게 연결되며 일상속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최초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음성 인터페이스는 매우 중요한 도구로 여겨집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은 음성 인터페이스의 특징입니다. 사실 음성 인터페이스만큼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도 없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의 웨이브를 두고 동시에 두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제대로 이행될까요? 아닙니다. 초반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철저히 음성 인터페이스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고, 음성 인터페이스라는 도구는 원래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담보합니다. 즉 목소리와 음성은 ‘하나’로 작동되어야 하며 인공지능 시대 초입을 연 인공지능 스피커가 등장하는 순간 인공지능의 개인화 로드맵은 일종의 숙명처럼 작동할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인공지능 개인화 로드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모두 음성 인터페이스와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는 시기의 문제일 뿐. 인공지능 개인화 트렌드는 만개하기 시작한 인공지능 음성 인터페이스와 만나며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월 어도비가 발표한 ‘어도비 애널리틱스: 2019 보이스 리포트’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음성 인터페이스의 결합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콜린 모리스 어도비 애널리틱스 담당 이사는 “개인화 인공지능이 인공지능 기반 음성 기능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시와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음성은 하나의 주체를 전제합니다. 어쩌면 인공지능 개인화와 음성 인터페이스의 만남 자체가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