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근당이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연구개발비(R&D) 투자액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지난해 약 9562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명실상부 한국제약바이오기업 중 5위권에 진입한 종근당이 매출의 약 11~12%를 지속해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 허가된 혁신신약 30개 중 2개가 종근당이 개발한 의약품으로 R&D 강화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이 주목된다.

자체 플랫폼 기술 활용…경구용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CKD-506’ 주목

종근당의 화학합성신약 파이프라인 중 다수는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인 ‘HDAC6(히스톤디아세틸라제6)’ 저해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염증 성장을 촉진하는 히스톤아세틸화효소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은 HDAC6 저해제의 기본 구조를 통해 각 질환에 맞는 최적의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 파이프라인을 보면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 헌팅턴증후군 치료제 ‘CKD-504’, 항암제 ‘CKD-509’ 등이 HDAC6을 활용하고 있다.

▲ 종근당이 개발 중인 화학합성신약에 적용한 플랫폼 기술 HDAC6 구조. 출처=종근당

업계 관심을 받는 파이프라인은 이중 기전을 나타내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CKD-506이다. 이는 HDAC6를 활용해 개발 중인 의약품 중 가장 진도가 빠른다. 유럽에서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는 CKD-506은 1차 치료제로 치료되지 않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근당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경구용 치료제 JAK 저해제인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젤잔즈’와 릴리의 ‘올루미언트’와 비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JAK 저해제는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에 관여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세포 안의 신호 전달 경로인 JAK를 억제하는 기전을 나타낸다. CKD-506은 염증 악화를 촉진하는 단백질과 염증 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면서 면역T세포 기능을 강화하는 이중 기전으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종근당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은 CKD-506 뿐만 아니라 헌팅턴 치료제 ‘CKD-504’도 주목된다. 이 후보물질도 플랫폼 기술 HDAC6 저해제를 활용하고 있다. 헌팅턴병은 염색체 이상에 따라 헌팅턴이라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운동과 인지 부문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헌팅턴 치료제로는 2008년 룬드벡의 ‘제나진’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는 2015년 3억3000만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우울증, 자살 충동 유발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후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2017년에는 테바의 ‘오스테도’가 두 번째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 의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2억달러 규모였다. 오스테도 매출은 2020년까지 4억50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CKD-504는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2020년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CKD-504는 미세소관을 조절해 치매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의 영향으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축삭수송(axonal transport)을 재생시키는 기전을 나타낸다. 축삭수송이 강화되면 뉴런이 제 역할을 회복해 인지, 운동 기능이 개선되는 방식이다. 이는 전임상에서 유전적, 심장 독성이 없는 것이 확인됐다. 혈액뇌장벽 침투성도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의 올해 주요 이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임상 1상 진입과 이중항체 항암신약 ‘CKD-702’ 임상 1상 진입, 빈혈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네스프’의 복제약(바이오시밀러) ‘CKD-1101’ 출시 예정 등이 있다.

연구인력 약 500명 근접…신제품 도입으로 현금창출원 확보

종근당 연구인력은 2017년 420명, 2018년 480명, 올해 4월을 기준으로 512명 규모다. 연구소로는 효종연구소, 신약연구소, 기술연구소, 바이오연구소 등이 있다. R&D비용은 2016년 1022억원, 2017년 990억원, 2018년 1153억원 수준이다. 종근당은 매출액 대비 약 11~12%를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종근당이 지속해서 매출 대비 R&D 비용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주요 의약품 매출 신장과 도입 의약품의 성장이 꼽힌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비로우’와 고지혈증치료용복합제 ‘바이토린’은 각각 6.2%, 7.9% 감소했지만, 당뇨 치료제 ‘자누비아’ 11.6%, 관절염 치료제 ‘이모튼’ 17.7%, 고지혈복합제 ‘아토젯’ 16.1%,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7.5%, 고혈압치료제 ‘텔미누보’ 10.0% 등이 고성장했다.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 항궤양제 ‘에소듀오’, 치매개선제 ‘아리셉트’, 골다공증치료제 ‘프로리아’ 등 신제품도 매출 약 391억원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다수 의약품의 매출 성장에 힘입어 올해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하태기 애널리스트는 “2019년 매출액은 기존 외부 상품도입과 자체 개량신약 출시효과로 전년 대비 7.8% 증가한 1조 30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3.6% 늘어난 808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종근당 파이프라인. 출처=전자정보공시시스템(DART)

종근당 관계자는 “임상 중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다수 있다. 가시화됐다고 볼 수 있는 임상 3상에 진입한 것이 많이 나타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올해 지나서부터는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