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에는 쓰레기지만 내 눈에는 보물이라고 했듯이, 누군가에게 쓸모없어서 버리는 물건들을 다른 주민들이 가져다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낯설지 않다.

현대판 ‘넝마주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들은, 물가 비싸고 부자 많기로 소문난 샌프란시스코에서 남들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나오는 값진 물건들로 생활을 연명해가는 사람들이다.

보통 넝마주이라고 하면 판자촌이나 빈민가를 연상하기 마련인데, 미국 내에서도 부촌으로 소문난 샌프란시스코에 넝마주이가 있다는 것은 의외다.

실제로 넝마주이 관련 단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곳은 남미나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으로 대체로 저개발국가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물가가 비싼 동네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주택들의 81%가 1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 가격을 자랑한다.

미국 전체에서 100만달러 이상의 주택 숫자는 불과 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샌프란시스코에 얼마나 많은 고급 주택들이 몰려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택 매매가뿐만 아니라 임대 가격도 비싸서, 아파트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을 제치고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세가 가장 비싼 도시로 꼽혔다.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방 1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제일 비싼 도시로서, 집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홍콩과 런던을 모두 제치고 1위 자리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원베드룸 아파트의 매매 중간가격은 90만달러(한화 약 10억원)이고 일반 주택의 가격은 160만달러(한화 약 18억원)인데, 향후 5년 내에 1베드룸 아파트의 가격은 100만달러 이상, 주택 가격은 300만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비싼 집값은 샌프란시스코에 부자가 많다는 증거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의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몰려있는 IT기업 종사자들의 연봉 중간값은 14만2000달러(한화 약 1억6223만원)나 되지만 이들의 60%는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뉴스에서 회사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IT기업 신입사원이나 트럭을 개조한 차량에서 사는 직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넝마주이가 대거 등장한 것도 비싼 집값으로 인해서 살 곳을 찾지 못한 노숙자들이 크게 증가하는 동시에, 수백만달러의 고급 주택은 계속 증가하는 양극화 때문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물건을 찾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수백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쓰레기 수거를 위해서 집 앞의 인도에 내놓은 쓰레기통을 뒤져서 쓸 만한 물건을 찾아내, 이를 길거리 벼룩시장 등에 내놓아 파는 방법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쓰레기통에서 뒤진 물건이 퍽이나 값질까 싶겠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 억만장자가 3번째로 많은 지역이고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인 만큼 쓰레기통에서 나오는 물건들이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거주하는 주택이 있는 동네에서는 은으로 만든 술잔과 접시, 그릇 등이 마치 저녁 식탁에 올려놓았던 것을 그대로 버리기라도 한 듯 세트로 나오기도 한다.

사실 인도에 내놓은 쓰레기통은 집에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쓰레기 수거업체의 소유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쓰레기통을 뒤져서 물건을 가지고 가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 규정이 엄격히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처벌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촌의 주택 쓰레기통을 겨냥해서 뒤지고 다닌다.

몇 번 입지 않은 것이 분명한 유명 디자이너의 옷이나, 사이즈가 맞지 않았는지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청바지 등이 종종 샌프란시스코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다.

최신 기종이 아닌 휴대폰이나 아이패드도 종종 쓰레기통에서 찾을 수 있으며 손목시계 등은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물건들은 지역 벼룩시장에서 팔리는데 10달러 미만이 되기도 하고, 물건에 따라 수십달러에서 백달러가량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