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토론회 후 집회를 연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이 분양전환을 시작하면서 입주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전환 분양가 산정 당시의 감정평가액을 두고 잦은 시위와 국회 토론회 등이 열리며 실질적인 대안 찾기도 분주하다. 이와 달리 분양 주체인 LH공사, 국토교통부 등은 위헌소지 등을 이유로 맞서고 있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이하 10년공임연합)는 9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시 분양가 산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5년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처럼 공공성을 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다른 두 사업은 원가연동제 방식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데 반해, 10년형 아파트만 시세 감정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별도의 법을 따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공공택지에서 서민에게 분양한다는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10년공임연합’ 측은 주장했다.

5년 전환은 ‘로또’ vs 10년형 전환은 ‘빚부담’, 분양가 산정기준 다른 이유는?

이 같은 상황은 ‘주변 시세’에 따라 분양가를 산정하는 임대주택법이 촉발한 측면이 크다.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0항 및 시행령 제13조 5항’과 ‘시행규칙 제9조’에 따르면, 공공건설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은 임대의무기간이 10년인 경우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임대의무기간이 5년인 경우의 분양전환가격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대주택의 건축비와 택지비를 기준으로 분양전환 당시에 산정한 해당 주택의 가격에서 임대기간 중의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 이내에서 조정된다.

쉽게 말해 10년형의 경우 분양전환가의 최대치가 주변 시세에 맞먹는 수준으로 책정된다. ‘감정평가금액’의 기준이 주변 시세에 맞춰있기 때문에, 시세 변동에 따라 임차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도 치솟을 우려가 있다.

반면 5년형은 지을 때의 금액과 전환할 때의 금액 중간선에서 지금까지 해당 주택에서 살면서 감가상각된 가격이 빠지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분양전환가 책정과 관련해 시세가 대폭 하락하거나 분양가도 따라 하락할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처음 임차 받고 10년이 지난 뒤 분양가와 시세가 하락하는 사례는 좀처럼 예상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해당 문제의 출발점은 ‘시세’에 따른 분양전환가 책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에게 소유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도 읽힐 수 있다. 이미 ‘원가’를 지불한 임차인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면, 그 이상의 이득을 왜 LH와 국토부가 가져가느냐는 논리다.

▲ 폐회사 중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토론회 패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더구나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이상 폭등현상을 겪으면서 부담해야 할 분양전환가 역시 몇 배 뛰었다는 게 10년공임연합 측이 토로하는 내용이다. 같은 원가연동 규정을 적용받는 공공분양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지난해와 올해 속칭 ‘로또 분양’ 논란을 낳기도 했다.

‘10년공임연합’ 측의 논리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이상의 대형으로 구성된 북위례 지역 ‘위례포레자이’는 비록 무주택자에게 분양 우선권이 주어졌지만 실질적으로 수억원을 호가하는 분양가(단위면적 3.3㎡당 1820만원)를 부담할 계층이 ‘부자’들에게 한정되고 있다. 반면 동일한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LH공사의 중소형 분양전환 주택은 시세 감정가액이 2500만~3000만원에 이르고 있어 서민에게 분양한다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같은 공공택지인 만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10년공임연합은 LH공사가 제3자 매각으로 수십조원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계산했다. 현재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분당·판교 약 2000가구, 하남시 약 6000가구, 전국에 9만7188가구가 있다.

▲ 발표 중인 김동령 10년공임연합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대안 제시 분주한 국회… 문제는 국토부·LH?

이날 국회 대강당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현희 의원의 주재로 민홍철 의원, 김병관 의원, 박광온 의원,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참여했고, 발제자로는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주양규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임대공급부장, 김동령 전국LH임대연합회 회장,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 등이 나섰다.

