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호텔롯데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신동빈의 ‘뉴롯데’도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완성시키는 뉴롯데 사업을 추진해 왔다. 여기서 호텔롯데의 상장은 그 핵심이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는 지난 2015년부터 기업공개로 일본 지분율(99%)을 낮춰 영향력을 희석시키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과거 형제의 난 후폭풍으로 한 차례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신동빈 회장의 복귀 이후에는 호텔롯데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 복귀 이후 뉴롯데 재건에 박차를 가하며 지난해 말까지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을 발표했던 터라 호텔롯데의 국내 주식시장 상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롯데지주 측은 호텔롯데의 사업안정화가 우선인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호텔롯데 주요 재무지표.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6조44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80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했지만 당분기순이익은 5848억원 손실로 실질적으로는 적자다. 이는 지난해(2994억원) 손실 규모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지배기업 귀속 당기순손실이 5802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롯데면세점의 실적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텔롯데에서 가장 많은 사업 비중(80%)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 돼야만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39.8%까지 떨어졌다. 2017년 41.9%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30%대로 주저앉았다.

신규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가 과당 경쟁인 것도 이유이다. 그러나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온 인천국제공항 T1 면세 사업3곳을 철수한 것이 점유율 하락의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면세 사업부는 5조30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드(TA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전인 2016년(5조4550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떨어졌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상품 할인과 상품권 등 각종 퍼주기 마케팅으로 확보한 따이공(보따리상)들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면세점 업체 입장에서 따이공이 매출을 책임져주기는 하지만 이익 창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호텔롯데는 판매관리비 명목으로만 2조1303억원을 지출했고 이는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871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호텔롯데는 높은 차입금 부담으로 재무구조 불안정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호텔롯데의 총차입금은 2014년 2조144억원, 2015년 4조3392억원, 2016년 4조5382억원, 2017년 5조6281억원, 지난해 3분기 6조49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14.4%에서 33.2%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2014년 3.4배에서 지난해 3분기 10.7배로 악화됐다. 원리금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 호텔롯데 차입금 구조. 출처= 한국기업평가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호텔롯데가 대규모 투자의 상당 부분을 외부조달에 의존하면서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재무안정성이 약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는 상장의 운명을 가를 면세점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시장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자체 사업을 좀 더 안정화시켜야 가능하다”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은 계획대로 차분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