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과 낑깡 1991, 캔버스에 유화, 65.2×53㎝(Egg & Kkingkkang 1991, Oil on Canvas, 65.2×53㎝)

정물화에서 소재는 대체로 화면의 중심에 집중되고 있다. 의도적으로 조밀하게 모아놓음으로써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듯이 보인다. 물론 소재들이 겹쳐짐에 따라 뒤쪽에 놓이는 소재의 경우에는 그 형태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나의 덩어리를 전제로 하는 소재의 집중화라는 독특한 구성 및 구도는 이미 모란디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소재를 화면 중심에 집중화시킴으로써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 드라이플라워 1991, 캔버스에 유화, 65.2×50㎝(Dry flower 1991, Oil on Canvas, 65.2×50㎝)

소재의 집중화는 사뭇 의도적이다. 자연스러움을 배제한 인위적인 구성이라는 혐의가 짙다. 정물화 그 자체가 인위적인 구성임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경우에는 가능한 한 소재하나 하나가 갖고 있는 형태적인 아름다움이 개성을 발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 및 통일을 모색하는 일반적인 정물화의 구성적인 습속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재의 배치방식은 필연적으로 이지적인 해석을 기다리게 된다. 소재 하나 하나의 형태미보다는 서로 다른 소재들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지는 선의 변주를 주시하려는 것이다. 하나의 덩어리 속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선의 변화는 그림에 시각적인 활력과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소재의 집중화는 다른 측면에서도 연구대상이다. 다시 말해 그의(ARTIST KOO CHA SOONG,具滋勝,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작가,구자승 화백,KOO CHA SOONG)작품 중에서 다른 소재들을 화면중심에 모아 놓은 구도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소재의 배치방식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점은 전체적인 화면과의 비례가 균형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는 사실이다.

△글=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