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봉수 딥비전스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꽃 피는 봄이 됐지만 봄나들이를 즐기기 전 항상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 예보다.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아주 작은 크기를 가진 미세먼지가 국내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법’은 지난 3월 통과하며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재난사태 선포와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수립 등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대응도 가능해졌다. 재난법이 적용되는 대상에는 태풍과 홍수, 폭발, 화산 등이 있다. 미세먼지가 화산과 같은 급의 재난인 셈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직장인들과 등교 전의 학생들 모두 날씨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집을 나서는 것이 일상이 됐다. 미세먼지란 재난은 이미 삶의 깊숙하게 들어와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문제는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성’이다. 현재 국내에 미세먼지 측정소 개수는 총 570여개에 불과하다. 하나의 미세먼지 측정소는 수십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마저 관할한다. 즉 지금 내가 받는 미세먼지 정보가 현 위치로부터 최고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정보일 수도 있다.

한 예로 제주도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소 개수는 총 5곳이다. 제주도의 면적이 18만4902㎢인 것을 감안하면 1곳당 3만6980㎢ 면적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얼마나 정확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라는 국가 재난 속에서 정확한 미세먼지 예보 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일부는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해 다니기까지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딥비전스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A.I 기술을 활용한 딥러닝 기술과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합쳐 대기이미지로 미세먼지 농도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탑재한 애플리케이션인 ‘미세찰칵’ 베타버전은 올 1월 출시됐다. 현재 위치한 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알고 싶다면 해당 앱을 실행해 촬영하면 된다. 3초짜리 촬영된 동영상 속 대기이미지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해 좋은, 보통, 나쁨, 매우나쁨 수준으로 표시한다. 어떻게 이 기술이 가능한 걸까?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딥비전스 본사에서 만난 강봉수 대표(34세)는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꼬박 2년을 매달렸다”라면서 “미세먼지 분석 방법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장치로 국내 특허 출원을 했으며 해외에는 PCT 출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딥비전스는 빅데이터를 다루고 인공지능을 사용해 예측모델을 만든다”라면서 “미세먼지 데이터를 쌓을 때 특정 장소에서 영상 데이터와 산업용 측정기의 값을 같이 쌓아놓고 있으며 데이터가 2년 정도 쌓이다 보니 꽤 높은 신뢰성을 가지고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에 나온 ‘미세찰칵’ 정식 버전은 이달에 출시될 예정이다.

▲ 강봉수 딥비전스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미세찰칵’은 3초 동안 동영상을 촬영한다. 총 70여장의 프레임이 찍히는데 프레임 안에는 먼지 정보가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프레임 간의 차이를 먼지의 차이로 계산하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과 미세먼지가 적은 날은 이 데이터 간의 구분이 분명하게 난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많은 날의 데이터와 적은 날의 데이터를 나눠서 수만장의 이미지를 자체 제작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을 시키면 이미지만으로 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기술개발에는 딥비전스 CTO이자 건국대학교 응용통계학 교수직을 맡고 있는 김성환 교수를 필두로 산하 연구원들이 함께 했다.

특이한 점은 처음 창업 팀을 꾸렸을 때만 해도 미세먼지를 아이템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아이템을 놓고 고민하던 중 두 아이의 엄마이자 현재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는 최숙희 대표의 제안으로 미세먼지를 사업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됐다.

강 대표는 “최 대표가 아이를 기르는 엄마이다 보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라면서 “당시에만 해도 미세먼지 이슈가 많지 않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미세먼지가 국내 주요사안으로 떠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딥비전스는 스타트업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업을 시작할 때 자본금 한 푼 없이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간 기술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딥비전스의 미세먼지 측정 아이디어에 대해 국가기관의 끊임없는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팀 조직을 2016년에 한 이후 2017년 회사를 세우면서 같은 해 KOMIPO(중부발전)에서 진행한 청년 창업 콘테스트에서 딥비전스는 당당히 1위의 자리에 올랐다. 환경부 주최의 ‘에코톤 환경 ICT 창업경진대회’에서는 3위에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전주기 성장지원 사업에 선정됐으며 중소기업지원사업에까지 선정됐다. 현재는 기술보증기금이 개최한 기보벤처캠프에 선정돼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구조 등을 세우는 작업 중이다. 기보벤처캠프(Kibo Venture CAMP)는 기술보증기금이 축적한 기술창업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성공창업과 육성을 위해 민간 액셀러레이터와 연계해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총 500여개의 기업이 지원했지만 이 중 49개 기업만이 뽑혔다.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지원을 넘어 이미 딥비전스의 미세먼지 측정기술은 산업계 전반에 알려지면서 지자체부터 민간기업 등으로부터 사업제안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인천시 산한 공원에 딥비전스 기술을 적용한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싶다는 제안이 오기도 했다. 삼성과 LG에 스마트폰을 납품하는 한 제조업체는 ‘미세찰칵’ 앱을 기본설치 앱으로 넣는 것을 논의 중이다. 이 밖에 헬스케어 업체 알파콘과 MOU를 맺기도 했다.

강 대표는 “아직까지 영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제안이 먼저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미세먼지 측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정부산하 기관들을 비롯해 민간기업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미세먼지 측정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 대표는 “미세먼지 측정에 활용된 기술을 통해 동남아에서 스마트팜 시장을 개척하고 구강관리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면서 “2~3년 내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3~5년 정도에 해외 지사를 여러 곳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남아 라오스에는 딥비전스 핵심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사업 준비 중이다.

강 대표는 “이미 라오스 내 토지확보는 마친 상태로 본 사업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재무구조가 생기면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이 ‘먼저’ 알아본 덕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강 대표는 남다른 비전을 밝혔다.

강 대표는 “회사의 비전이 ‘A.I For You’ 즉 사람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향상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라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직원들이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