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세상에, 이번 위기는 정말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이게 한 번이라도 회사에 전례가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이런 위기는 처음이었거든요. 이렇게 상상할 수도 없는 위기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발생한 위기에 대해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다고 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있습니다. 물론 해당 위기가 매우 낯설고, 독특하게 발화되어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상할 수 없었다’는 말은 실제와 조금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상상할 수 없었다’라기보다는 ‘상상해 보지 않았다’는 말이 좀 더 맞는 말 아닌가 합니다. 평소 제대로 상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위기가 발생할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장기간 위기관리 업무를 해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대부분의 위기는 예상 가능합니다. 정확한 발화 시점이나 계기만 모를 뿐,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라는 것은 언제(When)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상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일반적이지 않게 보입니다. 누구나 죽지만, 그 죽는 시점이 언제고, 어떻게 죽는가를 우리는 모를 뿐입니다. 위기와 위기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위기이건 언젠가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에 맞추어 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입니다.

상상 못했다는 말은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의 위기사례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사에 전례가 없었다고 해서 타사에도 전례가 없었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평소 타사의 사례들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면, 예상치 못했던 위기라도 상상도 못했던 위기라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은 스스로 터지지 않습니다. (상상도 못한) 일이 터졌다고 했는데요, 그 또한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일은 스스로 터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일(문제)은 사람이 터뜨리는 것입니다. 위기 속에 사람이 없는 위기는 극히 드뭅니다. 위기는 사람이 터뜨리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사람을 관리하는 것을 곧 위기관리라고도 합니다.

정리를 해볼까요? 상상도 못했다는 말은 우리가 상상하지 않았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 다른 기업에 발생한 위기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십시오. 스스로 위기관리에 전반적으로 무관심했다는 고백 외에는 그런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이런 위기를 예상은 했는데, 이런 시기에 이런 방식으로 발생할지는 미처 몰랐다는 정도면 비교적 나은 표현이 되겠습니다. 전자와 후자의 표현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일은 사람이 터뜨리기 때문에 평소부터 사람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십시오.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지속적으로 새롭게 상상하고, 타사 사례들을 잘 살피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자사 인력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바랍니다. 그것이 평시에 마땅히 해야 하는 위기관리입니다. 대비만 잘하면 진짜 상상 못했던 위기라 할지라도 관리할 수 있음을 믿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