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이 있는 정물 1991, 캔버스에 유화, 53×45.5㎝(Still Life with Bottle 1991, Oil on Canvas, 53×45.5㎝)

구자승 정물화의 경우 소재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우리시대의 공산품 및 과일 꽃 따위를 선 호한다. 물론 조선백자 및 토기 따위의 옛 그릇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다수는 우리시대에 만들어진 글라스, 컵, 술병, 꽃병과 같이 공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소재는 그림에서 느끼는 친숙성과도 관계가 있다. 일상적으로 눈에 익은 탓에 그림속의 소재로 등장했을 때는 낯설지 않다는 심리적인 친근감을 주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소재는 대체로 현대적인 조형감각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역시 우리들의 눈높이와 일치된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서 이들 소재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긴요한 역할을 한다. 날렵하면서도 유려한 곡선 및 직선을 활용한 현대적인 미적 감각이 반영된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다.

▲ 계란 1992, 캔버스에 유화, 53×45.5㎝(Egg 1992, Oil on Canvas, 53×45.5㎝)

단순히 소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현대적인 세련미가 담긴 그림으로서의 기초가 마련된다는 뜻이다. 여기에다가 이들 소재가 놓이는 방식 또한 이전의 사실주의 조형개념과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전의 정물화에서는 시각적인 화려함 및 풍요로움을 중요시했다. 그러기에 소재의 숫자가 많았을 뿐더러 구성이 복잡했다.

소재를 이리저리 늘어놓고 일정한 구도에 집중시키는 듯한 구성방식으로 소재를 배치했다. 그러다 보니 짐짓 시각적인 화려함이 강조되기 마련이었다.

이에 비하면 그의(한국 극사실화 대부, ARTIST KOO CHA SOONG,具滋勝,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작가,구자승 화백,KOO CHA SOONG) 구성 및 구도는 지극히 단출하다. 어쩌면 거의 금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절제된 구성 및 구도를 보여준다.

△글=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