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미·중 경제지표 호조와 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상존하면서 뉴욕 주식시장 3대 주요지수가 혼조세를 보였다. 영국 브렉시트 문제와 리비아 내전 등의 지정학적 요인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0.32%(83.97포인트) 하락한 2만6341.02를 기록하며 거래 종료됐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전일 대비 0.10%(3.03포인트) 상승한 2895.7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0.19%(15.19포인트) 오른 7953.88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11개 업종 중 5개 업종이 하락세를 보였다. 유틸리티(-0.73%), 부동산(-0.50%), 산업(-0.44%), 커뮤니케이션 서비스(-0.15%), 건강(-0.02%)가 내렸다.

에너지(0.49%), 필수소비재(0.43%), 기술(0.41%), 재량소비재(0.39%), 금융(0.15%), 소재(0.05%) 등 6개 업종은 올랐다.

종목별로는 미국 기술주의 대표 격인 ‘팡(FAANG)’주가 혼조세를 보였다. 넷플릭스 주가가 1.12% 내려갔다. 페이스북 주가는 0.45% 내려갔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도 0.26% 하락했다. 반면 애플 주가는 1.57% 올랐고, 아마존 주가는 0.68% 상승했다.

반도체 주식도 혼조세였다. AMD가 1.55% 떨어졌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0.97% 하락했고, 웨스턴 디지털도 (Western Digital) 0.86% 하락했다. 반면 엔비디아(Nvidia)는 0.44% 상승했다. 인텔(Intel)은 0.14%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0.033% 올랐다.

자동차 제조기업 GM의 주가는 0.31% 올랐다. 수출에 영향을 크게 받는 보잉(Boeing)은 4.44% 하락했다. 수출에 영향을 받는 캐터필러(Caterpillar)는 0.38% 하락했다.

보잉 하락 원인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등급을 구매에서 중립으로 변경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보잉사의 737 맥스 제트기 생산이 6개월에서 9개월 가량 지연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737 맥스 비행기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보잉은 센서 오작동 때문에 발생했다고 결함을 인정했다.

금융주인 씨티그룹은 0.79% 올랐다. JP모건체이스는 0.32% 상승했고, 웰스파고는 0.21% 상승했다. 보험회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은 0.40% 하락했다.

시장은 이날 혼조세가 최근 주가 상승세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요3대지수는 미-중 무역회담 진전 기대감과 미국, 중국의 3월 고용지표 회복세에 따라 대체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이번주부터 본격 시작되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업 실적 발표를 대기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피터 카르딜로 스파르탄 캐피탈 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투자자들이 1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실적 우려로 인해 강세 흐름이 중단됐다”라고 분석했다.

월가는 이번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보제공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 500지수에 편입한 기업들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2%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이 맞다면 지난 2016년 2분기 이후 S&P 500의 첫 수익 감소인 셈이다.

반면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리사 에릭슨 US뱅크자산운용의 투자 책임자는 “기대치가 매우 낮아졌고 경제 지표도 고점을 이어가는 데다 저금리 여건 등도 있어 우리는 기업 실적을 조심스럽지만 견실하게 본다”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와 리비아 내전 우려 등의 지정학적 요인도 투자심리를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오는 6월 말까지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했다.

도날트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브렉시트를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EU는 오는 10일(현지시각) 정상회담에서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논의할 방침이다.

리비아 내전도 영향을 줬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해온 반 정부군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최근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했고 현재 국제공항 장악중이다. 이에 통합정부군(GNA)도 반격에 나섰다. 이와 같은 상황에 현재 미군도 일부 철수한 상황이다.

크레이그 존슨 파이퍼제프리 수석 시장 기술분석가는 “시장이 현재 경제 전망과 지정학적 배경 속에서 프리미엄이 붙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높아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