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게으르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기독교 7대 죄악 중 하나이기도 한 게으름은 7대 주선의 근면과 반대 개념이다. 무언가 하기 싫다는 나태함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다는 뜻이다.

반면 이 게으름을 잘 캐치하면 변수가 된다. 누군가의 게으름을 이용해 돈을 벌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물건을 사거나, 상대와 마주하거나, 전화로 확인해야 하는 것 등. 이를 이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있다. 자동차 구매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겟차(GETCHA)’다.

겟차는 내가 원하는 차를 나에게 가장 합리적인 구매방식 혹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차 구매를 위한 솔루션부터 운전자 보험, 중고차 매매까지. 특히 이 회사가 노리는 비전을 놓고 VC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겟차는 앞서 ‘스타트업 흥행 보증수표’라 불리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도곡동 플래그원에서 정유철 겟차 대표를 만나 회사의 성공비결과 회사가 그리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겟차의 BM

정유철 대표가 겟차 비즈니스모델(BM)을 찾은 스토리는 꽤 재미있다. 정 대표가 연식이 오랜 대우 레간자를 바꾸기로 마음먹으면서 겟차는 시작된다. 신차를 사기 위해 여러 딜러를 만나본 결과, 이들이 제시하는 할인율이 제각각임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면 비싼 가격에 차를 살 수밖에 없는 ‘정보의 비대칭’을 경험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후 반년 동안 600여명의 딜러를 만나면서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쌓았다. 그는 브랜드별 사업 운영 방식과 딜러 인센티브 제도, 차량 유통과정, 소비자과금 방식 등을 익혔다.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정유철 대표는 “차량 한 대를 구매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비용, 스트레스 등을 직접 경험하다보니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딜러들 역시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정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뚜렷한 BM을 발견하자 미리 퇴직금을 정산해 겟차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2015년, 겟차는 ‘자동차는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발품 팔아 사야만 저렴하다’는 기존 구매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후 겟차는 승승장구했다. 겟차가 닻을 올린 2015년 8월부터 12월까지 거래량은 총 160대였다. 온라인으로 차를 산다는 개념이 없던 당시엔 월 30대라는 판매량도 굉장히 큰 성과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월 평균 약 300대의 차량이 겟차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10배라는 성장을 이룬 것이다. 연간 거래액은 1500억원이 넘는다. 겟차는 지난달 기준 총 206만건의 누적 견적요청, 5154대가 거래됐다.

▲ 겟차의 최저가 취합 파이프라인.

겟차 성공의 핵심은 타겟층과 정보에 있다. 타겟층은 30대에서 40대 초반이다. 자동차가 필요한 시기의 연령대에 차량 구매 시 여신을 이용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 전반적인 서비스를 운영한다. 차를 내놓는 딜러들 역시 비슷한 연령대다. 자동차 시장에서 차 한 대당 마진이 아닌 판매 대수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을 역이용했다. 딜러들은 대부분 많은 차량을 파는 것이 수익의 관건이다. 소비자에게는 맞춤형 차량구입 솔루션을 제공하고, 완성차 업체와 딜러사에는 신차와 재고차량의 판로 확장을 위한 세일즈 마케팅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겟차의 사업 방식이다.

정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소비자는 차를 사기 위해 약 다섯 군데의 전시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 1.6개의 전시장에 방문한다”며 “이 때문에 겟차 설립 당시 20대부터 30대, IT기반 서비스에 호기심을 가진 40대 얼리어답터를 타겟층으로 설정했다.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 익숙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과 시간을 절약하게 돕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겟차는 ‘겟차 시세’ 서비스를 운영한다. 말 그대로 원하는 차량의 실거래가를 전국 어디서나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에서 판매중인 20개 자동차 브랜드의 실거래가를 정리하여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모델별 상세페이지에는 지난 6개월간 가격변동 데이터와 구매 매력도를 체크해준다. 여기에 자동차 금융사와 보험사의 상품 비교까지 제시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정 대표는 “시세를 공개하던 날 서버를 증설해 운영할 정도로 이용자들의 관심이 많았다”며 “하루 1,500여 명의 소비자가 상담을 요청했기에 가장 뜻 깊은 날이면서도 가장 고달픈 하루 중 하나였다”고 토로했다.

왜 겟차인가?

