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중소 위탁생산(CMO) 서비스 기업 바이넥스의 전략이 주목된다. 바이넥스가 제공하는 원 스탑(One Stop) 서비스. 출처=바이넥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중소 위탁생산(CMO) 서비스 기업인 바이넥스가 아시아 CMO 허브로 도약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바이오의약품 CMO 서비스로 유명한 대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바이오의약품은 시판이 가능한 약물 뿐만 아니라 임상실험을 위한 임상시료 생산도 요구되는데, 바이오벤처 등은 단가 등을 맞추기 어려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기업에 이를 맡기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바이넥스는 공정개발과 임상‧상용화 생산역량 구축과 실행을 위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로 신규 제약바이오 기업을 위한 생산처로 사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항공모함이라면 바이넥스는 바이오 벤처 등에 힘입어 선단을 구축하는 구축함”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의약품 산업 지속 성장…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경쟁력 갖춰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가 분석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2017년을 기준으로 8030억달러(약 904조원)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0억달러(약 233조원)로 전체 의약품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매출액과 전체 의약품 대비 매출 비중(단위 십억달러). 출처=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7.7% 성장, 이후 2024년까지 연평균 9.1% 증가해 2024년 시장 규모가 3830억달러(약 431조)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의약품 대비 바이오의약품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3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한국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중국과 일본사이에 낀 ‘샌드위치’ 산업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초기 단계의 혁신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설립이 시작됐지만, 글로벌 수준의 정상 가동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최근 후지필름이 바이오젠으로부터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등 생산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는 대규모 CMO로 신규 제약바이오 기업이 요구하는 CMO 조건에는 단가 등 부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본 제약바이오기업은 또 바이오의약품 생산보다 세포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제약바이오벤처들의 적극적인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더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끌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제조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바이오 산업화를 이뤄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벤처가 연구개발(R&D) 중인 후보물질 등이 ‘컨텐츠’라고 한다면, 위탁개발생산(CDO)와 CMO 등 CDMO 사업은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수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 목록. 출처=업계

론자, 베링거 인겔하임, 삼성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 등 대규모 CMO는 이미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활용하고 있다. 신규 제약바이오벤처들이 필요한 CMO 조건은 글로벌 수준의 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을 획득했고, 임상시료 생산에 적절한 중소 규모 CMO 기업이다.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CMO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우시 바이오로직스가 급성장 하고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급으로 규모를 키워 글로벌 CMO 사업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거대한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에 비해 일본에 위치한 고급 생산 기술 보유‧GMP 시설이 부족하다. 중국과 일본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 현황과 관련, 바이넥스 이혁종 대표는 “아시아 내 유일하게 글로벌 생산 기록을 보유한 중소 CMO인 바이넥스에게 큰 기회”라고 밝혔다.

바이넥스, 대규모 CMO 틈새에 끼지 않고 또 다른 사업 전략 구사

중소 CMO기업의 매력은 ▲적절한 생물반응기(Bioreactor) 용량 ▲가까운 물리적 거리 ▲GMP등 생산에 대한 충분한 신뢰 확보 등이다. 바이넥스 사업에 주요한 점은 바이오의약품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 R&D에 나서는 제약바이오벤처 등이 늘어나면서 중소형 CMO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SK증권 나승두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 임상시료 생산을 위한 적절한 규모의 CMO 시설을 갖춘 곳은 바이넥스가 유일하다”면서 “바이넥스는 에이비엘바이오, 제넥신, 인트론바이오, 파멥신 등 바이오 혁신신약 개발 기업들의 생산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CMO 사업은 전체 비용 중 80% 이상이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로 지출되므로 공장 가동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CMO 대기업은 대규모 바이오리액터로 공정이 구성돼 한 개의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것에 적합하지만, 바이넥스의 생산라인은 임상 시료 등 다품종 소량생산에 더 용이한 장점이 있다. 타겟 시장이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넥스는 한국 바이오 산업에 더 적합하고 대세적인 생산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 바이넥스 설비 규모. 출처=바이넥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세포주 배양부터 정제까지가 ‘1배치’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벤처는 대개 임상 1상을 위한 임상시료를 위탁할 때 1배치나 2배치 가량을 CMO기업으로부터 요구를 받는다.

대규모 CMO 기업은 새로운 의약품 생산을 위해 공장을 셧다운하면, 다시 멸균을 해야하는 비용이 필요해 글로벌 시장에 지속해서 판매될 가능성이 있는 한 제품을 지속해서 생산한다. 멸균에는 빠르면 2주, 대개 3~4주가 필요하다.

바이넥스는 배치당 가격을 받아 다품종을 소량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면 감독당국의 검토가 필요한데 약 2년이 필요하다. 바이넥스가 제약바이오벤처의 임상시료 등을 생산하다가 이것이 결국 시판된다면 같은 제품을 연속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연속 배치가 시작되면 공장 전체 가동률이 유사해도 매출과 이익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넥스를 활용한 제약바이오벤처가 의약품 개발에 성공해 이를 시판하기 위해 생산 용량을 늘리는 과정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국가의 감독당국의 검토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공장 변경과 용량 확대는 소요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어, 한번 CMO 기업을 선택하면 변경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혁종 대표는 “CMO 고객사들의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가 진척되고 있다. 기업공개(IPO)와 자금확보에 성공한 고객사들이 파이프라인 개발 진행을 위해 생산을 늘리고 가속화 하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 일본,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고객사가 유입되고 있다. 중국 파트너사와 협업해 까다로운 허가 규제를 해결해 발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따.

이 대표는 또 “세계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GMP 인증을 받은 글로벌 수준을 바탕으로 일본 파트너사들과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활용, 다양한 사업 파트너링이 가능하다”면서 “빅 CMO의 타겟 시장이 아니고, 쉽게 진출하기 어려운 지역을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