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 4.3 재보선 당시 모 중앙지의 성급한 오보가 업계의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박빙의 표 승부가 펼쳐지던 후반, 우위를 점하고 있던 후보의 당선을 확실시 한 중앙지의 보도가 문제가 됐습니다. 막판의 막판에 가서 결과가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앙지는 해당 오보를 삭제하고 다른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보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벤트의 경우 미리 여러개의 시나리오를 담은 기사를 준비하고 이 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해당 오보가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후일담을 들으니 생각이 또 달라집니다. 중앙지의 경우 지역 단위 선거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 결과 박빙의 승부 끝에 결과가 쉽게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반면 지방지는 지방 선거의 특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박빙의 승부 끝에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오보를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해프닝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일 수 있겠지만,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공공의 담론으로 끌어오기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의 지역성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미디어의 지역성. 사실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면서도 쉽게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프레임입니다. 미디어의 지역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모두가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켜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대부분이 '돈'과 관련된 문제라 더 심각합니다. 특히 인구의 도심 집중 현상이 계속되며 인구 유출을 우려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상복까지 입는 상황이 이어지면, 너무나 중요한 미디어의 지역성은 말살되고 말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미디어의 지역성 담론을 계속해야 합니다. 사람은 서울과 광역시에만 사는것이 아니며, 각 지역의 특색있는 콘텐츠는 그 자체로 미디어의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앙 미디어 플랫폼이 놓치는 중요한 현안에 있어 미디어의 지역성은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집니다. 4일 오후 발생한 강원 영동 지역의 산불 보도를 보겠습니다.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방송사인 KBS는 4일 늦은 시간까지 강원 영동 지방의 끔찍한 화재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이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나 심각한 일이 '지역'에 벌어지고 있는데 중앙 미디어들은 한동안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마치 4.3 재보선에서 지역 선거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한 중앙지처럼, 영동 지방에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국가 안전 인프라 정책을 지휘하는 인사를 보내주지 않은 모 정당처럼.

지역 미디어의 중요성을 채우지 못한 중앙 미디어의 자리를 유튜브가 채웠던 점도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지난 4일 저녁 화재가 발생한 직후 유튜브 각 채널에는 현지의 생생한 실상이 실시간으로 올라왔습니다. 물론 중앙 미디어처럼 세련되고 정교한 보도는 아니었으나, 최소한 유튜브의 당시 활동은 그 자체로 미디어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을 만 합니다.

이렇듯 중앙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미디어의 지역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현듯 IPTV의 행보가 마음에 걸립니다. SK텔레콤은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하는 장면. 최근 직접수신율 저하로 플랫폼 경쟁력을 상실한 지상파를 대신해 유료방송의 IPTV는 사실상 모든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티브로드나 CJ헬로 등 케이블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의 지역성을 지켜줄 수 있을까. 물론 티브로드 등도 거대 플랫폼 사업자며 미디어의 지역성과는 괴리가 있으나, 그래도 케이블 SO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미디어의 지역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5G 시대가 왔다고 좋아하는 사이에, 우리가 당연히 지키고 알려야 하는 미디어의 지역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왔습니다. 미디어의 지역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리고 누가 지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