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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창업의 비밀] 붙어야 잘되는 친구업종
   

일반적으로 창업자들은 점포끼리 가급적 떨어져 있어야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업종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과거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맥도널드 옆에는 늘 ‘스무디’ 가게가 붙어있는 걸 보고 현지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느끼한 걸 먹고 입가심하기에는 스무디가 안성맞춤”이라는 의견을 들은 터다. 피자를 시키면 콜라가 따라 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상당수 업종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 어떤 업종은 비슷한 상품을 파는 가게가 붙어있으면 잘되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업종은 파는 상품은 다르지만 서로 관련성이 있어야 잘되는 업종이 있다.

그 전에 한 가지를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모든 업종의 특성을 딱 두 가지로만 분류하면 산재(散在)업종과 집재(集在)업종이 있다. 산재업종은 흩어져 있어야 잘되는 업종을 말하고 집재업종은 모여 있어야 유리한 업종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산재업종 수가 많았는데 갈수록 집재업종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분류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컴퓨터나 내구재처럼 고객이 비교해 보고 사야 하는 업종이라면 집재업종이 유리하고, 편의점이나 치킨처럼 품질이 평준화되고 정가판매가 일반화된 업종이라면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이렇듯 대부분의 업종은 주력상품에 따라 간단한 구분이 가능하지만 이런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상호 시너지효과를 내는 소위 친구업종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친구업종을 추정해내는 간단한 방법으로는 ▲ 고객 대척점 연결(어린이학원+네일케어) ▲소비패턴 연결(주점+노래방) ▲ 코디네이션 연결(청바지+티셔츠) ▲ 스토리 연결(고급 미용실+드레스숍) 등이다.

‘고객 대척점 연결’ 업종으로는 어린이학원과 네일케어숍처럼 전혀 다른 업종이지만 친구업종이 있다. 어린이를 둔 30대 중반 부모세대가 네일케어의 주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일케어 대상고객을 분석해 보면 30.5%가 30대 여성인데 20대(26.9%)보다 월등히 높다. 이러한 상권에는 소아과도 대부분 붙어있다. 즉 어린이 대상업종과 30대 여성업종이 친구업종인 것이다.

‘소비패턴 연결’ 업종을 보자. 주점 주변의 오락과 음료, 한식 등이 친구업종이다. 술을 마시기 전에 한식집에 먼저 가고, 주점을 나와서는 편의점을 들러 노래방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보인다. 실제로 동일인이 편의점에서 결재한 후 노래방에서 결재한 시간차가 불과 15분인 비중이 높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편의점도 주점과 노래방 사이가 최적의 입지가 된다.

다음으로 ‘코디네이션 연결’ 업종을 보자. 여의도 KBS 주변에는 옷가게가 없다. 언뜻 생각하면 여기는 대부분 음식점이니까 옷가게 하나 내면 잘되겠네?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옷을 사려는 사람은 여러 곳을 비교해 보고 사고 싶어 하지, 식당에 밥 먹으러 왔다가 옷가게가 하나 보인다고 해서 덜렁 들어가 사지 않는다. 그래서 옷가게는 집재업종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옷가게는 무조건 같이 뭉쳐 있어야 잘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남성 정장 전문점이 여러 개 나란히 있거나, 속옷 전문점이 여러 개 모여 있다고 해서 시너지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남성복이라면 정장, 세미정장, 와이셔츠, 넥타이처럼 상호 연관성이 있는 제품군(群)으로 묶여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

만일 청바지 업종이 여러 개 있는 것보다 바로 옆에 티셔츠 가게가 붙어 있다면 효과가 어떨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가면 청바지 가게 옆에 티셔츠 가게가 있고, 그 옆에서 유명한 화가가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는 가게가 붙어있다.

관광객들이 지나가다가 티셔츠를 사서 그림을 그려갖고 가는데, 지나다가 다시 청바지 가게에 들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청바지에 티셔츠, 거기에 스토리까지 입혀주니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서로 욕심 부리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이런 모델이 우리나라 자영업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역시 시드니 다운타운 지하철 지하상가에서는 선물의 집이 있고, 그 옆에 제과점이 있고, 또 바로 옆에서 한 아저씨가 출생일 역사를 브로셔(Brochure)로 즉석에서 제작해 주는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 서로 추천해 주는 상생영업을 하고 있어서 생일선물을 하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하나의 스토리로 묶인 ‘스토리 연결’ 업종도 함께 하면 유리하다. 청담동에서 신사동으로 이어지는 상권을 보면 이런 시너지 효과를 낼 친구업종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미용실과 드레스숍, 폐백음식들이 친구업종이다. 분류하면 고급 미용실은 서비스, 드레스숍은 소매, 폐백은 음식업종이니까 업태부터가 완전 다르지만 세 업종은 ‘결혼’이라는 스토리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종이 신사동과 이대 앞에 포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은 이대 앞에 있던 드레스숍들이 상당수 강남으로 이전했는데 그 이유는 미용실 단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대 앞 미용실의 1인당 평균 결제액은 3만5000원인데 반해 강남은 9만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고급 미용실이 강남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즉, 일상의 머리손질은 이대 앞에서 하지만 예식과 같은 중대사인 경우는 신사동이나 청담동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드레스숍은 강남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깊이 분석해 보면 스토리업종의 시너지효과는 보다 분명해진다. 신사·청담동 미용실은 언급한 바 평균 9만원이지만 고급 미용실의 결재단가는 49만원에 이르며 주말에 32.5%의 매출을 보인다. 폐백이나 드레스숍도 주말비중이 비슷하다.

이렇게 전혀 다른 업종이면서도 같이 모이면 유리한 친구업종들이 있다. 물론 같은 업종끼리 모여 있는 소위 집재업종도 많다. 대표적인 업종이 의류, 전자제품, 화장품, 가구와 같은 소매업종과 의정부 부대찌개, 충남 병천순대, 춘천 닭갈비, 강구 대게처럼 지역 특유의 전통업종으로 골목을 이루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수원 팔달문 지동시장 근처에 있는 ‘통닭골목’, 대구 대명동에 20여개 점포가 있는 막창골목 등이 대표적이고, 일반상권에서는 서울 삼각지의 대구탕, 신당동 떡볶이, 장충동 족발, 낙원동 아구찜, 연희동 중국음식 골목도 있고 지금은 많이 떠나긴 했지만 옛날에는 유명했던 을지로 냉면골목도 유명했다.

물론 이런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업종도 두 종류 있다. 하나는 ‘목적구매형’ 업종이며 다른 하나는 ‘현장맞춤형’ 업종이다. 목적구매형은 꼭 그 가게가 아니면 구하거나 먹을 수 없는 경우, 혹은 커뮤니티로 연결된 업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게나 장어구이 와인바가 대표적이다.

현장맞춤형은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그 주변 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함바집’을 들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공사장에서 노동자들이 숙식을 할 수 있도록 지은 임시건물을 말하는데 원래 일본어인 ‘한바(飯場)’에서 온 말이며 우리 용어로는 ‘현장식당’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어쨌든 이런 현장식당은 주변에 다른 음식점이 없고, 허름한 가게에 덩그러니 하나만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입지특성상 식당이 들어설 상권이 아닌 공장이나 건설현장 주변에서 근로자나 인부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행태다.

지금까지 제시한 소비행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당일 결재동선을 추적해 분석한 것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하고자 하는 업종이 집재업종인지 산재업종인지를 우선 파악하고, 산재업종일 경우 상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업종들과 나란히 입지를 정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  leebangin@gmail.com  |  승인 2019.04.16  0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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