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5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2조원, 영업익 6조2000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 15조6400억원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어닝 쇼크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하반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동력을 모을 수 있으며 5G와 폴더블 스마트폰 등을 바탕으로 한 IM부문의 성과가 나오면 분위기는 반등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생활가전도 인공지능 등 다양한 역량과 연결될 경우 큰 폭의 개선이 가능하다.

상반기 바닥을 치고 하반기 부상하는 패턴은 삼성전자의 위기와 돌파 과정에서 자주 발견되는 장면이다.

어려운 삼성전자...그러나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가 4조3000억원, 스마트폰 2조5000억원, 생활가전이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디스플레이는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

예견된 어닝 쇼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배포,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업황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는 LCD 패널의 비수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캐파 증설로 공급 증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봤다. 최근 LCD 패널 가격이 일부 반등했으나 대세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플렉서블 OLED도 대형 고객사의 수요가 감소되고 LTPS LCD와의 가격 경쟁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도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으며,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일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실망스러운 1분기 잠정실적의 원인을 두고 메모리 반도체 부진을 지목하고 있다. 반도체 매출의 80%가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상태에서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했던 패착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2018년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약 49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점유율 43.9%로 1위, SK하이닉스가 약 33조1000억원을 기록해 점유율 29.5%로 2위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2017년 74.2%보다 다소 줄어든 73.4%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압도적이다.

문제는 업황이 나빠지고 있는 대목이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 시장은 전년 대비 17.5% 줄어든 약 92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하락폭이 커지며 올해 상반기 어려운 시장을 예고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등에 따르면 새롭게 가동되는 300mm 웨어퍼팹만 모두 9곳이며 이는 2007년 12곳에 이어 두 번째로 최대 규모다. 공급 과잉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와 공급 불일치 현상이 장기화되며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에 이미 전체 1위 자리를 내어준 상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약 4689억달러며, 지난해와 비교해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1위 자리는 인텔에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플랜B가 이미 가동되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상반기 충격에만 대비한다면 무난한 위기 돌파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대만의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2위를 꿰차며 입지를 다졌다. 분사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술 격차가 시장에 안착했다는 뜻이다. 당장 TSMC의 아성을 넘는 것은 어려워도 점유율 20% 초반을 유지, 추격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매출은 총 539억달러며 이는 전년 대비 18.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점유율 기준으로는 11.5%에 머물러 32.4%의 통신용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삼성전자의 디지털 콕핏. 출처=삼성전자

성장세가 강하지만 성장의 여백은 넓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하만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글로벌 1위 전장 회사 하만을 9조3700억원에 인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후 전면에 나서 인수합병을 지휘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만은 현재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4% 이하의 낮은 비중만 차지하고 있으나, 하만카돈과 JBL 등 카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콕핏부터 차량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삼성전자가 활로를 개척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쏠림 약점도 일부 걷어낼 것으로 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3분기가 되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5G와 인공지능 등 새로운 ICT 기술이 수급되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5G·인공지능·데이터센터·차량용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호언한 이유다.

디스플레이도 활로가 있다. 현재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에서 BOE가 화웨이에 중소형 OLED 물량을 대며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BOE는 중소형 OLED 수율을 30% 이상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으며 중국 청두 B7 공장은 물론 올해 상반기 B11에 이어 내년 B12를 가동, 본격적인 물량전 태세도 마쳤다. LCD 패널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으나 특유의 기술 초격차는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갤럭시S10 5G의 존재감이 눈길을 끈다. 출처=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

현재 5G 스마트폰을 준비하는 대표적인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와 샤오미다. 화웨이는 아직 5G 스마트폰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컬컴과의 수급 문제로 5월은 되어야 LG V50 씽큐를 출시할 수 있다. 모토로라와 샤오미는 점유율 측면에서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무주공산인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최초 5G 상용화 단말기라는 타이틀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가 5G 라인업으로 풀리면 두 단말기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은 퀄컴과의 분쟁으로 5G 스마트폰 레이스에서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 심지어 폰아레나 등 주요 외신은 4일 애플이 삼성전자에 5G 모뎀칩 공급을 요청했으나 물량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인텔의 5G 모뎀도 애플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5G 정국에서 갤럭시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생활가전은 계절적 영향을 잘 활용하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경쟁력을 연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장 갤럭시S10 5G의 초반 성적이 고무적이다. 5일 통신3사의 판매가 시작된 가운데 벌써부터 물량 부족 우려가 나올 정도다.

바닥치고 튀어오를까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직후 주가는 일종의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 어닝 쇼크의 후폭풍이 거세지만 시장은 하반기 반등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소 2분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 원만한 사태 수습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반도체만 봐도 메모리 시장에서 마이크론이 물량 조절을 선언할 정도로 비상경영을 주장하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그에 준하는 수준의 비상 상황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특유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