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통신업계가 지난 4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5일 전 고객을 대상으로 5G 상용화에 돌입한 가운데 벌써부터 5G 로드맵 누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은 가져갔으나 통신3사의 무리한 요금제 경쟁, 나아가 꼼수가 발견되는 한편 커버리지와 관련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 통신3사의 5G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SKT

마음 급했나...통신3사 '과열 경쟁'
국내 통신3사는 지난 4일 오후 11시 기습적인 5G 상용화에 돌입했다. 미국 버라이즌의 5G 상용화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짐에 따라 부랴부랴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5G 주파수 할당부터 장비 도입 등 5G와 관련된 일정이 필요이상으로 빨라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케팅 포인트에만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통신 3사의 견제도 치열하다. KT가 처음으로 5G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즉각 무제한 요금제를 선언하며 시장이 요동쳤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프로모션의 형태로 무제한 요금제를 설정해 '진정한 의미의 5G 요금제는 아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추후 프로모션 종료와 동시에 제대로 된 무제한 요금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5G 무제한 요금제 자체를 둘러싸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초 무제한 요금제 카드를 던진 KT가 실제로는 '진정한 의미의 5G 무제한 요금제'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KT는 실제 상황에서 사실상 5G 무제한 요금제가 맞다는 입장이지만, 이와 관련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KT는 6일 오후 5시 50분 기준 5G 요금제 가입자가 3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원금 경쟁도 치열하다. LG유플러스가 5G 요금제가 출시된 후 차주 기준으로 '역대급 규모'인 최대 47만5000원의 지원금을 준비하자 SK텔레콤은 단통법 위반도 불사하고 보조금 규모를 늘렸다. 일선 대리점에서는 벌써부터 5G 요금제 고객을 대상으로 이른바 프리미엄을 준비하고 있다. 각 통신사들이 웃돈을 책정해 각 대리점의 5G 요금제 가입자를 유도하는 셈이다.

▲ 통신3사의 5G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KT

커버리지 논란 커지나
통신3사는 5G 상용화에 돌입하며 상당한 수준의 커버리지를 확보했다고 호언했다. 3월 말 기준 수 천개에 불과한 5G 기지국이 불과 며칠만에 3만여개를 돌파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3일 자사 5G 기지국이 2일 오후 6시 기준 약 3만4000개라고 설명했고 KT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5G 기지국 3만개로 5일 상용화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1만8000개다.

당초 업계에서는 화웨이와 협력한 LG유플러스의 5G 기지국이 제일 많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 상용화 기준 5G 기지국 숫자를 보면 LG유플러스가 가장 적다. 최근 삼성전자 장비 물량이 풀리며 SK텔레콤과 KT가 기하급수적으로 5G 기지국 숫자를 늘렸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약간의 과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통신3사의 5G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LG유플러스

5G 기지국 송수신 장치의 85.6%가 대도시에만 집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3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8만5261개 기지국 장치 중 85.6%인 7만2983개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의 5G 기지국 숫자가 실제와 맞다고 전제해도 커버리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울·수도권에 설치된 5G 기지국 송수신 장치는 5만4,899개로 전국 대비 64.4%의 비중을 차지하였고 5대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에 설치된 장치는 총 18만084개(21.2%)로 확인되었다.

5G 기지국 송수신 장치의 쏠림 현상이 제일 심각한 통신사는 LG유플러스다. 전체 1만1051개 5G 기지국이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해 비율만 93.8%로 확인됐다. 5대 광역시는 733개로 6.2%며 그 외 지역은 '0'이다.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에만 5G 커버리지를 마련한 셈이다.

KT도 심각하다. 2만2645개가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했고 8007개가 5대 광역시다. 비율은 각각 64.2%, 22.7%로 집계됐으며 그 외 지역은 4612개로 13.1%의 비율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서울과 수도권에 2만1203개를 설치했고 비율은 55.5%로 확인됐다. 5대 광역시는 9344개로 24.5%의 비율을, 그 외 지역은 7666개로 20.1%의 비율이다.

5G 네트워크 장비는 안테나와 송수신 장치가 일체형으로 되어 있고, 빔포밍을 위한 안테나의 커버 범위가 일반적으로 120도임을 감안하면 하나의 기지국에서 360도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기지국 당 3개의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동통신3사가 1개 기지국 당 설치한 장치 수는 평균 1.9개로 나타났다. 허약한 5G 커버리지의 단면이다.

SK텔레콤은 1만5207개 기지국에 3만8213개의 장치를 구축하여 기지국 당 평균 2.5개의 송수신 장치를 설치했다. KT는 기지국 수 1만 7236개, 송수신 장치 수 3만5264개로 기지국 당 평균 2개의 장치를 구축했고 LG유플러스는 1만1363개 기지국에 1만1784개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지역별 5G 기지국 신고 장비 현황. 출처=변재일 의원실

변재일 의원은 “정부와 업계가 부단히 노력하여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면서도 “당분간 업계의 5G 네트워크 구축 경쟁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순히 기지국 숫자 늘리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안정적인 5G 서비스 제공을 위한 송수신 장비 확충에도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5G 커버리지와 관련된 논란은 추후 더 커질 전망이다. 당장 주말을 맞이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통신 품질 측정기를 가동한 결과 서울 핵심 지역에도 5G는 커녕 LTE 커버리지도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 이동통신산업 협회 CITA가 한국의 올해 5G 경쟁력을 3위로 평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는 것으로 집계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내실있는 서비스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