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회자되는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ICT 업계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자사의 비즈니스에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구독경제는 기존의 렌탈 비즈니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큰 틀에서 공유경제의 방식론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 그 근원과 핵심 키워드를 살펴보자.

무엇이 다른가
사실 구독경제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는 비즈니스다. 무언가를 구독하는 행위는 신문을 구독하거나, 매일 아침 우유를 받는 등 다양한 패턴으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 요금을 지불하면 이동통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통신요금도 큰 틀에서는 구독경제의 범주로 넣을 수 있다.

여기서 구독경제를 구성하는 또 다른 가지 중 하나인 렌탈 비즈니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렌트카나 정수기 등 월정액 기준으로 무언가를 빌려서 사용하는 서비스인 렌탈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구독경제의 범주에 속하면서도 소유의 개념이 아닌 렌트, 즉 빌리는 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와 약간의 접점이 있다.

즉 구독경제는 특정 금액을 내고 마음껏 서비스를 즐기는 것이며, 렌탈 비즈니스는 특정 금액을 내고 마음껏 서비스를 즐기지만 해당 서비스와 상품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다. 전자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삶에 녹아든 비즈니스의 형태며, 후자는 정해진 재화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작동하는 공유경제의 '방식'을 활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구독경제, 렌탈 비즈니스=공유경제'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유경제는 한정된 재화를 최대한 알뜰하고 의미있게 소비하는 것이 목표지만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는 소비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재화 창출이 목표며, 특히 렌탈 비즈니스는 자기가 보유한 자산과 대비해 더 큰 가치의 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표피는 공유경제의 핵심인 '재화의 공유'를 따왔으나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재화를 빌려간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점이 존재한다.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의 차이점을 확인했다면, 이제 최근 회자되는 구독경제를 알아볼 차례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구독경제는 가두리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구독경제, 렌탈 비즈니스와 교집합을 가지지만 백엔드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플랫폼 환경을 개인화에 가깝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리하자면 전체 구독경제는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차이점을 간파하는 것이 진짜 구독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다.

▲ 헬스클럽은 구독경제의 표본이다. 출처=갈무리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
구독경제의 판을 이해하려면 구매자와 판매자,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로 비즈니스의 판을 나눠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벌어지는 서비스와 열망의 방향을 읽어야 한다.

전통적인 구독경제는 판매자가 서비스나 재화를 창출해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서비스나 재화는 크게 이동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 헬스클럽을 예로 들자면, 사업자는 헬스클럽을 건설한 후 구매자들을 모으게 된다. 헬스클럽은 구매자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 위치해 있다.

헬스클럽 사업자, 즉 판매가 큰 수익을 얻으려면 어떤 비즈니스를 펼쳐야 할까? 최대한 많은 구매자, 고객을 모은 후 그들이 최대한 시설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구매자들이 헬스클럽이라는 서비스를 구독하며 정기금을 납부한 상태에서 헬스클럽에 찾아오지 않으면 시설 유지비나 고객 응대비 등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전통적인 구독경제다.

렌탈 비즈니스도 월정액 등을 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구독경제의 틀에 있다. 다만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다른 점은 서비스와 상품의 방향성이다. 일반적으로 렌탈 비즈니스는 판매자가 직접 구매자를 찾아가는 방문판매 형식이 많으며, 이 과정에서 서비스와 제품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흐르게 된다. 정수기를 렌트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아파트나 주거지역 중앙에 설치된 정수기로 찾아가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정수기가 우리집 주방에 설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렌탈 비즈니스는 구독경제의 틀을 가지면서도 더욱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 이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통해 더욱 각광을 받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 플랫폼 방식으로 진화했다. 쏘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쏘카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기존 렌트카 업체와 큰 차이가 없으며, 단지 그 사용자 경험을 온라인으로 끌어왔다는 점만 다르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던 렌트 사용자 경험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며 더욱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으로 발전하는 장면은 고무적이다.

렌탈 비즈니스는 판매자로부터 구매자에게 서비스나 상품이 달려가는 모델이며, 이 과정에서 당연히 개인화 사용자 경험이 강조된다. 온라인은 이 트렌드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점이 핵심이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O2O 플랫폼의 만개 이유다.

여기서 공유경제와의 상관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구독경제나 렌탈 비즈니스 모두 공유경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소비하기 위한 소비의 전략이며, 당연히 이윤을 누리는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할 수 없다.

공유경제의 뿌리 중 하나로 거론되는 중세 유럽의 화덕을 예로 들어보자. 한정된 '불'이라는 자원을 개개인이 집에 설치하면 지나친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마을이 공동으로 화덕을 설치하면 사람들은 정해진 '불'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을 공용 화덕을 누군가 독점하고 사람들에게 이용비를 받는다면? 그 순간 화덕은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업이 된다. 원초적인 공유경제가 플랫폼 사업자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며,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가 공유경제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는 공유경제와 전혀 관련이 없을까? 플랫폼 사업자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빼고 특정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적 측면을 살피면 약간의 접점이 있다. 전통적인 구독경제는 한정된 재화에 많은 구매자를 끌어모으며 이는 렌탈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은 플랫폼 사업자, 즉 판매자가 존재하며 구매자가 원할 때 즉각적인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온디맨드 비즈니스가 된다. 정리하자면,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는 공유경제의 한 방식을 빌려와 온디맨드 비즈니스를 하는 플랫폼 형태다.

