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상용화를 불과 이틀 남긴 3일 오전 SK텔레콤 사옥 뒤편. 현장은 묘한 긴장감에 요동쳤다. 당초 비슷한 시간에 LG유플러스의 5G 오픈 이노베이션 랩 기자회견이 서울 마곡에 예정되어 있었으나 SK텔레콤이 동일한 시간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마련하자 LG유플러스는 부랴부랴 자사 간담회 시간을 12시로 변경하고, SK텔레콤 사옥 뒤쪽에 기자들을 이동시킬 버스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시작된 SK텔레콤 간담회. 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센터장은 5G 기지국 숫자를 두고 “각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숫자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 “기지국 인허가 절차를 보면 누구의 숫자가 맞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사의 경우 5G 기지국 숫자는 준공신고기준으로 약 2만대 수준일 것”이라면서 “5G 커버리지에 대해서는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 5G맵도 공개할 예정이며 (경쟁사) 도발에는 응징할 것”이라는 격한 표현도 사용했다. ‘도발에는 응징할 것.’ 적국에서 우리 측 초소에 총알이 날아오자 국방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며 할 법한 대사다. 통신업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 통신업계는 지난해 12월 첫 5G 전파를 송출한 후 5G 요금제를 마련, 3월 5일 B2C 측면의 상용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5G 주파수 할당부터 시작해 진정한 의미의 5G 상용화까지 불과 반년 남짓한 시간이지만 그동안 통신업계의 치열한 신경전은 필요 이상 불을 뿜었다. 그 뜨거운 현장을 살펴보자.

▲ SKT의 기지국이 설치되고 있다. 출처=SKT

시작은 B2B에서

5G 상용화 시대가 열리며 갤럭시S10 5G를 중심으로 지원 단말기도 등장했으나, 5G의 첫 불꽃은 B2B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통신 3사의 행보에 답이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1일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서울, 경기도 성남·안산·화성·시흥, 6대 광역시, 제주도 서귀포시, 울릉도·독도(울릉군) 등 전국 13개 시·군 주요 지역에 5G 전파를 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같은 시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트워크 관리센터’에서 “5G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SK텔레콤은 CDMA 디지털 이동전화부터 LTE까지 모바일 신세계를 이끌어 온 ICT 리더로서, 소명감을 갖고 5G가 불러올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선구자가 되자”고 밝혔다.

5G 1호 고객사인 안산 반월공단의 명화공업은 5G와 인공지능 머신 비전 솔루션을 가동했다. 자동차 부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동안 12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 24장을 다각도로 찍어, 5G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했다는 설명이다. 명화공업 이경윤 이사는 “품질 검수 과정에서 대용량 사진 데이터 전송에 고민이 많았는데 5G에서 해답을 찾았다”며, “5G로 정보고속도로가 뚫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KT도 마찬가지다. KT는 5G 전파 송출과 함께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KT 5G 1호 가입자가 탄생했다고 밝힌 가운데, 그 주인공이 인공지능 로봇 로타라고 밝혔다. KT는 이번 1호 머신(Machine) 가입자를 시작으로 하여 2호, 3호의 머신 및 B2B 파일럿 가입자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LG유플러스 역시 5G 서비스 국내 1호 고객은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LS엠트론’이다. 산업기계 및 첨단부품 전문 기업인 LS엠트론은 LG유플러스와 함께 ‘5G 원격제어 트랙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 인공지능 로타가 KT의 1호 5G 가입자다. 출처=KT

대전기술원에서 서울 마곡 사옥에 5G망을 이용한 ‘화상통화’를 걸어, 상용 네트워크 서비스의 안정성도 확인했다. 시연에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화상통화는 대전에서 5G 라우터(삼성 5G 모바일 핫스팟)가 연결된 노트북PC로 5G 영상 데이터를 서울 마곡 사옥에 전송, 서로의 화면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통신 3사가 B2B 5G 전파를 송출하며 새로운 시작을 타진했다면,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9는 본격적인 5G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승부처다.

