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당국이 외국산 게임 30종에 영업허가권을 부여했다. 자국 게임과 해외 게임 판호 발급을 중단한 2018년 2월 이후 약 13개월 만이다. 한국 게임의 판호는 발급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외자판호 발급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게임 판호 발급을 재개한 지난해 12월 이후 줄곧 자국 게임에만 판호를 내주던 와중에 해외 게임에 영업권을 내준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소식이 나온 이후 판호를 신청한 게임사 등 중국 게임 시장과 관련이 있는 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판호란 중국 내에서 게임 콘텐츠의 영업활동을 위해 필요한 영업허가권이며 중국 정부기관에서 발급을 결정한다. 중국 기업이 만든 게임에 대한 판호를 내자판호라고하며 외산 게임에 발급하는 판호를 외자판호라고 부른다. 판호 발급의 경우 발급 절차와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연간 판호 발급 총량을 제한하겠다고 밝혀 판호 발급에 대한 게임 업계의 관심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 중국 국기. 출처=이미지투데이

미국, 일본, 유럽지역 등 ‘외자판호’ 30종 발급

중국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 2일 30종의 외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플랫폼별로 모바일 22개, PC 5개, 콘솔 3개로 구성됐다. 국가별로 미국, 일본, 대만, 러시아, 캐나다, 핀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게임이 서비스 허가권을 받았는데, 주로 미국과 일본의 게임이 많이 채택됐다. 왕좌의 게임, 영웅전설, 포르자 모터스포츠7, 앵그리버드, 짱구는 못말려, 배틀라이트, 더룸3 등의 게임이 판호 발급 명단에 올랐다. 중국 빅게임사인 텐센트(배틀라이트)와 넷이즈(더룸3)가 퍼블리셔로 참여한 게임이 명단에 있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며, NHN과 일본의 드왕고가 공동개발한 ‘컴파스’가 판호를 받은 것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한국 게임사가 신청한 판호는 발급되지 않았다. 국내에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이 약 2~3년전 판호를 신청하고 대기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최근 PC 검은사막의 모바일 버전인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중국 게임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 외교적인 갈등을 겪은 이후 2017년 3월부터 국내 게임에 판호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 당국에 정식으로 항의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의 판호 발급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정부와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의 게임 수출 허가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걸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약도 없이 이따금씩 발표되는 판호 발급 목록에 국산 게임이 포함됐는지를 확인하는 신세다. 

35조 중국 시장, 완전한 포기 어려워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에 욕심을 낸다. 완전히 포기하기엔 많이 아쉬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2018년 중국 게임 시장 전체 매출은 한화 약 35조원으로 추정된다. 같은해 우리나라의 게임 시장은 약 13조원으로 예상된다는 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전망이다. 우리나라와의 규모 차이는 거의 3배에 근접한다. 충성 고객들의 과금 거부도가 낮고 잠재 수요자가 많아 장기 흥행도 가능한 시장이다. 대표적으로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미르의 전설, 뮤 같은 IP가 중국에서 장기흥행하며 선례를 남겼다. 실제로 우리나라 게임 업계 성장의 역사는 중국으로의 수출 성공과 큰 연관이 있다. 

증권가에선 대체로 이번 외자판호 발급을 긍정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NH 투자증권 안재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외국 업체들의 판호를 발급했고 텐센트, 넷이즈, 퍼펙트월드 등 대형 업체들의 판호도 조금씩 열리고 있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애널리스트는 “외자판호가 열리기 시작했고 공동개발이지만 한국 업체들과 연관있는 게임들이 판호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판호 정책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김동희 애널리스트는 “퍼블리셔가 룽투, 퍼펙트월드, 자이언트부터 텐센트, 넷이즈까지 다양했다는 점에서 중국 판호 발급의 속도와 내용이 진전되었다는 게 의미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밀린 판호와 한국 게임 경쟁력 불확실은 변수

그러나 현재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게임이 이미 수천개가 쌓여있어 한국의 차례는 아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게임 규제를 강화하며 판호 발급을 일절 하지 않았으며, 연간 발급하는 게임 판호개수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지는 판호 발급소식에도 국내외 게임업체들이 마음을 편히 먹지 못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더라도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모바일 게임의 경우 더욱 그런데, 판호 발급이 이루어지던 시절에 우리나라 게임이 중국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게임의 판호가 발급되면 이런 논란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