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은 군대에서 별을 다는 것만큼이나 영예로운 일입니다. 부와 명예를 한 손에 쥐게 되는 임원이라는 자리는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죠. 그러나 왕관을 쓰려는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합니다. 임원은 회사에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주총에 의해 언제든 해임 당할 수 있는 ‘파리 목숨’ 신세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사가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경제적 손해를 본 피해자에게 회사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이번 편에서는 소위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과 관련한 판례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甲 주식회사는 2014. 12. 乙로부터 乙이 丙 주식회사를 시행사로 하여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권유를 받고 丙 주식회사와 2015. 1. 제1차 투자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丙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丁은 참석하지 않았고, 乙은 丙 주식회사의 법인 인감을 날인하였습니다. 그 후 甲 주식회사는 乙로부터 자금이 부족하여 사업 진행이 늦어진다는 말을 듣고 추가로 투자하기 위해 丙 주식회사와 2016. 1. 제2차 투자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그 당시 丙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戊였는데, 戊 역시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이번에도 乙이 丙 주식회사 법인 인감을 날인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甲 주식회사는 乙이 위 재개발사업 관련하여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丙 주식회사를 상대로 위 투자약정들은 乙의 기망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므로 이를 모두 취소한다며 甲주식회사가 투자한 돈을 돌려 달라는 취지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또한 丙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사였던 丁과 戊를 상대로는 임무해태를 이유로 상법 제401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위 2차례에 걸친 투자약정들이 乙의 사기로 체결된 것이고 丙 주식회사 역시 이를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甲 주식회사는 민법 제110조에 따라 위 각 투자약정을 취소할 수 있고, 丙주식회사로부터 투자금 등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丁과 戊에 대해서도 이들이 명목상의 대표이사에 불과하고 실제 경영에 관여하지 않거나 乙에게 용도와 목적을 정하지 않고 丙주식회사의 법인 인감을 맡겨 둔 경우라도 이는 이사로서의 임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보아 상법 제401조 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丙주식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 상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던 丁과 戊는 甲주식회사가 乙의 사기로 인해 입은 손해액에 대하여 丙주식회사와 연대하여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결의 근거 규정은 판결문에서도 밝혀 놓은 바와 같이 상법 제401조입니다. 상법 제401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 한 때에는 회사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1항)고 규정하고 있고, 특히 이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일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동일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항). 이사는 회사로부터 경영 업무를 위임받은 자로서 ‘신의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게을리 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데 일조를 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제3자에 대하여 회사와 함께 책임을 지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때 책임의 범위는 회사가 제3자에게 입힌 손해액의 전부이며,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이루어진 회사의 결정에 대해서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함께 책임을 집니다. 이러한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이사는 그 결의가 이루어질 당시 적극적으로 이의를 표시해야 하고 그러한 이의를 한 사실을 반드시 이사회 의사록에 남겨야 비로소 이사로서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제3항).

주의할 점은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 자신이 명의상, 명목상의 이사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정당한 항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은 법인등기부이며, 만약 법인등기부 상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일단 이사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