SK텔레콤은 MWC 2019를 통해 5G 네트워크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 전략까지 공개하며 산업과 일반을 아우르는 청사진을 보여줬다.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전시장의 핵심인 제3홀 중심부에 올해로 10년째 단독 전시관을 마련하고, ▲5G 커넥티드 스페이스 ▲5G 커넥티드 팩토리 ▲5G 커넥티드 소사이어티 ▲5G 커넥티드 비히클 등 총 4개 테마로 공간을 구성했다. SK텔레콤은 MWC 2019 기간 세계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컴캐스트와 손을 잡기도 했다. 미디어 전략도 시선을 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동맹하는 한편 CJ헬로 인수에 나선 상태에서, SK텔레콤은 지상파 푹과 연합하고 티브로드 인수에 뛰어들었다. CES 2019 기간에는 미국 지상파 싱클레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KT는 MWC 2019에서 5G와 현실의 연결고리에 집중했다.

5G 스카이십(5G Skyship), 5G 리모트 콕핏(5G Remote Cockpit), 5G 팩토리(5G Factory), 5G 플레이그라운드(5G Playground), 5G 360도 비디오(5G 360° Video), 5G AI 호텔 로봇(5G AI Hotel Robot) 등 총 6개의 존(Zone)으로 구성됐다. 특히 5G 스카이십이 눈길을 끈다. 한국과 스페인을 연결해 실시간 시연을 공개했으며 부산 해운대 상공의 5G 스카이십이 KT의 5G 네트워크와 국제 전용회선을 통해 바르셀로나 MWC 행사장 내 KT 부스에서 중계되는 방식이다.

글로벌 5G 동맹도 강화했다. NTT도코모, AT&T, 차이나텔레콤,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 후지쯔, 삼성전자, 쏠리드 등과 함께 개방형 5G 네트워크 표준인 O-RAN(Open Radio Access Network) 얼라이언스에 참여하여 글로벌 5G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KT는 5G 네트워크 상용화에 O-RAN 기반의 기지국을 도입할 계획이다. 달콤의 무인 로봇카페 비트에 기가지니 솔루션을 적용한 비트2E(b;eat 2nd Evolution)는 GSMA 공용 전시관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KT 그룹 대학생 서포터즈 프로그램인 모바일 퓨처리스트의 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황창규 KT 회장은 마침내 5G와 차세대 지능형 플랫폼을 실현하다(Now a Reality, KT 5G and the Next Intelligent Platform)를 주제로 기조연설(Keynote Speech)에 나서 5G와 기간 인프라의 미래를 설명하기도 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LG유플러스도 MWC 2019에서 5G 전략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제3홀 내 전시관을 마련, 5G의 초고속 저지연 데이터 전송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5G 콘텐츠 서비스로 진화된 다양한 경쟁력을 어필했다는 평가다. U+프로야구, 골프 및 U+아이돌Live는 고화질로 끊김 없이 자유롭게 골라보고 돌려보는 기능을 더해 세계무대에서 최초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의 5세대 이동통신망 ▲LG전자 소재 생산기술원의 공장 구축 경험 ▲LG CNS의 플랫폼 기술 등 LG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MWC 현지와 한국 평택의 생산 공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5G 스마트 팩토리 서비스를 공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 MWC 2019에서 LG유플러스의 스마트팩토리가 시연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요금제, 그리고 기지국 전쟁

통신 3사는 5일 5G 상용화를 앞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쳤다. 그 중심에 요금제와 기지국 숫자, 그리고 마케팅이 있다.

SK텔레콤은 통신요금 인가제 대상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G 요금제를 허가받아야 한다. 일각에서 5G 요금제가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이 나오며 한 차례 반려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후 SK텔레콤은 완성된 5G 요금제를 공개했다.

최초 SK텔레콤은 5만5000원에 선택약정일 경우 4만1250원으로 규정된 저가 대역 데이터를 8GB로 잡았다. 이후 7만5000원, 선택약정 5만6250원일 경우 150GB로 했고 최상위 12만5000원, 선택약정 9만3750원은 300GB 제공이다. 이후 LG유플러스는 저가 5만5000원 선택약정 4만1250원이면 9GB, 7만5000원과 선택약정 5만6250원일 때 150GB로 잡았다. 최상위는 9만5000원이며 선택약정 7만1250원이면 250GB다.

