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가 2026년 5G 플러스 로드맵을 통해 생산액 180조원, 수출 730억달러, 일자리 6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아름다운 장밋빛 전망'을 8일 발표했다. 최근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 영역에서 최악의 한파가 몰아치면서 국내 경제가 삐걱이는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ICT 먹거리로 5G를 낙점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일 오후 11시 기습 5G 상용화에 돌입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간 상태에서 5G 중심의 경제 부흥 전략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도 감지된다.

다만 초반 지나치게 마케팅 포인트에만 집중해 지킬 수 없는 약속만 남발한다면 내실있는 서비스 현실화에 나설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 와이브로 악몽을 상기시키는 이유다.

▲ 정부의 5G 플러스 정책이 발표됐다. 출처=과기부

5G 플러스 10대 핵심사업, 5대 서비스 발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10개 관계부처가 발표한 5G 플러스 전략사업 육성 발표장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최근 차기 과기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가 낙마한 가운데 5G 전략의 큰 틀에 있어 업계에 강한 믿음을 심어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발표된 정부의 5G 전략은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어 강력한 경제 효과를 노리는 뉘앙스다.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폰, 웨어러블, 정보보안 등 10대 핵심사업에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5대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다.

정부는 5대 핵심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5G 플러스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공공의 선도적 수요창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반 인프라의 5G 적용을 비롯해 2020년부터 5G 공공 서비스 로봇 시범사업을 전개하며 5G 재난 안전 시범 서비스도 돌입한다. 스마트 시티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이다.

정부는 각종 세제 및 투자를 지원하며 이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5G 테스트 베드 구축과 중소기업의 5G 기술사업화를 유도하며 2022년까지 10대 글로벌 대표 5G 콘텐츠 창출 등을 위해 거점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에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경우 2022년 전국에 500개 이상을 목표로 잡았고 해운항만과 에너지 등에도 거침없는 투자를 약속했다.

제도 정비에는 합리적인 5G 요금제와 5G 주파수를 2026년까지 기존 대비 2배 확대하기로 했다. 또 5G 활성화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와 실증사업 등과 연계한 규제개선 사항을 적극 해소하고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나선다. 산업기반 조성에서는 2022년부터 웨어러블 및 클라우드 로봇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5G 한류, 인재 양성에도 집중한다. 이 외에도 글로벌 5G 표준화 선도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5G 플러스 전략의 추진을 위해 5G 플러스 전략 위원회를 구성하며 위원회는 과기정통부 장관과 민간 전문가를 공동위원장으로 위촉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G는 대한민국의 혁신성장 인프라"라면서 "5G에 기반한 신사업 생태계는 청년들에게 도전과 기회, 국가는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유영민 장관은 “모든 부처와 민관이 한 팀이 되어 총력을 기울일 때 5G 플러스 전략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세계 최초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5G 플러스 전략의 적극적인 실행을 통해 5G 시장에서 1등을 선점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KT의 5G 홀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출처=KT

관건은 액션 플랜
업계에서는 5G와 관련된 범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두고 환영하고 있다. 다만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무리하게 나서는 한편, 지금 이 순간에도 5G 요금제를 둘러싼 통신사들의 불필요한 이전투구가 계속되는 지점에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5G 마케팅 포인트만 강조되며 내실없는 서비스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와이브로다. 와이브로는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개발했으나 후발주자인 LTE에 밀려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서비스 시작으로만 '세계 1등'에 집착하다 내실있는 서비스를 준비하지 못해 LTE와의 기술경쟁에서 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5G 상용화와 요금제 정국에서 정부와 통신사들이 지나친 마케팅 전쟁에만 매몰, 의미있는 5G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대목과 오버랩된다.

정부의 지나친 장밋빛 전망에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5G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최첨단 기술인 것은 사실이고 정부가 직접 나서 5G 활성화에 집중하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수치만으로 무리한 기대치만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