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 대의 기기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리서치회사 점프샷(Jumpshot)에 따르면, 제품을 검색하려는 사람의 54%가 이제 (구글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직접 검색을 시작한다.   출처= Amaz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광고주들이 검색 광고비 지출을 알파벳의 구글에서 아마존으로 대거 옮기기 시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제품 검색을 하는 곳에 돈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대 광고 회사인 WPP 그룹은 지난해 아마존 검색 광고에 고객사의 광고를 게재하는데 3억 달러를 썼는데,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 중 75%는 당초 구글 검색 광고 예산으로 잡혔던 돈에서 나온 것이다.

WPP 그룹이 2017년 아마존 검색 광고에 지출한 돈은 1억 달러에서 1억 5천만 달러 사이에 불과했다. 반면 WPP가 지난해 구글 검색 광고에 지출한 돈은 거의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광고업계 거인인 옴니콤 그룹(Omnicom Group Inc.)도 지난해 고객사의 검색 광고 지출액의 20%에서 30%가 아마존 검색 광고에 들어갔으며, 이 금액의 대부분이 구글 검색 예산에서 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옴니콤 그룹이 지난 해 미국 검색 광고비로 지출한 돈은 약 12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서치회사 e마켓터(eMarketer)에 따르면 아마존이, 2018년에 미국 검색광고 시장 442억 달러(50조원)의 78%를 차지한 구글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러나 광고비 지출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뒤따르게 되어 있다. 구글은 오랫동안 모든 종류의 온라인 검색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왔지만, 1억 대의 기기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리서치회사 점프샷(Jumpshot)에 따르면, 오늘날 제품을 검색하려는 사람의 54%가 이제 (구글을 통하지 않고) 아마존에서 직접 검색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옴니콤의 광고 사업부문 옴니콤 미디어 그룹(Omnicom Media Group)의 스콧 하게돈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구글과 아마존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아마존으로 직행해 버린다"고 말했다.

하게돈 CEO는 검색 광고비를 아마존으로 이전하는 회사들은 소비재 포장 가공품 제조업체나 소매업체 같이 아마존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마켓터는 아마존의 검색 광고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증가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아마존의 올해 전체 광고 수입 113억 달러(12조 8000억원)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미국 검색 광고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6.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크게 앞지르고 2위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e마켓터에 따르면, 구글의 검색광고 수입은 올해 4백억 달러(45조 5000억원)로 전년에 비해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마존의 검색광고가 급성장함에 따라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에는 7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광고 대행사들은 아마존의 장점은 “광고가 얼마나 광고주들의 웹사이트 구매로 이어졌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WPP의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자회사인 분더만 톰슨(Wunderman Thompson)의 북미 운영 책임자 셰인 앳치슨은 "아마존은 가입자 수, 거래처, 아마존 프라임에 대한 충성도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고객사들이 예산을 구글에서 아마존으로 전용하기가 매우 쉽다”고 지적했다.

▲ 아마존의 광고 수입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출처= KAU Media Group

아마존은 광고 시장에 대한 야망을 꾸준히 키워왔다. 검색 광고 외에도, 아마존은 디스플레이 광고(배너 광고), 라이브 스포츠 방송에서의 TV 같은 광고, 그리고 사람들이 웹 써칭을 할 때 골라서 보여주는 표적 광고 등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다양한 광고 기회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마존은 이제 구글과 페이스북(미국의 온라인 광고 시장의 60%를 이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디지털 광고 업체가 되었다.

아마존의 검색 광고는 이른 바 ‘후원사 광고’(sponsored ads)라고 불린다. 아마존에 광고를 게재하려는 회사들은, 사람들이 ‘샴푸’와 같은 검색어를 타이핑할 때 자사의 제품 광고가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 일종의 경매 기반의 시스템에 참여한다.

남성용 화장품 제조업체인 오어스+알프스(Oars+Alps LLC)는 지난해 구글 검색 광고를 이용했지만 올해 검색 광고 지출의 대부분을 아마존으로 옮겼다. 이 회사의 아마존 광고 지출은 이제 월 2만 달러를 넘었다.

오프라인 체인 타깃(Target)과 아마존 닷컴사이트와 자체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오어스+알프스의 로라 콕스 공동창업자는 "아마존에 광고하면서 자체 웹사이트 매출이 올라간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며 “즉시 구글 검색 광고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광고회사들은, 갑자기 늘어난 아마존 검색 광고비 지출에 소요되는 돈은 (구글 예산에서뿐 아니라) 매장 홍보와 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등에 쓰려고 잡아 놓은 광고 및 마케팅 예산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광고회사 덴츠 이지스 네트워크(Dentsu Aegis Network)는 아마존의 미국 내 검색 광고 수입이 지난해 60% 증가했지만, 구글에 배정된 예산에서 나온 금액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사이트에서 상품을 팔지 않는 회사들, 예를 들어 금융 서비스, 보험 회사, 자동차 회사들에게는 검색 광고를 팔지 않기 때문에 그런 회사들은 여전히 구글의 검색 광고를 이용한다.

아마존은 더 많은 검색 광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 비디오 검색 광고를 시험하고 있다.

비디오 검색 광고에서는, 검색 결과 화면에 아마존의 자체 브랜드 제품보다 타이드(Tide)나 게인(Gain) 같은 세탁세제 광고가 먼저 나타난다.

인터퍼블릭 그룹(Interpublic Group)의 광고 대행사인 매그나 글로벌(Magna Global)의 혁신 담당 부사장 빈 파올로찌는 "아마존이 광고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브랜드 구축형 광고주들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인데, 비디오는 이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러나 일부 회사들은 아마존을 여전히 경쟁업체로 간주하면서 아마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출처= Digiday

그러나 아마존에 광고가 몰리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 제품 같이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광고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들에게 아마존 광고를 최적화하는 도구를 제공하는 팩뷰(Pacvue)에 따르면, 검색어 ‘액체 세탁 세제’에 대한 클릭당 비용(cost per click, 방문자가 온라인 광고를 클릭하여 광고주의 웹사이트의 페이지로 넘어갈 때마다 광고주가 내는 광고비)은 3월에 17.51달러로 지난해 9월에 비해 127%나 증가했다.

팩뷰의 공동 창업자 멜리사 버딕은 "아마존의 광고 단가는 몇 년 전만 해도 매우 저렴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몰리면서 단가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일부 회사들은 아마존을 여전히 경쟁업체로 간주하면서 아마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아마존이 (아마존 플랫폼에서 제품을 파는) 다른 기업들의 마케팅을 돕는다고 하면서도 자체 상표(private labels) 정책을 점점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프샷의 데런 베이커 CEO는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보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고, 또 그 제품이 자체 사이트에서 팔려도 그에 대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게다가 아마존은 고객이 찾고 있는 제품에 대해 자신의 자체 상표 제품을 먼저 소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정도라면 내가 광고주라도 걱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