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사의 새로운 기능으로 긴급 진료 예약을 하고, 건강 보험 혜택을 확인하고, 혈당 수치를 읽고, 그 외 다른 건강 관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출처= iSTO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마존이 음성인식비서 알렉사의 활용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에 개인 건강 정보를 연결하게 함으로써 이 기술을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존은 알렉사가 이제 연방법의 개인정보보호요건을 충족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민감한 개인 건강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험회사 시그나(Cigna Corp.), 당뇨병 관리 회사 리봉고 헬스(Livongo Health Inc.)와 주요 병원 몇 곳 등 5개 회사가 공동으로 연방 프로토콜을 사용해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알렉사 기능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기능으로, 알렉사를 통해 긴급 진료 예약을 하거나 (약국에서) 약을 언제 보냈는지 추적하거나, 건강 보험 혜택을 확인하거나, 혈당치를 판독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보건 서비스 개발자들에게, 이런 움직임은 음성 명령을 활용한 서비스 공급 방식이 활짝 열렸음을 의미한다. 소비자 조사기관인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와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 스피커는 2014년 도입 이후 급속히 보급이 확산돼 2018년에는 성인 5명 중 1명이 적어도 1명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음성 기술은 환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의료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은 의료 회사와 (아마존 같은) 의료 회사와의 거래 회사들은 환자 정보를 기밀로 유지하고, 필요할 때에만 접근하며, 임의 변경을 방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HIPAA을 위반하면 의료 회사들은 벌칙뿐 아니라 형사 고발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을 상대로 기본 업무 이외의 알렉사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설문조사해 보니 과연 이 새로운 기능이 널리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알렉사도 프라이버시 문제에 휘말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알렉사는 실수로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고 공유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 새로운 건강관리 기능으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애플의 시리(Siri) 등 경쟁 음성 비서들과의 싸움에서 한 발 앞서 가려는 계기를 만들었다. 기술 중심 벤처캐피털 회사 루프 벤처스(Loup Ventures)에 따르면,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2017년 59%에서 2018년에 40%로 떨어졌다.

 

 

 

 

 

 

 

 

 

의료 회사들은 어떤 상황에서는 음성 명령을 통해 예약하는 것이 타이핑을 하거나 화면을 터치하는 것보다 더 쉬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개 주(州)에 걸쳐 142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최대 병원 시스템 중 하나인 시카고의 커먼스피리츠 헬스(CommonSpirit Health)의 전략 혁신 책임자 리차드 로스는 “우리는 사생활과 보안이 확실히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완벽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진료 예약을 위한 자체적인 알렉사 옵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 회사들이 음성을 통해 환자와 연결할 준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인 환자들은 다를 수 있다.

뉴욕의 병원 시스템 노스웰 헬스(Northwell Health)는 2년 전쯤에 알렉사를 통해 현지 응급실의 대기 시간을 검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HIPPA의 개인정보 준수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는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노스웰의 디지털 혁신전략 담당 부사장인 에밀리 케이건은 “그렇다고 해서 음성인식 기술 사용에 대한 희망을 접는 것은 아니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세대보다 이 기술에 훨씬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이 기술을 실험 중이다. 언젠가는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사는 지난해 실수로 사적인 대화를 녹음해 사용자의 연락처 목록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보내 화제가 됐다.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를 알렉사가 명령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사용자가 이 새로운 헬스케어 기능을 사용할 때 음성 코드를 사용하거나 기존 헬스케어 계정의 비밀번호로 로그인하도록 함으로써 말하는 사람의 신원을 먼저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새 기능의 개발자들도 “개인의 정보가 알렉사 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오픈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알렉사의 새 건강 기능을 공동 개발한 곳은 보험회사 시그나, 당뇨병 관리회사 리봉고, 이들로부터 처방 의뢰를 받는 약국 익스프레스 스크립트(Express Scripts), 프로비던스 세인트 조셉 헬스(Providence St. Joseph Health), 보스턴 아동 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 등이다. 알렉사 웹페이지와 이들 개발 회사들은, 각 사용자는 기능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리봉고의 최고제품책임자(CPO) 아마르 켄데일은, 당뇨병 환자가 알렉사에게 혈당(Blood-Sugar) 측정값을 물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사용자는 ‘당’(Sugar)이라는 단어만 단독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혈액’(Blood)과 ‘당’이라는 단어를 함께 말해야 한다.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어린이들의 부모들은 새로운 알렉사 기능을 이용해 수술 후 아이가 고통을 겪고 있는지 식욕 감퇴를 겪고 있는지 여부를 보고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또 부모들에게 다음 진료 예약일 알림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병원의 최고혁신책임자(CIO) 존 브라운스타인은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도 없고 스피커 사용 설명서도 읽을 필요가 없어 사용자들에게는 음성이 훨씬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강조한다.

이 기능을 공동 개발한 아마존과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음성 인식 기능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일부 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수집할 그런 데이터들이 의료 분야에서 음성 사용 기능을 확대하는 데 가치 있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비던스 세인트 조셉 헬스는 알렉사를 통해 워싱턴주에 있는 대부분의 응급 병원에 예약을 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회사의 부사장이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애런 마틴은 사용자들에게 직접 테스트를 요청하고 알렉사의 답변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연구해 이 기능을 개발했다.

“사용자 데이터는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알렉사를 훈련시키는 동시에 알렉사 또한 우리를 훈련시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