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의 이용자 정보가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에 무단 노출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 리액션 등 약 5억4000만개의 데이터가 사실상 방치된 셈이다. 페이스북은 해당 개인정보가 담긴 서버를 비공개로 전환했으며 외부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으나,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내부 데이터 통제력을 사실상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사상 초유의 데이터 유출 사건에 휘말린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외신은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기간 활용되었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이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수집했고 이를 데이터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로 무단 제공했기 때문이다.

왓츠앱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을 지워라"는 글을 남겨 일침을 날렸으며, 논란이 시작된 후 페이스북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가뜩이나 젊은층 유저의 유출로 어려움을 겪던 페이스북이 정보유출이라는 악재를 만나며 크게 휘청이며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 일로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야만 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정보유출에 사과한다"면서 "전적으로 내 책임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태를 맞아 페이스북과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동일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후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 다양한 개선책을 마련하며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상징후는 계속됐다. 지난 3월14일 페이스북의 글로벌 망이 다운됐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문제를 해결한 후 "당사의 서버 설정 변경으로 인해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당사의 앱과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몇 시간에 걸쳐 해당 이슈가 해결되어 현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복구되었다. 불편을 드린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내부 데이터 관리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 보안 전문 블로그 크렙스 온 시큐리티는 3월 21일 페이스북 직원들이 이용자들의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앱을 암호화 과정이 없이 사내 서버에 텍스트 상태로 보관했다고 폭로했다. 최대 6억명의 이용자 비밀번호가 말 그대로 내부에서 유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만명 이상의 직원들이 아무런 제지없이 비밀번호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폭로되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수억 명의 페이스북 라이트 버전 사용자, 수천만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수만명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정보가 일반 텍스트로 정리된 것이 맞다"면서도 "외부에는 암호가 유출되지 않았으며 정보가 악용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기업의 마케팅 광고에 활용하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최근 플랫폼 전략을 바꾸며 기존 수익 구조도 변하고 있으나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최악의 데이터 유용 사고를 저지른 페이스북 내부가 사실상 보안 불감증에 중독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겪은 후 내부 통제력을 급격하게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T매체 와이어드는 “역사는 반복된다”면서 “페이스북은 내부 데이터 운영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