넷플릭스형 구독경제의 등장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 이후 등장한 넷플릭스 구독경제는 무엇이 다를까? 가두리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점과 월정액 등으로 운영되는 점은 동일하다.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넷플릭스형 구독경제에는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가 있다.

플러스 알파 중 하나는 데이터다.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는 구매자들의 패턴을 최대한 확보해 정교한 데이터 활용을 전제로 한다. 전통적인 구독경제가 단순히 판만 벌였다면, 렌탈형 비즈니스가 별 생각없이 정해진 시간에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자에게 보내는 것만 집중했다면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는 생태계 내부에서 움직이는 구매자의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시시각각 새로운 사용자 환경으로 창출한다.

비단 넷플릭스에서만 연출되는 장면이 아니다. 애플의 애플TV 플러스와 올해 하반기 공개될 디즈니 플러스는 물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대부분의 OTT 플랫폼은 정밀한 데이터 확보와 분석을 전제로 한다.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ICT 플랫폼 기업들이 지향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와 분석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케아와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넷플릭스형 구독경제의 신입생들도 마찬가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케아는 제품 임대와 재활용 등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서큘러 이코노미(Circular Economy)' 프레임을 내세워 공익적 요소를 강조하는 영악함을 발휘하면서 구독경제의 틀을 확보하려 한다. 가구의 임대라는 점에서 아직은 렌탈 비즈니스에 더 가깝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의 취향과 선호도를 정밀하게 분석해 추후 물류창고의 위치와 규모까지 정하는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넷플릭스형 구독모델에 더욱 가까워진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더욱 정교한 마케팅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과 쿠팡의 로켓와우멤버십, 공유 오피스 위워크 모두 마찬가지다.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호기롭게 시작한 클라우드 게임도 동일하다. 굳이 원천적인 분류를 하자면 현대 셀렉션과 공유 오피스 위워크는 렌탈 비즈니스에 가깝고 클라우드 게임, 쿠팡은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이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데이터 확보와 운용에 집중하는 순간 넷플릭스형 구독모델이 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데이터 확보와 분석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업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초보 단계지만 블록체인 업계의 디앱들은 탈 중앙화와 세밀한 분석을 통해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이 이 분야에서 대표적이다.

▲ 구글 클라우드 게임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빛과 그림자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를 두 개의 축으로 삼아 여기서 데이터의 활용이 가능하다면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로 부를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구독경제 전반에 뛰어든 이유가 있을까?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불황이다. 공유경제가 부의 불평등 현상에 따른 자본주의 체제 전반에 대한 회의감에서 시작했고,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경제적 불평등 2위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가 탄생했다는 점에 주목하자. 재화의 공유라는 방식을 차용한 공유경제도 마찬가지다. 구매자들이 자기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제값을 지불하기 어려운 불황의 시대가 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독경제가 각광을 받는 셈이다.

역시 불황의 시대, 플랫폼 사업자나 판매자는 일종의 박리다매 방식으로 서비스나 재화를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해당되지 않지만, 구독경제는 일종의 미끼상품이 될 소지도 있다. 버거킹의 카페구독 서비스를 보자. 5달러에 한 달 동안 매일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데, 구매자가 매장에 들러 이미 비용을 지불한 커피를 마실 때 식욕을 솔솔 자극하는 버거킹이 눈 앞에 보인다면? 분명 커피가 마시고 싶어 매장에 왔는데 눈 앞에 먹음직한 감자칩이 유혹한다면? 구독경제 파생 서비스 가능성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큰 역할을 차지한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100원으로 1개의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것보다, 소유하지 못해도 100원으로 10개의 서비스를 온전히 체감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번지는 '소확행'의 확장판이며, 이 대목에서 구독경제는 위력을 발휘한다. ICT 플랫폼 기술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다. 쉽게 말해 넷플릭스형 구독경제가 가능하도록 만든 기간 ICT 인프라가 초연결 수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케아도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즉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는 구매자를 완전히 가두어 박리다매로 인한 이득을 제공하며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 공유경제 방식을 차용한 비즈니스로 볼 수 있다.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달리 최대한 많은 구매자가 몰려와야 하고, 일반적으로 한계비용적 측면에 대한 고려에 따라 온라인에서 주로 이뤄진다. 여기에 렌탈 비즈니스의 장점인 개인화 사용자 경험까지 제공해야 한다. 파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불황을 타개할 수 있다.

문제는 '그림자'다. 극장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던 무비패스는 지난해 1억2260만달러의 손실을 내며 크게 휘청였다. 월 구독으로 매일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구독경제를 가동했으나 들쑥날쑥한 요금제에 극장 특유의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며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구독경제가 무조건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체계적인 가두리 양식장 설계와 업계 특유의 정체성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데이터 확보와 운영이다. 최근 무비패스는 오로지 무제한 요금제에만 집중하며 고객 사용자 경험 단순화에 돌입했다. 무제한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고객의 데이터를 일원화시키며, 이 과정에서 생태계의 매력도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