4G 요금제에 기반해 5G의 특성을 살린 적정 수준의 요금제라는 주장과, 여전히 고가 요금제 유도가 심각하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후 업계에서는 해당 요금제를 중심으로 5G 요금제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봤다.

반전은 KT가 2일 5G 요금제에 무제한 카드를 빼들며 벌어졌다. 진정한 5G 시대를 즐기려면 큰 규모의 데이터 트래픽이 필요하며, 통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절대량이 많아야 한다. 여기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50GB 요금제를 타깃으로 삼아 5G 요금제를 공개했으나, KT는 파격적인 무제한 5G 요금제를 들고 나왔다.

KT 5G 요금제의 주인공은 슈퍼플랜이다. 베이직·스페셜·프리미엄 3종으로, 세 요금제 모두 속도제어 없이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슈퍼플랜 베이직은 월정액 8만원에 5G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KT의 LTE 완전 무제한 요금제인 ‘데이터ON 프리미엄’ 대비, 9000원 더 저렴한 가격으로 5G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로밍 데이터를 최대 100Kbps의 속도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슈퍼플랜 스페셜과 슈퍼플랜 프리미엄 요금제는 각각 월정액 10만원, 13만원으로 ‘데이터 완전 무제한’에 월 최대 8만8000원 상당의 VVIP 멤버십과 4500원 상당의 단말 분실파손 보험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슈퍼플랜 프리미엄 요금제는 해외에서도 최대 3Mbps의 속도로 로밍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선택약정과 프리미엄 가족결합은 물론 다양한 제휴할인이 들어가면 가격이 더 떨어진다.

박현진 KT 5G 사업본부장은 “일정량을 사용한 뒤 속도제어가 있다면 5G답지 못한 것”이라며, “5G시대는 데이터 완전무제한이 기본이고 로밍데이터까지 무제한해야 맞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KT의 생각하지 못한 초강수에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4G 시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한 것은 서비스 시작 후 몇 년이 흘러서였으나, 5G 시대에는 시작부터 KT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KT가 5G 무제한 요금제로 초반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진다.

당장 SK텔레콤이 움직였다. SK텔레콤은 KT의 발표 다음날인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5G 무제한 요금제를 전격 공개했다. 요금제는 총 4가지다. 일반형 요금제 슬림 5만9000원은 8GB를 제공하며 기본 제공량 소진 시 1Mbps로 속도가 제한된다. 실속형 무제한 요금제인 5GX 스탠다드는 7만5000원에 150GB를 제공하며 5Mbps 속도제어 무제한 데이터를 비롯해 추가혜택이 제공된다.

▲ SK텔레콤이 5G 요금제 등 초격차 전략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SKT

완전 무제한 요금제인 5GX 프라임과 플래티넘은 6월 말까지 제공되는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하면 각각 월 8만9000원, 12만5000원에 무제한 데이터를 연말까지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성비를 갖췄다고 소개한 5GX 스탠다드는 동일한 데이터량을 가진 LTE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월 이용료가 4000원가량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KT 맞불 작전인 셈이다.

SK텔레콤이 부랴부랴 5G 요금제 정국에서 KT에 대응해 무제한 카드를 빼들었으나, 치명적인 약점은 숨길 수 없다. SK텔레콤이 요금 인가제 대상이기 때문에 이미 과기정통부로부터 허락받은 기존 요금제를 파격적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서둘러 발표했으나 해당 요금제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프로모션으로 진행되는 이유다. 즉, SK텔레콤이 새롭게 발표한 5G 요금제는 일부만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두고 “무제한 데이터 프로모션 종료 시점에 맞춰 고객들의 수요나 데이터 사용량을 분석해 새로운 상품이 기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요금제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프로모션의 형태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단행하고, 이후 과기정통부와의 협의가 끝나면 본 요금제를 데이터 무제한으로 풀어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LG유플러스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즉각 타진했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새로 출시되는 ‘5G 스페셜(월 8만5000원)’과 혜택이 강화된 ‘5G 프리미엄(월 9만5000원)’이다. LG유플러스 박종욱 모바일상품그룹장(전무)는 "우리가 시작한 요금 경쟁을 우리가 끝낸다는 생각으로 데이터 완전 무제한과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를 출시하며 업계 요금제 리더십을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완전 무제한 5G 요금제 2종에는 LTE 요금 그대로 프로모션이 제공된다. 6월말까지 5G 스페셜·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25% 요금할인 외 추가할인 적용을 받아 24개월간 각각 월 5만8500원, 6만6000원으로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이는 5G 고객이 LTE 완전무제한 7만8000원 및 8만8000원을 선택약정으로 이용하는 요금과 동일해, LTE 고객의 5G 전환 부담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프로모션을 통해 6월말까지 가입할 시 올 연말까지 매월 속도 제한(QoS) 없는 5G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해당 요금제 가입 시 주요 60개국에서 로밍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반값에 서비스한다.

