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외형확대냐 내실이냐. 이를 두고 대립하다 결국 갈라서게 된 금호가 두 형제의 운명은 다툼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극명하게 엇갈렸다.

내실을 주장한 동생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반강제 분리해 독자경영, 이후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가 최근 신용등급도 올랐다.

반면 사세 확장을 주장한 형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존 투자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됐다.

이 영향으로 자산총액 기준 재계순위도 금호석유화학보다 아래로 밀려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은 현재 경영실패 책임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이코노믹리뷰 DB

금호가 운명은 지난 2009년 발생한 ‘형제의 난’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던 박삼구 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 대우건설 및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대우건설 인수액 약 6조4000억원, 대한통운 인수액은 약 4조1000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줄곧 반대해오던 동생 박찬구 회장은 이 과정에서 결국 초강수를 둬 금호건설 지분을 매도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해 반강제 분리시켰다. 이로 인한 형제 대립은 극에 치달해 소송까지 진행할 정도였다.

금호가에서 계열분리 된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다듬으며 경영 내실을 다져왔다.

업황이 악화되고있는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비중을 축소하고 마진이 높은 라텍스(Latex) 비중을 확대했다.

2015년 SBR 비중은 34%, 라텍스는 16%였지만 지난해는 SBR 21%, 라텍스 29%로 비중이 역전됐다. 이 영향 등으로 합성고무 사업 영업이익률이 2014년 마이너스(-) 0.3%에서 지난해 5.5%까지 상승했다.

지난 2016년에는 여수산업단지에 있는 업체에 전기, 증기, 정제수 등을 제공하는 에너지부문 사업 비중을 늘렸다. 여수공장에 열병합발전소를 증설해 생산능력을 300MW로 약 2배 늘렸고 증기생산능력도 시간당 1000톤에서 1700톤으로 늘렸다. 에너지사업은 영업이익률이 높다. 지난해는 36%에 이른다.

포트폴리오 재정비로 매출이 상승해 재원이 늘어나자 차입금 축소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 차입금은 2017년 이후로 본격 하락해왔다.

지난해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연결기준 1.7배로 낮아졌다. 직전년도 3.3배의 절반 수준이다. 단순히 말해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 등을 차감한 금액이 1년 반 현금창출능력과 거의 유사한 것이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96.9%로 하락했다. 부채가 자본보다 적은 것이다.

▲ 금호석유화학, 금호아시아나 부채비율(연결기준).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특히 지난해 실적에는 영업이익이 812% 상승한 금호피앤비화학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매출비중의 비스페놀A(BPA) 마진 스프레드와 페놀 스프레드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 영향 등으로 금호석유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1단계 상승했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제품 믹스 변경을 통해 주력사업인 합성고무 부문의 수익성을 회복했으며 열병합발전 부문에서도 이익안정성이 제고됐다”라며 “2016년 이후 영업창출현금 확대된 등의 영향으로 총차입금이 감소해 재무안정성이 대폭 개선됐다”라고 밝혔다.

투기등급 진입 위기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부담 증가 가능성

반면 형인 박삼구 회장이 경영해온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기존 투자에 대한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금호가의 곁을 떠나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 결정했다.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품으며 자구계획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로부터 계속기업으로의 존속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받은 지 약 3주 만이다. 지난달 22일 삼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을 1조8525억원만큼 초과하고 있다”라며 “재무상태나 경영성과 등이 큰 폭으로 변동될 가능성 등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649%에 이른다. 순차입금/EBITDA는 5.3배다.

▲ 금호석유화학, 금호아시아나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연결기준.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영업방식에도 지장을 받았다. 이는 결국 수익악화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간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었으므로 부채비율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례로 공모채에는 부채비율이 1000%를 초과하거나 채무합계액이 자기자본 500% 초과시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조건이 붙어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를 운용리스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운용리스는 말 그대로 빌려서 이용하는 것이므로 자산과 부채에 계상되지 않고 대신 이용료 지출액만 매출원가에 반영된다.

반면 금융리스 방식은 돈을 빌려서 구매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해당 비용만큼 자산과 부채로 계상한다. 부채가 늘어나므로 부채비율이 늘어날 수 있다. 대신 손익에는 감가상각과 이자비용 등만 반영하면 된다.

즉,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차입금 축소를 위해 실적을 늘리려다보니 운용리스 중심의 경영전략을 짜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등록 항공기 83대 중 운용리스는 전체 73.5%인 61대에 이른다. 금융리스는 21대, 보유기는 단 1대다. 반면, 대한항공 운용리스 비중은 17%다.

운용리스 가격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운용리스 비용은 6035억원으로 매출의 약 8.4%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다시 차입금 축소를 더디게 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총차입금은 별도기준 3조1489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 중 1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 1조1860억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 상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회사채 대체 등을 위해 대량 발행한 유동화사채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이른바 투기등급인 BB+ 이하로 하락할 경우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무보증사채는 BBB-/부정적으로 조기상환 트리거 작동단계로의 강등 위기에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 총 차입금의 36.3%가 유동화증권으로 구성돼있다. 국제선 대리점계약 및 신용카드사로부터 발생하는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잡았다.

▲ 금호아시아나 차입금 구성(별도기준) 사진=한국신용평가

이한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BS 조기지급사유 발생시 도래하는 차입금 만기 금액이 약 7000억원 증가하게 된다”라며 “조기지급이 개시될 경우 ABS 투자자들에게 전액 상환될때까지 담보한 장래매출액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애널리스트는 “단 부채비율 1000% 초과에 따른 조기상환 조항이 걸려있는 무보증사채 잔액은 800억원”이라며 “이 중 600억원이 원래 만기가 올해 4월이므로 실질 타격은 미미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현 신용도 유지를 위해서는 비영업자산 및 계열사 지분 매각, 영구채 발행 등 기존에 실행된 유동성 확충 방안을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대규모 유상증자를 포함한 신규자금 조달과 영업 및 재무에 대한 위기대응 계획의(Contingency Plan) 적극적인 마련 및 성공적인 실행으로 자본시장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회계기준이 변경돼 운용리스도 금융리스와 동일하게 부채로 잡힌다. 이 경우 부채비율 확대는 불가피하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는 IFRS 회계기준 변경을 반영할 경우 부채비율은 625%(한정기준)에서 840%대로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운용리스의 부채 계상 등으로 일부 재무지표가 상당한 변동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는 지표상의 변화로서 실질적인 영업 및 재무운영이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계 순위가 금호석유화학보다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규모는 4조5000억원대로 축소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자산총액 기준 재계 55위인 금호석유화학의 자산은 약 5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60위인 한솔그룹의 자산은 약 5조1000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25위에 있다. 10년 전에는 재계 7위까지 올라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