겟차는 자동차 구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수익원은 자동차 구매를 통한 금융사 수수료와 광고료다. 비슷한 수익모델을 가진 회사들은 더러 있다. 다나와의 다나와자동차, 카비를 운영하는 웨이버스, 헤이딜러의 피알앤컴퍼니, 첫차의 마스터픽 등과 같은 플랫폼이다.

겟차와 비슷한 BM을 추구하는 회사는 글로벌 기준 중국의 온라인 자동차 거래사이트인 빗오토(Bitauto Holdings)가있다. 2000년에 설립된 빗오토는 중국의 자동차 정보 서비스로 온라인상에서 자동차 매매를 연결하고, 신차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징은 자동차 매거진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직접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해 광고 지면 판매와 퍼포먼스 마케팅, 캠페인 제작물 서비스를 수행한다. 빗오토는 2016년 6월 텐센트, 징동닷컴, 바이두 등으로부터 총 3억달러(약 348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를 받았다. 

미국에는 트루카가 있다. 2005년 설립된 트루카는 총 트루카는 기본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가격 정보제공 회사이다. 신차는 물론이고 중고차에 대한 가격 정보도 제공한다. 여기에 자동차시장 전반에 대한 마켓 리서치 리포트도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사업 수익은 자사 정보를 이용해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에만 수수료를 청구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수수료는 신차 거래 시 229달러, 중고차 399달러다. 트루카는 총 3억4040만달러(약 3872억원)의 총 펀딩을 받아냈다.

겟차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로 겟차는 시리즈 A 단계를 마무리했다. 2016년 8월 겟차는 더스퀘어앤컴퍼니 등으로부터 8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사업 초기 엔젤투자에 따른 후속 투자다.

VC들이 겟차와 손을 잡은 것은 다른 플랫폼과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겟차가 자동차 구매 플랫폼에서 추구하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리뷰 커뮤니티, 그리고 데이터 서비스다.

국내에는 자동차 리뷰 사이트가 많지만 자동차 오너들에게 정량적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이 없다. 즉, 리뷰를 쓰면 그에 대한 대가가 없다는 말이다. 겟차는 자동차 리뷰를 작성하는 소비자에게 일정한 보너스를 제공하면서 자동차 커뮤니티화(化)를 유도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고효율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정 대표는 “대부분 미디어의 시승기는 영업과 직결되기에 주관에 긍정적 성향이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성적 데이터인 소비자 리뷰를 내놓고 추가적으로 정량화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겟차는 앞으로 PC 웹을 개편해 소비자 리뷰 콘텐츠 접근성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 겟차에서는 자동차 리뷰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영상 속 인물은 김민겸 크리에이터.

또 다른 특징은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이다. 겟차는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가공해 자동차 제조사에 제공하기도 한다. 데이터 리서치 회사와 협업해 자동차 리포트 데이터도 제공하고 있다. 겟차는 구매 예정자의 구매 행동 패턴을 정량화해 기록하고 있다. 구매자를 대상으로 역(逆)서베이를 진행해 구매 단계까지 오는 방향을 해석, 새로운 구매 유도를 도모하고 있다. 트래픽이 올라가면서 소비자 족적이 묻을수록 회사의 데이터는 더욱 정교해진다.

정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가 한 제조사의 차량을 재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소비패턴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웠다. 현재 일부 제조사에 소비자 구매 패턴 데이터를 정량화해 제공 중이다”면서 “인공지능(AI) 개발 고문을 영입, 데이터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확보 위한 저변을 더욱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러한 겟차의 특성을 보고 움직인 곳이 자동차 회사와 광고대행사다. 겟차는 받기 어렵다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광고를 따냈다. 2018년 기준 자동차 회사 온라인 광고 규모는 약 700억원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 번 집행할 때 집중하는 게 업계 특징이다. 겟차가 수입사로부터 광고를 받았다는 건 큰 의미를 갖는다. 큰 규모로 비딩을 펼친 광고 대행사에서도 겟차 플랫폼을 선정,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겟차의 광고수익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겟차는 올해 하반기 새로운 투자유치를 목표로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더 뽑을 계획이다. 정유철 대표는 “코어 비즈니스인 자동차 마케팅 플랫폼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적합한 프로젝트를 선정해 인재를 영입, 회사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