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이르면 이달부터 늦어도 5월 안에 국내 화장품에 ‘면세전용상품’이란 표기가 붙여질 예정이다. 면세점 업계는 상당한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에 변화가 있는 만큼 매출에 영향을 받을까 긴장 중이다. 반면 로드숍 화장품 가맹점 업계들은 현재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화장품 불법유통을 근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 화장품업체들은 대부분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면세용’을 따로 표기하고 있지 않다. 면세점에만 입점해있는 신생 브랜드를 제외하곤 로드숍에서 판매하고 있는 단일 제품에는 별도의 표기가 없는 셈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8조9602억원으로 그 중 화장품이 10조7270억원 전체의 56.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LG생활건강 ‘후’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에 우선은 대기업만 시범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화장품부터 시작해 중소기업 제품까지 단계적으로 ‘면세전용상품’ 표기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본래 화장품 업체들은 사실상 라벨링 작업에 반대 의견을 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은 이를 시행할 여력이 되지만 중소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이원화된 표시를 하려면 추가적인 비용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자율적으로 국내 판매용과 면세점 전용 화장품을 표시하기 위한 내부적인 검토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표기 방식에 따라 기업별로 다를 순 있으나 용기 디자인을 바꾸는 정도면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서 관세청과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이라도 생산 과정에서 면세점 용으로 별도의 라벨링 작업을 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모든 제품을 일괄적으로 생산한 다음 물류창고에서 면세점으로 입고되는 제품에 한에서만 스티커 작업을 해 출고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국내 화장품의 불법유통을 막는 해결책이라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ODM업계 관계자는 “라벨링이 복제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까다롭게 제작된다면 중국인에게 정품이라는 신뢰를 쌓아 매출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관세청은 이번 라벨링 도입과 함께 시내 면세점의 면세품 현장인도를 제한하고 인도장을 확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품 현장 인도제는 시내 면세점에서 산 면세품을 출국장이 아닌 현장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러나 최근 해당 제도를 악용해   유학생이나 보따리상 등이 대량 면세품을 구매한 뒤 현장에서 물건을 받고 국내에 유통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실제 면세점 직원이 국내 화장품 판매업자와 공모해 중국인 명의로 수억원 상당의 화장품을 면세점에서 구매한 후 국내로 불법 유출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해 8월부터 항공권 예약을 자주 취소하거나, 장기간 출국하지 않으면서 시내면세점에서 고액을 구매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면세품 현장인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화장품가맹점연합회(이하 화가연) 측의 주장이다.

전혁구 화가연 공동회장은 “외국인의 경우 면세점 화장품을 싼 값으로 구입 후 물건을 바로 가지는 혜택을 악용해 해외로 가져가지 않고 국내시장으로 유통시키고 있다”면서 “국내에 유통된 제품은 온라인 몰에서 싼값에 판매되고 있어 가맹점들이 제일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화가연 관계자는 “담배와 같이 면세품 화장품 용기와 포장상자에 국내 시판 화장품과 명확히 구분될 수 있도록 면세품 표시를 한글과 영문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화가연의 입장에 면세점 업계는 잔뜩 긴장 중이다. 혹여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면세품 현장인도를 금지하면 외국인의 쇼핑 빈도가 낮아져 매출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내면세점의 면세품 현장인도를 제한하면 공항이나 항만에 위치한 인도장에서 받아야한다. 이는 곧 인파가 붐벼 심한 혼잡이 나타날 수 있고, 인도장의 줄이 길어지거나 상황이 혼잡해지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따리상이 면세점의 큰 매출 핵심인 이들이 면세점용 라벨링된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면서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공항 면세품 인도장은 대량으로 구매한 화장품을 포장물은 버리고 제품만 따로 챙기는 보따리상들로 가득한데, 시내 면세점의 현장인도를 없애면 인도장의 면적을 넓혀도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곧 면세점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구매 자체를 꺼리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