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녹십자의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가운데 미국 FDA 허가를 준비 중인 IVIG-SN은 빨라야 2020년 상반기에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 부진 원인인 원가율 압박은 올해도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잉여현금흐름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십자는 내달 회사채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8일 IB업계에 따르면 녹십자(AA-/안정적)는 내달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규모는 1000억원이다. IB관계자는 "녹십자는 회사채 발행까지 1달 정도 남아있어 변동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의 회사채 발행은 2017년 6월 이후 2년만이다. 당시 1000억원을 모집하려던 녹십자는 수요예측에서 5000억원이 몰려 15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다.   

작년 녹십자의 매출액은 직전년도대비 4% 증가한 1조334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빅데이터 전문 업체 딥서치(DeepSearch)에 따르면, 녹십자의 지난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0.2%, 평균 매출액증가율은 8.6%다. 최근 3년 기준, 평균 매출액증가율은 8.4%로 평균 영업이익률은 5.7% 각각 줄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3.75%로 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01억원으로 전년(902억원) 대비 44.5% 감소했다. 이는 ▲오창 PD2 혈액제제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증가 ▲해외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CI변경에 따른 광고선전비 지출 증가▲비경상적인 재고자산 폐기 등이 원인이다.

▲ 녹십자 시계열 분석. 출처=딥서치(DeepSearch)

매출원가 증가는 상품보다 제품 쪽이 컸다. 지난해 상품의 매출원가는 5132억원으로 전년 4975억원 대비 6.84%증가했다. 상품의 매출액 증가율은 2.9%(5855억원→6027억원)이다.  

제품의 매출원가 상승폭은 이보다 2배 이상 컸다. 지난해 제품 매출원가는 4329억원으로 전년 3811억원 대비 13.5% 증가했다. 반면 제품 매출액은 6444억원에서 4.7%상승한 6749억원에 그쳤다.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증가가 반영된 탓이다. 반면 상품은 수입이 많아 매출원가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재윤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영업수익성의 경우 2013~2017년간 우수한 수준을 지속했다"면서도 "작년에는 고정비 증가, 연구개발비용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IVIG-SN’의 미국 FDA 판매허가가 계획대비 지연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에 따른 연구개발비용 지출 및 오창공장의 고정비 부담이 지속돼 이전(2017년 EBITDA 1270억원)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회복하기에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며 "매출이 늘어나 고정비를 분산시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 쪽 매출 증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 확대... 잉여현금흐름 부족

녹십자는 2013~2018년간 연평균 1000 억원 이상의 EBITDA를 창출하는 가운데 연간 금융비용은 100 억원을 밑돌고 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비용 부담이 낮은 이유는 차입금 규모가 적기 때문이다. 또한 녹십자의 5년 평균 부채비율이 48.2% 수준으로 낮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FCF)는 마이너스다.

매출증가에 따른 매출채권 확대 재고자산 축적 등의 영향으로 운전자금회전기간은 164.5일로 전년 159.5일 대비 5일 증가하며 운전자본 부담이 소폭 상승했다. 또한  자본적지출도 확대됐다. 오창 PD2 공장 신축, 통합완제공장 건립 등으로 연평균 800 억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CAPEX투자도 잉여현금흐름 감소의 원인이다. 이 가운데 오창 통합완제공장 투자에 연간 600 억원 이상의 투자가 계획돼 있어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페어홈 캐피털 매니지먼트(Fairholme Capital Management) 설립자인 가치투자 펀드매니저 부르스 버커위츠(Bruce Berkowitz)는 잉여현금흐름(FCF)에 대해 "현금 유입과 유출만 따져 돈이 회사에 얼마 남았는지 설명해주는 개념"이라며 "투자와 연구개발 등 일상적인 기업활동을 제외하고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2016년 잉여현금흐름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이 다소 바뀌었다. 2013~2015년에는 ▲2013년 유상증자 1069억원 ▲ 2015년 일동제약 주식매각 1309억원 등을 통해 자체 조달했다. 하지만 2016 년 이후부터는 차입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는 모습니다. 녹십자는 2016년 회사채 1500억원, 2017년 1500억원을 각각 발행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조달이나 회사채를 통한 타인자본 조달은 선택의 문제"라며 "유상증자는 상환 압박은 적으나 주식이 희석되는 단점이 있고, 회사채는 기존 주주분들이 향후 리턴(당기순이익)을 향유할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이자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