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휘발유와 디젤 등 석유를 연소해 엔진을 가동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는 130년이 넘어갔다. 역사상 처음으로 개발된 내연기관차가 무엇이냐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일반적으로 독일의 칼 벤츠(Karl Benz)가 1885년에 개발해 1886년에 특허를 얻은 3륜차 모토바겐을 최초의 내연기관차로 꼽는다.

이 차량이 개발된 후 100여년동안 석유기반 내연기관차는 자동차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여전히 현재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내연기관차지만 최근 수년 동안 전기차의 확산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 세계 최초 전기차와 이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안요스 예들리크. 출처=삼성SDI

유럽의 디젤게이트, 테슬라의 약진, 중국의 정책적 부양 등으로 2017년부터 전기차 확산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8년 220만대 수준에서 2020년 490만대, 2025년 1570만대만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전기차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전기차, 발명은 내연기관차보다 빨랐다

전기차 보급이 최근 활발해지면서 전기차의 역사가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최초의 내연기관차로 알려진 칼 벤츠의 모토바겐보다 62년 앞서 발명됐다. 삼성SDI와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발명한 사람은 헝가리의 안요스 예들리크(Anyos Jedlik)다. 1824년 예들리크는 전기모터를 적용한 최초의 전기차를 발명했다. 현재 전기차와 비교해보면 전기차라고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투박하지만 전기모터를 사용한 최초의 차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기차는 1800년대 초부터 실험됐다. 영국의 로버트 앤더스(Robert Anderson)은 1832년 최초의 전기 마차를 개발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Gaston Planté)는 1859년에 운송수단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충전식 납축전지를 발명했다. 플랑테의 이름을 딴 플랑테 전지(납축전지)는 현재도 내연기관 차량에서 사용되고 있다.

1899년에는 벨기에의 카밀 즈나치(Camille Jenatzy)가 'La Jamais Contente(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개발했다. 이 전기차는 처음으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도 했다.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도 1913년에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들었다. 에디슨이 만든 배터리는 10년동안 5만번의 시험 끝에 개발됐다. 자동차 앞뒤로 500kg에 이르는 배터리를 탑재하다보니 자동차의 최대 시속은 35km밖에 나지 않았다. 배터리 완충 시간도 7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현재 전 세계에서 단 3대밖에 없는 에디슨의 전기차와 배터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강릉의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을 방문하면 에디슨의 전기차와 배터리를 직접 볼 수 있다.

▲ 에디슨이 개발한 전기차와 배터리. 출처=삼성SDI

왜 100년 이상 각광을 받지 못했나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1900년대 초까지 호황을 누렸고, 미국에서는 1900년대 전체 차량의 3분의 1이 전기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소음과 냄새가 적었고, 시동을 켤때도 보다 편리하게 켤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충전의 번거로움과 무거운 배터리의 무게 등의 단점으로 대량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신 1920년대 텍사스 원유 발견과 함께 휘발유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1913년 자동차왕 포드가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해 내연기관차를 대량생산하게 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이 당시 전기차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기차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전기차들이 등장했고, 현재는 전기차 보급의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당연히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 330억달러(37조원)규모였던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달러(약182조원)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치인 1490억달러(약169조원)를 뛰어 넘는 규모다.

특히 2020년이후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중국의 환경규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전기차가 많이 필요하기 떄문이다. 유럽연합(EU)의회는 2021년까지 유럽서 판매되는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당 95g으로 제한키로 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신차 판매의 20%를 전기차로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이제 새로운 자동차 시장에서 주류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면서 “배터리 용량 확대와 기술의 발전으로 주행거리도 길어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BMW i3.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