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제약바이오 부문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연구원이 연구소에서 실험용기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SK바이오팜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SK그룹이 제약바이오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SK(주)가 제약바이오 부문 지분율 100% 자회사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을 거느리고 화학합성신약과 원료의약품생산, 의약품위탁개발제조생산(CDMO)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지속, 지분 98.4%를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명가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SK그룹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기업 타이틀 또한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바이오팜 5조원 규모 상장?… 블록버스터 화학합성의약품 탄생 전망

SK바이오팜은 최근 한국 증권사 7곳에 입찰제안요청(RFP)을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시가총액은 약 5조원 내외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4조9000억원, 미래에셋대우는 5조5000억원, 대신증권은 6조2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코스피 상장을 검토하는 것이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최윤정 책임매니저가 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하면 SK바이오팜은 상장을 통한 기업 가치 확대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 CNS 시장 추이와 전망(왼쪽)과 CNS시장 내 점유율. 출처=BCC 리서치, 한국투자증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SK바이오팜은 최근 자체 개발한 기면증 치료제 ‘솔리암페톨’이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솔리암페톨은 수면장애(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나온 혁신신약(First-in-class)이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중추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 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이다. 이 기업은 기면증 신약뿐만 아니라 뇌전증, 조현병, 조울증, 집중력 장애 등 주로 신경계 질환에 특화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FDA에 신약판매허가신청(NDA, New Drug Application)이 제출돼 심사가 시작됐다. 이는 올해 11월께 시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업화 과정은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독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진홍국 애널리스트는 “두 품목이 모두 미국에서 시판된다면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체개발 중추신경계 신약을 두 개나 보유하고 있는 한국 최초의 바이오텍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BCC 리서치에 따르면 CNS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81조원으로 이후 연평균 약 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홍국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팜에게는 향후 신규 진입할 수 있는 시장도 커 파이프라인 개발 상황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SK바이오텍, 대형 M&A로 CDMO 신흥강자로 떠올라

글로벌 CDMO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SK(주)는 지분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을 통해 CDMO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에 따르면 경구용 의약품을 기준으로 CDMO 시장은 2015년 77억달러에서 2020년 87억달러로 연평균 2.5% 성장할 전망이다.

SK바이오텍은 최근 2년 동안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2017년 아일랜드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인 BMS 아일랜드 공장 설비를 인수, ‘SK바이오텍 아일랜드’를 구축한 데 이어, 2018년 7월 글로벌 제약사들이 활용하는 항암제·중추신경계·심혈관 치료제 원료의약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국 앰펙(Ampac Fine Chemicals) 인수에 성공했다. SK바이오텍이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의약품을 생산하는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 글로벌 CDMO 시장 전망. 출처=SK, 한국투자증권

SK바이오텍의 원료의약품 생산력은 앰펙 인수 후 기존 40만ℓ에서 100만ℓ로 확대됐다. 세종공장 16만ℓ, 대전공장 16만ℓ, 앰펙 미국 생산용량 60만ℓ 등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대형 CDMO를 통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선호해 SK바이오텍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텍은 한국 등 아시아, 유럽 생산 시설과 앰펙 간 R&D, 생산, 마케팅, 판매의 ‘삼각편대’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지속, 2020년까지 생산력을 160만ℓ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업은 2018년 매출로 전년에 비해 143.5% 증가한 2574억원을 달성했다. SK바이오텍은 2025년까지 매출을 3조5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R&D 통해 백신 기반 다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 기준 약 50%인 백신 자급화율을 2023년까지 21종 7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목표한 가운데 SK케미칼에서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R&D를 통한 백신 품목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SK케미칼 백신사업부 당시 세포배양방식을 활용한 4가(4종류)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를 출시하면서 백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백신은 대개 유정란 배양·세포배양·유전자재조합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생산된다. 세포배양방식은 다른 배양방식 대비 설비투자비용이 더 요구되지만, 한 번 생산설비를 구축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방식을 활용, 2017년 미얀마에서 급작스러운 독감이 유행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할 당시 미얀마 보건당국의 스카이셀플루 요청에 부응해 이를 신속하게 공급했다. 이 기술은 2018년 2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1700억원 규모 수출을 성공했다. 이는 사노피가 개발하는 범용 독감 백신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백신 파이프라인. 출처=전자정보공시스템(DART)

신규 파이프라인 4개를 모두 임상에 진입시킨 것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저력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10년부터 개발 중인 소아장염 예방용 ‘NBP613’은 임상 2상과 추가 공정개발 단계다. 2011년부터 R&D를 시작한 자궁경부암 백신 ‘NBP615’는 임상 1/2상 중이다.

2013년부터 개발 중인 장티푸스 예방용 ‘NBP618’은 임상 2상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폐렴구균 백신 ‘GBP410’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했고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 품질(PQ) 인증을 받아 2020년께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