완전 무제한 요금제 5G 스페셜·프리미엄에서는 각각 20GB, 50GB의 쉐어링·테더링 데이터를 제공한다. 6월 말 까지 가입하는 고객은 연말까지 각각 30GB, 50GB를 추가로 제공 받아 각각 총 50GB, 100GB를 사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아울러 ‘5G 프리미엄’에서는 태블릿이나 스마트워치를 최대 1회선까지 무료로 쓸 수 있는 혜택도 함께 서비스한다. 6월말까지 가입하는 고객은 무료로 1회선 더 제공 받아 최대 2회선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 혜택은 24개월 간 유지된다.

LG유플러스 박종욱 그룹장은 "업계 최저가 5G 요금제와 차별적인 5G 6대 서비스를 바탕으로 5G 시장에서 반드시 일등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5G 요금제를 두고 KT의 파격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빠르게 반격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사이, 5G 기지국 숫자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3일 자사 5G 기지국이 2일 오후 6시 기준 약 3만4000개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6대 광역시 등 전국 85개 시 핵심 지역과 대학가, KTX, 대형경기장, 고속도로, 수도권 지하철 노선, 해수욕장 등 데이터 사용이 가장 많은 지역에 촘촘히 5G 기지국을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연내에는 7만개의 기지국을 설치한다.

KT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5G 기지국 3만개로 5일 상용화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연말까지 대부분의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전국 인구의 트래픽 80% 정도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에 비해 가장 적은 1만8000개의 5G 기지국으로 상용화에 돌입한다. 상반기에 5만개를 채운다는 각오다.

통신 3사의 5G 기지국 욕심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상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말 MWC 2019 당시 통신 3사는 5G 기지국 숫자 목표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으나, LG유플러스는 유일하게 1만5000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수급받기 때문에 가장 빠른 5G 기지국 설치에 나섰으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시 LG유플러스의 5G 기지국 숫자가 다른 통신사보다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그런데 5G 상용화를 앞둔 현재, SK텔레콤이 무려 3만4000개의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KT가 3만개의 5G 기지국으로 상용화에 나선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웨이와 손을 잡은 LG유플러스는 아직 1만8000개의 5G 기지국에 그친 상태이기 때문에 SK텔레콤과 KT가 5G 기지국 숫자를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의 장비가 대거 풀리기 시작했으며, 기존 4G 기지국 인프라와의 연결을 통해 5G 기지국 숫자를 합산하는 한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커버리지까지 고려했을 때 각 통신사들의 5G 기지국 연금술도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신경전이 상당하다. 각자가 서로의 기지국 숫자를 믿지 못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센터장의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발언이 나온 맥락이다. 그는 5G 기지국 숫자를 두고 “각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숫자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 “기지국 인허가 절차를 보면 누구의 숫자가 맞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사의 경우 5G 기지국 숫자는 준공신고 기준으로 약 2만대 수준일 것”이라면서 “5G 커버리지에 대해서는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 LG유플러스의 일상로5G길 팝업스토어가 보인다. 출처=LG유플러스

마케팅 전쟁… 그러나 속내는?

