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상용화 정국이 시작되며, 5G를 통해 어떤 변화가 전개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초반에는 큰 기대 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추후 초연결 시대의 강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21세기 연금술의 핵심인 5G의 활용을 두고 다양한 로드맵이 쏟아지고 있다.

▲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차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당장의 격변은 없다

21세기 현자의 돌인 5G는 과연 완벽할까? 대답은 ‘아니요’다. 아직 5G 시대의 초입이 막 열렸을 뿐이며, 이를 채울 ICT 기술의 로드맵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와 홀로그램이다.

5G 시대가 열리며 자율주행차가 당장 상용화될 것이라 보는 사람은 없으며, 아직 다양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LG유플러스가 지난 3월 11일 한양대학교와 서울숲 이원중계를 통해 자율주행차 도심도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 가운데 한양대학교 ACE Lab 선우명호 교수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관련 포럼에서 복잡하기로 유명한 신갈오거리를 자율주행차로 운행하면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인정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5G라는 강력한 네트워크 기술이 존재해도 이를 채울 위치정보기술, 환경인식기술, 차량제어기술, 경로생성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홀로그램도 마찬가지다. 5G의 등장 후 당장이라도 홀로그램 전성시대가 열릴 것 같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KT의 지니뮤직이 지난해 홀로그램을 통해 가수 고 유재하를 부활시킨 후 3월 5일에는 그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마이클 잭슨 헌정앨범 중 첫 싱글 발매 기념으로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K-Live에서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미국 대륙 간 홀로그램 시연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5G 홀로그램과 전송기술에 대해 찬사가 쏟아졌으나, 플로팅 홀로그램 시스템(Floating Hologram)에는 아쉬움이 많다는 평가다. 플로팅 홀로그램 시스템은 홀로그래피에 의해 생성된 3차원 사진을 얇고 투명한 금속 물체(Foil)에 투영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과 같은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어주는 기법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아직 원시적이다.

증강 및 가상현실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은 한 차례 글로벌 시장의 ‘붐’이 일었으나 최근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여기에 5G가 연결되면 다양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으나 문제는 전용 기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드웨어 기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완벽한 가상현실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증강현실은 그 진입장벽이 더 높다. 초고화질 시대가 열리며 5G와 8KTV의 궁합에도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으나, 이는 8KTV의 현실적 효용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한국-미국 대륙간 홀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출처=KT

새로운 가능성은 충분하다

5G가 당장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각 통신사들은 5G 요금제를 통한 고객 확보에 나서며 미디어 중심의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이 지상파 푹과 연합하고 티브로드 인수에 나서는 한편 KT가 IPTV 1위 사업자 지위를 지키려는 것,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부당한 계약 논란에도 넷플릭스와 동맹하고 CJ헬로 인수에 나서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제로레이팅 기술을 통해 자사 생태계 강화에 나서며 탈통신 전략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후 스마트팩토리를 원하는 제조사들과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통신 장비업체, 5G라는 방대한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풀어 놓으려는 ICT 플랫폼 사업자들이 속속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서로 견제하거나 협력하면서 5G 네트워크에 적용, 그에 맞는 기술에 집중할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스마트홈으로 대표되는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가 탄력을 받으면 스마트 시티 단위의 거대 담론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 과정에서 5G라는 연금술의 총아이자 핵심인 21세기 현자의 돌은 우리의 눈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완벽한 공기가 되어 ‘당연한 인프라’로 작동하며 그 자리는 새로운 기술 사용자 경험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CES 2018에서 다양한 기술의 향연이 펼쳐진 가운데, 갑자기 정전이 된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최첨단 반도체 인프라와 자율주행차, 광활한 OLED 협곡은 모두 침묵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전기가 사라지자 미래 ICT 기술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셈이다. 앞으로의 5G가 미래의 전기이자, 필수재인 이유다. 그리고 당장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 5G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