2019년 1월을 기점으로 가장 먼저 분양 전환을 시작한 성남시 분당구를 지역구로 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3년 도입된 10년 공공임대주택은 10년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보장하는 제도”라면서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된 2003년보다 현재 주변 집값이 크게 뛰어 분양전환을 목전에 둔 임차인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분양 전환가가 기다리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김병관 의원에 따르면 해당 지역구인 분당·판교 지역 국민임대주택 기준으로 전용면적 59㎡의 아파트는 첫 입주가 시작된 2006년보다 현재 주변 시세가 3배 이상 급등해 방도가 없는 상태다.

▲ 올해 1월부터 분양전환을 시작한 분당판교 지역구의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국회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병관 의원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양전환가 기준을 5년형과 동일하게 바꾸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지만, 해당 의원 측이 로펌 등에 자문을 구한 결과 LH공사의 신뢰이익보다 공익실현이 우선하기 때문에 오히려 현행법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주택도시보증기금과 청약저축금액 등은 국민의 삶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10년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LH공사 등 정부 기관에 특혜가 가고 있다”면서 “반면 국토교통부와 LH 등은 국민을 위해 분양가 산정기준을 조정할 의무가 있다고 여러 보도자료와 법률을 통해 자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대안은 대체로 분양가 상한제, 5억원 초과이익 환수 등에 집중되는 모양새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령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분양전환형 임대주택 제도의 부당함을 꼬집었다. 김동령 회장은 “판교 24평 아파트의 건설원가를 부담할 때 입주민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1억2000만원을 대출받고, 자기 자본 5700만원을 들였다”면서 “일반 분양주택의 납입구조와 똑같이 대출이자에다 소유권 개념을 암시하는 재산세·종합토지세·토지계획세 등 10년 동안 6000만원 정도를 모두 임차인이 부담하면서도 소유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럼에도 공공분양과 분양전환 주택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동일하게 재당첨이 제한되고 십수년 동안 납입한 청약저축통장이 상실된다”면서 “가구당 임대운영손실로 추정되는 약 700만원을 납부할 테니 소유권을 보장하고, 처분할 때의 감가상각비도 상계 처리해 2700만원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10년 분양전환형 임대주택 주민들은 건설원가와 이자, 소유개념에 해당하는 세금까지 납부해 소유권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이미 분양 전환한 단지가 있다는 이유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계약 시 이미 산정 방식이 명시된 점, 저렴한 분양가에 전환될 경우 높은 시세차익이 일어나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해당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측 토론자로 나선 김준엽 법무법인 청은 변호사는 민홍철 의원 등이 발의한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법제처에서 검토한 “국가 제도를 신뢰해 사법상 분양전환가격 산정을 포함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이므로, 임대인(LH)의 기대는 법으로 보호해야 할 사법상의 질서이자 재산상의 이익”이라는 내용을 인용하면서 “입법자들이 공익실현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되도록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개선해야 한다”고 갈음했다.

그러나 해당 ‘임대인의 기대’에 대해 최원우 법무법인 랜드마크 변호사는, 임대사업자의 경제적 수익에 대한 기대가 신뢰보호를 받아야 할 확고한 이익이라 보기 어렵다는 골자의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하면서 “임대사업자의 기대보다 당초 임대주택법의 취지인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무주택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임대주택 제도가 임대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원우 변호사는 “여야당 의원들의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과 함께, “현재의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이 오히려 헌법상 평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가 내놓은 10년형 임대주택 분양전환 지원대책 추진안은 ▲ 임대기간의 4년 이내 연장 ▲ 감정가액을 분양전환가격으로 산정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익은 대책은 오히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10년공임연합 측은 ‘임대기간의 4년 연장’의 경우 “향후 우선 분양전환을 받지 않기로 한 임차인에 한해 기간을 연장한다고 법에 명시된다”면서 “기간 연장 대신 우선분양전환권의 박탈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정가액 산정에 대해선 “수억원을 대출로 지불하라는 의미인데, 감정가액으로 고정한다고 해도 임차인의 대부분이 저소득층인데 대출이 가능한 가구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