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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대목] "CEO 러브맨의 '데이터 경영', 시저스 카지노 살리다"
   
미드 <라스베가스>의 홍보포스터. 출처=구글

경영학에서 ‘분석경영’을 말할 때면 늘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세계 최대 카지노호텔체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 CEO를 역임한 경영학자 개리 러브맨(58)이다. 분석경영은 각종 조사와 실험 등을 통해 ‘사실’을 도출하고, 그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술이다.

그가 1998년 카지노사업을 하던 해라스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옮겨갔을 때 세간의 화제가 됐던 것은 ‘문외한 영입’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러브맨은 원래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였다. 도박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는 정체에 빠졌던 해라스 그룹을 순식간에 일으켜 세우며 2003년 당당히 CEO 자리에까지 올랐다. 2005년에는 카지노 업계 1위 시저스그룹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0년 그룹 이름을 시저스로 개명했다.

러브맨이 맨 처음 한 일은 카지노업계의 경영현장을 지배하는 온갖 통념에 방법론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그는 데이터에 기반한 사실만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데이터였다. 그는 고객관리이론을 도입해 ‘토털 리워즈(Total Rewards)’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든 카지노 방문고객에게 회원카드를 만들어줬다. 그 안에는 인종, 나이, 주소지가 고객정보가 포함됐다. 고객은 게임을 할 때마다 기계에 마그네틱 카드를 집어넣어 기록을 남겼다. 고객들이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이 멤버십 카드의 기록을 토대로 각종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러브맨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비즈니스 실험을 하라고 지시했다. 실험군을 모아 새로운 방식의 효과를 조사하되, 기존 방식을 사용한 대조군의 반응과 비교하여 의미있는 효과인지 검증하도록 했다.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은 금기시했다.

이런 실험도 했다. 카지노는 관광객이 주고객이란 당시 통념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두 개의 임시 상품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좋아할만한 125달러 패키지상품(무료숙박+스테이크 저녁식사 2회+30달러 상당 카지노칩 제공)과 인근 지역에서 놀러오는 평범한 고객들이 선호할 만한 상품(60달러어치 카지노 칩 제공)이었다.

러브맨은 회원카드에 담긴 카지노 출입 빈도, 게임사용 금액 등의 데이터를 모으고, 각종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정련해냈다. 데이터 마이닝을 거치자 새로운 사실들이 나왔다. △가장 돈을 많이 쓰고 간 고객군은 관광객이 아니라 카지노 인근에 사는 평범한 거주자들이다 △만족도가 높았던 고객은 다음에 더 큰 돈을 쓴다 △카지노 수익의 82%는 26%의 충성 고객에게서 발생한다는 등 하나같이 경영방식을 바꿔야 할 내용들이었다.

러브맨은 이를 근거로 기존 카지노들과는 다른 경영전략을 채택했다. 이국적이던 카지노 분위기를 가족동반이 가능하도록 친숙하게 바꿨다. 여행사들과 손잡고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올인하던 마케팅 방식 대신에 카지노 인근 레스토랑들과 제휴하여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카지노로 유입되도록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카지노에는 두터운 서민층이 주 고객으로 떠올랐다.

러브맨은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의 큰 손실은 막아주려고 했다. <잠들지 않는 토끼>(한스미디어 펴냄)에 따르면, 카지노 등록카드에 기재된 정보를 토대로 고객별로 경제수준을 짐작한 뒤 어느 정도 손해를 봤을 때 불만을 느끼게 될 것인지 예측했다. 카지노관리자들은 고객의 손실액이 예측금액에 도달하기 직전, 분노 직전의 고객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게임을 만류하고 음식점 무료쿠폰을 제공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2002년 업계 최초로 얼굴인식기술을 도입했다. 0.001초 단위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카지노 관리부서는 첨단영상분석 시스템을 통해 VIP를 집중적으로 챙길 수 있었다. 게임장을 찾은 사기꾼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었고, 범죄자 데이터베이스 ‘블랙북’과 연계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 같은 보안활동은 2003년 미국 NBC가 제작한 드라마 <라스베이거스>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드라마는 몬테시토 호텔 카지노 보안팀의 활동상을 그려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신의 흔적에 기회가 있다>(한국경제신문 펴냄)에는 개리 러브맨의 데이터 마이닝 기술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녔는지를 보여주는 ‘어두운’ 사례가 있다. ‘도박중독자모임’ 참여자들의 진술이다. “수많은 중독자들이 도박을 그만두려고 했죠. 하지만 놀랍도록 유혹적인 제안이 담긴 카지노 측의 편지에 다시 도박테이블로 유인당하고 말았습니다.”

둑은 구멍 한 개만 뚫려도 무너진다. 경영위기는 어느 전선에서 촉발될 지 알 기 힘들다. 파죽지세 시저스가 다시 경영난에 몰린 2015년, 러브맨은 마크 프리소라에게 CEO 자리를 넘겼다. 실험으로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9.04.07  18: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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