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악당인가 영웅인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악당과 영웅의 모호한 경계를 표방하는 ‘다크 히어로’ 영화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장르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블레이드>(1998~2004) 시리즈가 그랬고 최근에는 <데드풀>(2018)이나 <베놈>(2018)이 그랬다. 같은 맥락으로 <헬보이> 시리즈도 역시 국내에 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겉모습은 어지간한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최종 빌런(악당) 같은 외모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선한 헬보이의 반전 매력에 수많은 이들은 열광했다. 

이번에 개봉하는 <헬보이>는 엄밀히 말해 지난 2004년과 2008년에 개봉한 <헬보이> 1편과 2편의 세계관을 다시 정리한 ‘리부트’ 작품이다. 지난 작품들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각각 15세, 12세 관람가였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해 헬보이 원작 코믹스의 어두움과 잔혹함을 더 잘 살렸다. 출연진도 의외로 탄탄하다. <제 5원소>로 전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린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에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검은 수염’으로 출연한 이안 맥쉐인 그리고 미국의 인기 드라마 <소스트>에서 “행복할 수가 없어!”라는 명대사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한국계 배우 대니엘 대 킴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헬보이>는 ‘마물’들이라 불리는 괴물들을 앞세워 세계를 정복하려는 마녀 ‘비비안 니무에(밀라 요보비치)’를 막기 위해 영국의 초자연 현상 연구 방위국(B.P.R.D)의 수장인 브룸 박사(이안 맥쉐인)과 그의 양아들 헬보이(데이빗 하버)가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맞게 마물들의 그로테스크한 외형과 그들의 잔혹한 살육(殺戮) 그리고 헬보이에게 그야말로 ‘으깨지는’ 마물들의 모습을 아주 리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헬보이와 거인들의 전투 장면과 영국의 브릿 팝 밴드 뮤즈(Muse)의 히트곡 ‘싸이코(Psycho)’가 어우러지는 장면은 영화 특유의 오컬트적 분위기와 피 튀기는 전투 장면이 배경음악과 딱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 <헬보이>에서 B.P.R.D의 '벤 다이미오' 요원을 맡은 배우 대니얼 대 킴.작품에서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인데 기자는 <로스트>의 '그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의 전개도 질질 끄는 감 없이 빠르게 넘어가기 때문에 2시간에 이르는 러닝 타임에도 지루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그야말로 많은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장면 그대로를 즐기기 위한 영화로 안성맞춤이다.     

다만, 작품이 가진 매력을 감안하면 개봉하는 시기는 다소 안타깝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영 좋지 못하다. DC가 그간의 여러 작품으로 망치다가 <아쿠아맨>으로 간신히 살린 DC유니버스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슈퍼히어로 영화 <샤잠!>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가 기다리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과 단 2주 정도의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것은 여러모로 안타깝다. 

전작들이 그랬듯 <헬보이>도 확장 세계관이 있다. 이번 작품은 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덧붙여 <헬보이>는 쿠키영상이 있는데 영화가 종료 후에 나오는 출연진 소개 영상 뒤에 하나 그리고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 하나가 나온다. 시간이 많이 남는 분이 아니라면 <헬보이>의 광팬이 아니라면 꼭 이를 챙겨 볼 필요가 없기는 한 것 같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