통신 3사의 마케팅 전쟁도 불을 뿜고 있다. 대부분 5G 상용화 시기에 맞춰 ‘우리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5GX의 비전을 초시대 개막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50년 전 달 착륙이 인류에게 큰 도약이 된 것처럼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또 한 번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누구나 5G를 통해 우주여행을 하는 ‘초시대’ 개막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5G는 가상현실 스트리밍·UHD 영화 감상 등 초고용량 서비스에서는 순간적으로 2.7Gbps로 높여주는 5GX 터보모드로, 스마트팩토리나 자율주행차 등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5G 반응 속도를 최대치로 올리는 5GX 초저지연 모드로 전환된다. 여기에 양자암호통신의 보안 능력도 강조하고 있다.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다. SK텔레콤은 5G 시대의 핵심 영역으로 초고화질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등을 선정하고 관련 서비스와 콘텐츠 8000여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게임영역에서 SK텔레콤은 라이엇게임즈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League Of Legend)’ 챔피언스 코리아를 가상 및 증강현실 버전으로 만들어 상반기 중 독점 중계할 계획이다. 나이언틱부터 해치와의 연합도 공개됐다.

KT는 5G를 초능력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 커뮤니케이션, 게임, 미디어가 5G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3D와 AR 기술을 활용한 영상통화 서비스 ‘나를(Narle)’ 앱은 3D 아바타와 증강현실 이모티커 등의 꾸미기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는 영상통화 앱으로 최대 8명까지 동시 이용할 수 있다. e스포츠 중계전용 앱인 e스포츠 라이브도 공개됐다. KT는 최근까지 서울 광화문에서 5G 체험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서울 강남에 팝업 스토어 일상로5G길을 열었다. 팝업스토어에 설치된 혼밥식당·유플극장·만화방 등에서는 초고화질 가상현실 서비스를 즐길 수 있고, 클럽·레스토랑에서는 스타의 퍼포먼스를 원하는 대로 돌려가며 감상하는 증강현실 서비스도 감상할 수 있다. 2층 아케이드 공간에서는 LG V50 듀얼스크린 체험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 소울 레볼루션 등 최신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고 단말기 체험존도 별도로 마련했다. LG유플러스 마케팅전략2팀 감동빈 팀장은 “단순히 5G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 5G가 가져올 변화를 고객이 체감하고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향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차별적 마케팅과 메시지를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LG유플러스의 일상로5G길 팝업스토어가 보인다., 출처=LG유플러스

각 통신사의 영상 광고도 화제다. SK텔레콤은 소셜 가상현실을 중심으로 속도를, KT는 초능력 5G의 강점을, LG유플러스는 미디어 콘텐츠의 강점을 중심으로 5G 경쟁력을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5G 시장 선점을 두고 각 통신사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당장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본다. 먼저 고가 논란이다. 각 통신사의 5G 요금제를 보면 최하위 5만원 수준과 바로 위 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최하위 요금제를 버리는 카드로 쓰며 사실상 고가 요금제 유도 정책을 고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정한 5G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5G 요금제에 가입해도 제한적인 5G 서비스만 누릴 수 있는 대목도 약점이다. 물론 커버리지는 시간이 갈수록 넓어지며 어쩔 수 없는 기술적 제약이 따르지만, 많은 지역이 아직도 4G 커버리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5G 요금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5G 요금제의 단기간 가입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통신사들이 무리한 5G 마케팅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5G 시대의 개막에 따라 당장 증강 및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비전을 속속 공개하고 있으나 이들이 상용화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역시 기술적 한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반론이 나오지만, 통신사들이 대규모 5G 체험관을 열어 당장 현실이 될 수 없는 기술들을 나열하는 것은 과대 마케팅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제로레이팅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5G 요금제가 출시된 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통신사들이 망 중립성 약화 기조를 따라가며 무리한 제로레이팅과 네트워크 슬라이싱 카드를 빼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통신사들의 탈 네트워크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혁신적인 ICT 기술 플랫폼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이 당분간 4G와 5G 혼용을 시도하며 5G 요금제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선에서 일종의 탐색전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이후 5G 커버리지가 수도권은 물론 지방을 충분하게 담아내면 본격적인 2차 대전이 벌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한 조급증도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3일 오후 11시 갤럭시S10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5G 상용화에 돌입했다. 미국 버라이즌의 일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버라이즌이 4일 5G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정부와 통신사는 3일 오후 11시 전격적으로 5G 상용화 조치를 내렸다. 5G 인프라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일정을 굳이 늦출 필요가 없다는 통신사와 정부의 교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으며, 커다란 수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지나치게 천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통신 업계는 지난해 주파수 할당부터 장비 선정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세계 최초’를 고집했으며, 이 과정에서 보여주기식 마케팅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