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터치해 주세요.”

오늘 점심에도 만난 패스트푸드 매장에 키오스크가 하는 첫마디, 화면을 터치해 주세요. 빠르게 화면을 눌러서 주문을 하고 카드를 꽂아 결제 후 주문서를 받아 들었다. 이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나 보던 주문 및 결제를 위한 키오스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무인화 커피매장이 아닌 동네 분식집, 중국집에도 도입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인건비 부담이 큰 자영업자들이 빠르게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키오스크 한 달 임대료는 고급형도 20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 기준 3일 인건비에 불과하다.

초기에 키오스크 주문을 낯설어 하던 것도 잠시, 이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너무 익숙하게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결제를 완료한다. 오히려 최근 트렌드인 ‘언택트’에 더 적합한 서비스로 보일 정도다. 주문을 잘못 듣거나, 순서가 잘못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저 ‘화면을 터치해 주세요’라는 글을 볼 수 없는 사람들, 우리가 서 있는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키오스크를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앉아서는 화면이 잘 보이지도 않고, 절대 누를 수 없는 높이에 있다. 그 화면을 아예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도 그만큼이나 존재할 것이다. 그들은 주문조차 할 수 없는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나?

누군가가 말했다. 통계에 나오는 그 수많은 장애인이 일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집 밖으로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제 그나마 일상을 같이 하던 사람들은 이제 키오스크라는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관공서, 은행에 설치된 키오스크에는 시각장애인용 접근 기능, 장애인을 위한 하단 화면 분할 등의 기능이 도입되어 있다. 왜 거기만 설치되어 있을까? 은행이나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친절해서가 아니다. 2015년부터 정부에서 키오스크에 장애인 접근성 규격을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오스크의 일반 매장 설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현재 민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그 숫자를 파악하지도 않고 있으며 당연히 어떤 형태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매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중에 접근성을 소프트웨어로 어느 정도는 보완이 가능하겠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키오스크를 한번 설치하고 나면 비용 문제로 재설치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빠르게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 부분을 법제화해야 한다. 이미 공공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KS X 9211)’이 국가 표준으로, ‘금융자동화기기 접근성 지침 1.0(KCS.KO-09.0040)이 정보통신단체 표준으로 있는 만큼 그 표준을 빠르게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키오스크에 음성 인식 기능을 추가하고, 화면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정도의 기준을 우선 적용하여 최소한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매장에 늘어선 키오스크에서 “화면을 터치하시거나 원하는 주문을 말씀해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