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우수한 재무안정성 및 국민연금 추가 지분 확보 등으로 시장 주목을 받고 있는 두산밥캣의 주가가 그룹사 재무리스크 전이 우려로 외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질주하려는 손자 앞을 가족이 막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5일 공시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두산밥캣 주식 약 112만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로써 연기금 지분은 기존 4.94%에서 6.05%로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투자방향에 대해 “내재가치가 우량한 종목 발굴을 통한 장기투자를 지향한다”라고 설명해왔다.

현재 두산밥캣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최근 5년 사이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약 1배 기록했다.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금액이 1년 현금창출력과 거의 비슷한 셈이다.

부채비율도 낮다. 차입금 축소로 최근 5년간 하락해 지난해 말 기준 72.4%를 기록했다. 부채가 자본보다 적은 것이다.

▲ 두산밥캣 재무안정성 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차입금 구조도 대체로 장기화돼있다. 두산밥캣의 단기성 차입금은 지난해 기준 약 208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약 2%에 불과하다. 차입금 중 76%가 만기 5년 뒤로 잡혀있다.

실적이 대체로 상승하는 모습도 보여왔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매출은 3조9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3% 증가했다. 매출 비중의 73.7%를 차지하는 북미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122% 뛰었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시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미국의 착공 중인 주택수는 131만8000호로 지난 2014년보다 26만6000건 많았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온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여파가 미치던 2009년 착공 건수는 58만3000호에 불과했다.

프로모션 확대도 실적 확대를 거들었다. 두산밥캣, 쿠보타 등 소형건설기계 업체는 업황에 힘입어 ‘박리다매’ 전략을 펼쳤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 두산밥캣 매출 및 영업이익 변동 추이. 출처=딥서치

두산밥캣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모션이 직전년도 대비 많았고 특히 12월에 집중 진행됐다”라며 “기존 기기에 대한 보상판매 및 할부기간 연장 등의 프로모션을 펼쳤다”라고 말했다.

이동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을 축소한다는 비둘기파적 분위기 속에 프로모션 효과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지속됐다”라고 분석했다.

성장 동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두산밥캣은 올해 4분기 북미시장에서 농기계용 로더, 농기계용 트랙터 등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도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빠르면 올해 3분기, 늦으면 4분기에 백호 로더(backhoe loader)를 본격 생산해 인도 시장을 본격 공략할 전망이다.

두산밥캣에 따르면 인도 소형 건설기계 시장은 1조3000억원 규모로 단일국가 기준으로 미국, 중국 다음으로 탑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백호로더 비중이 80~90%에 이르고 있다.

▲ 두산밥캣 로더. 출처=두산밥캣

다만, 이 경우 초기투자로 인해 실적은 하락할 수 있다. 실제 두산밥캣은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389억원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5억원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컴팩트 제품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서의 올해 건설지출 증대 등의 개선 기대감이 유효하다”라며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들은 농경 및 조경시장으로까지 성장 동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하지만 초기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소폭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주가 상승은 둔화 중... “그룹 리스크가 원인”

문제는 두산중공업 등 상위회사에서 비롯되는 리스크 우려다. 이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 상승도 일부 제한되고 있는 모습이다. 두산밥캣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3만1400원으로 대체로 하락세 보이고 있다. 연중 고점 대비 13%가량 하락했다.

▲ 두산밥캣 최근 3개월(4월4일 기준) 주가 변동 추이. 출처=네이버 금융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증손자회사다. 두산밥캣 지분 51.05%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8%를 두산중공업이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 지분 33.79%를 두산이 갖고 있다. 즉, 두산밥캣-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두산그룹으로 종속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1조801억에 이르는 과도한 금융비용을 지출하며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421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두산건설 영향 등으로 두산그룹 역시 1조2229억원의 금융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두산그룹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405억원을 기록 중이다.

김효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등하던 주가가 그룹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며 “직접적인 자금 지원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두산중공업 및 두산건설의 재무 상태 개선 전까지는 관련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배당 확대로 상위회사 지원 나서나... "지원 가능 방법 배당 뿐"

향후 두산밥캣은 배당 확대 등으로 계열사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두산밥캣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 2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것을 결의했다.

자본잉여금은 주식발행초과금, 감자차익 등 자본관계에서 발생하는 잉여금 총합을 말한다. 이는 결손금 보전 등에만 이용될 수 있다. 반면, 이익잉여금은 결손금 보전을 비롯해 배당재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단순히 말해 배당재원이 2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된 자본잉여금이 배당됐을 때 배당받은 주주는 이에 대한 소득금액을 이익금에 산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지출하는 세금도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특혜를 보는 것은 최대주주 두산인프라코어다. 이는 특히 주주에게 좋다. 특히 법인세법은 해당 방법으로 자본잉여금 배당을 진행했을 경우 주주는 그에 대한 소득금액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주주가 지출하는 법인세도 줄어들 수 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주주환원 정책을 위해서 재원을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건설 대규모 손실에서 비롯된 그룹사 재무리스크 부각과 증시불안 등이 겹치면서 두산밥캣 주가가 하락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 애널리스트는 “그룹사 재무리스크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두산밥캣이 모기업 등을 정상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배당뿐으로 이는 소액주주에게도 긍정적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두산밥캣 무형자산, 자산총계. 출처=딥서치

한편, 영업권 비중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권 비중이 전체 자산의 45.2%에 이른다. 영업권은 무형자산에 속한다. 무형자산 비율은 전체 자산의 64.5%에 이른다.

영업권은 종속기업 순자산보다 높이 평가된 회수가능액이다. 유형자산처럼 주기적 상각이 이뤄지지 않고 대신 매년 평가를 통해 손상차손을 인식하는데 이때 손상차손은 환입 불가능하다. 올해 두산밥캣 영업권 손상차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